[단독] 싸구려 취급 당하는 자국민 헌혈피

녹십자, SK플라즈마 외국혈액 고가에 구매하면서 국산혈액은 '헐값'

최재원 기자,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7/10/23 [09:24]

[단독] 싸구려 취급 당하는 자국민 헌혈피

녹십자, SK플라즈마 외국혈액 고가에 구매하면서 국산혈액은 '헐값'

최재원 기자,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7/10/23 [09:24]
국내 혈액제제 기업들이 외국에서 사들이는 혈장가격 © 문화저널21

 

국내 기업들 외국인 혈액 28만원 구매하면서,

자국민 혈액은 12만원 ‘더 이상 못줘’ 적십자와 氣싸움

 

혈액을 원료로 하는 혈액제제를 만드는 국내 혈액제제 기업들이 자국민 혈액은 대한적십자로부터 약 12만원에 구매하면서, 수입혈장(외국인 혈액)은 자국민의 두 배가 넘는 28만원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적십자사는 최근에도 혈장가격 인상을 위해 혈액제제 기업들과 혈장가격을 놓고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이들 기업과 쉽사리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소하 의원실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국내제약회사가 혈액제제를 만들기 위해 수입한 혈장은 총 129만1513리터로 금액으로는 2284억5000만원에 달했다.

 

연도별 혈장수입량과 가격은 2013년 36만294리터(ℓ)를 533억4000만원에 수입했으며 △2014년 45만8778리터, 677억2천만원 △2015년 25만8149리터, 510억8천만원 △2016년 12만9753리터, 369억6천만원 △2017년 상반기 8만4539리터, 193억5천만원 등이다.

 

이를 1리터당 가격으로 ‘단순환산’하면 △2013년 14만8045원 △2014년 14만7609원 △2015년 19만7870원 △2016년 28만4848원으로 매년 가격이 인상됐다. 2013년과 2016년을 단순비교하면 4년 만에 수입혈장 가격이 ‘2배’ 오른 격이다.

 

반면 국내 혈액가격은 큰 변동이 없었다. 대한적십자사 혈장분획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제약회사에 공급되는 국내 혈장가격은 2014년 1리터당 10만8000원에서 11만8000원으로 1만원 인상된 이후 동결된 상태다.

 

자국민혈장과 수입혈장의 가격이 판이하게 다른 것은 혈액수입은 물론 자국민혈액에 대해서도 적십자사가 독단적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자국민 혈장가격은 대표적으로 적십자와 녹십자, SK플라즈마가 합의하에 이뤄지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적십자는 혈장가격을 현실적으로 인상하고 싶어도 녹십자, SK플라즈마가 합의하지 않으면 인상을 할 수 없게 된다. 국내 혈장가격이 인상되지 않고 동결되고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제약회사들은 왜 이렇게 비싼 가격에 혈장을 사들이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는 혈장을 관리·유통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아무래도 국내혈장보다는 해외혈장에 많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은 너무 과하다는 의문도 생긴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뚜렷한 답변이나 수치공개도 현재로서는 없는 상황이다.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수입혈장 가격이 천정부지로 인상되고 있는데도 분획혈장의 자급률은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이다.

 

2013년 57.8%였던 자급률은 2014년 79.9%, 2015년에는 95.4%까지 치솟았다가 2016년 다시 76.3%로 떨어졌다. 2017년 상반기 자급률은 63.4%에 그쳤다.

 

WHO권고에 따라 내수용 혈액제제에 사용되는 혈장은 자급자족이 원칙이지만 최근 저출산 등 요인으로 혈장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부족해진 혈장분을 제약회사가 해외로부터 비싼 값에 사들이면서 약가인상이 거듭 초래되는 형국이다.   

 

현재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하는 ‘헌혈의 집’에서는 헌혈자들에게 ‘전혈’헌혈(혈액의 모든 성분을 채혈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

 

전혈로 모인 피는 대한적십자사 혈장분획센터가 혈장·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으로 분리하는데, 여기서 만들어진 반제품 형태의 혈장이나 성분헌혈로 모인 혈장을 대한적십자사가 제약회사에 판매하고 있다. 제약회사는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사들인 혈장을 바탕으로 혈액제제를 만들어 이윤을 붙여 다시 국민들에게 되판다.

 

대한적십자사와 제약회사들은 혈장을 알부민 제제나 면역글로불린 제제로 농축해 만드는 과정에서 당연히 비용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혈액제제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해명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헌혈로 모은 소중한 혈액이 어디에, 얼마나, 어떻게 쓰이는지 보다 투명하게 공개해 일각에서 제기되는 논란을 해소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매년 불거지는 적십자의 ‘피 장사’ 논란도 투명한 혈액거래내역 공개가 이뤄진다면 말끔히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문화저널21 최재원, 박영주 기자 pyj@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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