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의 위기①] 속부터 곯은 병원들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7/12/26 [13:27]

[요양병원의 위기①] 속부터 곯은 병원들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7/12/26 [13:27]

대한민국은 이미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8월말 기준으로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14.02%인 725만7288명을 기록했다. 

 

노인인구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실버산업도 각광받고 있다. 요양병원도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올해 기준으로 요양병원은 전국에 약 1400곳이 분포해있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요양병원의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늘어나는 요양병원에 비해 관리 체계는 부실한 모습이다. 요양병원과 요양원의 구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치료가 필요 없는 환자들이 몰리는가 하면,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간병인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국민들을 경악케 하기도 했다.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위탁형태로 운영하는 불법 사무장병원들이 보호자들을 상대로 부당하게 가격을 청구하거나, 낙상사고로 다친 노인을 방치해 죽음에 이르게 만든 요양병원의 사례까지 불거지며 요양병원 전체의 신뢰도 추락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없는 자료사진. (사진=image stock)   

 

요양병원 얼굴에 먹칠하는 ‘사무장병원’

보험금 타내려 나이롱 환자 입원시키고, 건보료 상습체납

각종 비리 천태만상…적발되면 다른 병원으로 영업개시

 

최근까지도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아프지도 않는 환자를 허위로 입원시키고, 건강보험금액을 상습적으로 체납하며, 적발을 피하려고 무재산 상태인 사무장을 전면에 앞세우는 일부 병원의 불법행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조사결과 주먹구구식 운영을 일삼은 병원들은 대부분 전문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운영하는 ‘사무장 병원’으로 밝혀졌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병원을 개설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개인이 의사를 사무장으로 고용해 운영하는 방식의 병원을 ‘사무장 병원’이라고 말한다. 문제는 의료인의 명의를 빌려 불법적으로 개설한 병원인 만큼 사각지대에 놓여있어 각종 불법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례별로 살펴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0일 ‘나이롱 환자’를 허가받은 병상수보다 많이 입원시켜 37억원 가량의 보험금을 타낸 광주광역시 한방병원 19곳을 적발했다.

 

교통사고로 인해 한방병원을 찾은 일부 ‘나이롱 환자’들이 수일간 입원하고 수백만원에 달하는 입원비를 타내는 수법은 익히 알려져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어떤 약을 어떻게 처방하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어 과잉진료가 추정됨에도 불만을 표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8일에는 의료선교를 빙자해 사무장 병원을 운영하며 건강보험공단로부터 70억 상당의 보험금을 타냈던 60대 목사 일당이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들은 지난 2008년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허위신고를 한채, 요양급여를 받아챙겼다.

  

문제는 이러한 사무장병원의 불법적인 행태는 신고가 되더라도 돈으로 수사를 무마시키는가 하면, 처벌을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을 앞세워 또다시 개업하는 방식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요양병원협회는 19일 “일반인이 운영하는 불법 사무장병원이 전체 요양병원 이미지를 훼손하는 만큼 내부적으로 단호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전체 요양병원 중 50% 가량이 사무장 병원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성 보도에 유감을 표하는 한편 '공공의 적'인 불법 사무장 병원에 대한 자정작업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요양병원·요양원의 모호한 구분…허술한 체계

전문가들 “치매국가책임제 시행 전 제도정비 있어야”

 

이처럼 병원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많지만, 제도적인 문제점이나 허술한 체계가 문제가 되는 일도 빈번하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해, 입원이 필요 없는 환자들이 자리를 꿰차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일부 보호자들은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노인들을 강제로 입원시키기도 해 요양병원이 ‘현대판 고려장’이라는 오명을 쓰기도 한다.

 

2017년도 국정감사 당시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치료목적 요양병원과 돌봄 중심 요양원의 역할을 시급히 정립해야 한다”며 통원치료가 가능한 이들은 요양병원에 입원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김승희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 10명 중 1명꼴인 6만명 가량은 입원치료가 불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 이들의 진료비만 3490억 8533만원에 달했다.

 

최근 3년새 치료가 필요 없는데도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환자는 3년 사이에 35% 급증했고, 국가가 지출해온 건강보험료와 국고부담은 6800억에 달했다. 

  

▲ 3년간 신체기능저하군 의료보장별 실인원수 및 총진료비 (표=김승희 의원실 제공)  

 

요양병원은 치매 등 노인성질환자, 만성질환자, 외과적 수술 또는 상해 후 회복기간에 있는 자를 입원대상으로 하며 의료법의 적용을 받는 만큼 환자들이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받는다. 

 

그에 반해 요양원은 노인복지법의 적용을 받아 요양원을 이용하는 노인들이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적용을 따로 받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치매책임제의 경우도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적용을 받는다. 요양병원보다는 요양원에 적합한 정책인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국가치매책임제를 올바르게 실천하기 위해서는 요양병원에는 환자들이, 요양원에는 일반 노인들이 갈 수 있도록 제대로 교통정리를 해주고 시설별 특성에 맞는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건강보험공단은 각종 토론회를 열고 국가치매책임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매전담형 장기요양기관이 확대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폐지하고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인력 및 시설·환경 등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요양병원은 말그대로 '환자'들을 담당해야 하는 만큼, 심각한 질환을 앓고 있는게 아닌 노인들은 요양병원보다 요양원, 또는 일반요양시설을 이용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양병원의 질을 높이려면, 전체적인 이미지를 훼손하는 사무장 병원에 대해 철저히 감독하고 비슷한 피해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고 충원함으로써 양질의 서비스가 뒷받침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최근 남양주의 한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의 도움 없이 화장실을 가던 노인이 낙상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놓였다. 요양병원이 제 역할을 하려면 각종 사고가 발생했을 때 신속하고 전문적인 치료가 수반돼야 한다.

 

요양병원에 대한 질의 향상으로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있는만큼 보건당국 역시도 요양병원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에 나설 필요가 제기된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pyj@mhj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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