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의 목소리…“문단 내 성폭력, 권력구조 탓”

“하루아침에 바뀔 문제 아냐”…정치권, 법제도 개선 요구

송가영 기자 | 기사입력 2018/02/28 [18:24]

‘미투’의 목소리…“문단 내 성폭력, 권력구조 탓”

“하루아침에 바뀔 문제 아냐”…정치권, 법제도 개선 요구

송가영 기자 | 입력 : 2018/02/28 [18:24]

“하루아침에 바뀔 문제 아냐”…정치권, 법제도 개선 요구

법조계 “피해자들의 최근 폭로, 가해자들의 막강한 권력에 저항못해”

 

최근 각계각층의 성폭력 논란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문단내에서 발생한 성폭력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개인의 일탈이 아닌 권력구조의 고착화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남인순·유은혜·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8일 오후 국회에서 문단내 성폭행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 마련의 필요성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인 남 의원은 “이런 문제들이 계속해서 터져나오는 이유는 문화예술계의 특성이 특수고용 형태에 놓여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업종의 특성도 문제지만 여성의 평등문제와 관계없이 신고나 상담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피해자들에 대한 여러 지원체계가 중요하다. 숨어있던 피해자가 안전하게 자신의 신분을 보호받으면서 지원과 회복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유 의원은 “이러한 문제들은 하루아침에 해소될 문제는 아니다. 법제도적 문제는 우리 사회 전체가 정의롭고 평화로울 수 있도록 반드시 넘어야 하는 산”이라고 밝혔다.

 

▲ 28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문단_내_성폭력과 갑질 청산을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 송가영 기자

 

법조계 “방조한 사람들 모두 공범…관례 주장은 핑계 안돼”

문단내 여전한 권력구조…“위계질서 없다고 착각”

 

법조계에서는 성폭력에 대한 피해자들의 사실입증과 관련해 ‘상대방이 직접 신체를 손으로 만져야 성립된다’는 공식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직접적인 신체 접촉이 아니라 나체사진을 찍도록 강요하고 이를 보내도록 한 것도 ‘성추행’으로 인정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토론회에서 참석한 이선경 변호사는 “이러한 문제들의 개선책을 모색할 때다. 지금은 얼마나 많은 죄를 저질렀느냐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막아야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지현 검사의 성폭력 폭로이후 자신도 과거에 성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피해자들이 폭로를 이어가는 가운데, 일부 피해자들은 자신들의 폭로로 또다른 법적 처벌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 변호사는 “미투 운동이 활발해진 이유중 하나는 우리가 알고 있는 법이 해결수단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최근 폭로에 대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에 대해 두려움을 많이 호소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해자들이 과거의 피해를 최근에 와서 폭로를 하는 것과 관련해 일부 여론의 의심에 대해서는 “가해자가 갖고 있는 지위 때문에 저항을 못한 것이고, 폭행 및 협박은 없었으나 수치심과 두려움 때문에 저항하지 못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 변호사는 “형법상 성추행도 폭행 및 협박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현저히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저항이 곤란할 정도의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 인정한다”며 “그러나 그런 사례는 극히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동의하지 않은 성접촉에 대해서도 성범죄로 봐야하지 않나 생각한다”며 헌법개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한국작가회의와 시인협회를 겨냥해 “가해자들에게 왜 이런 식의 조치밖에 취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이들 조직에 대해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이 변호사는 “자꾸 변명으로 일관하는 가해자들이 있어서 말씀드리자면 이는 엄연히 ‘범죄’다. 이윤택 연출가의 경우 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면서 밀어넣은 사람들도 방조범”이라며 “높은 사람이라 가만히 있었다는 것은 비겁한 변명이다. ‘예전부터 그래왔다’는 말은 절대 핑계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문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소연 시인은 문화예술계의 권력구조가 다른 계층보다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주장에 “문학은 구조가 없고 문단이라는 것도 실체가 없어 권력이 발생할 수 없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이 성폭행의 근본적인 문제는 아무도 바꿔오지 않는 권력구조에 있다”고 반박했다.

 

김 시인은 “피해자들에게 이제와서 폭로를 하느냐고 하는데, 피해자들은 경제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지망생들인 경우가 대다수다. 그들이 갖고 있는 경제적 한계 때문이라도 가해자의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하고 있는 예술인 복지에 신고상담센터 개설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여기의 허점은 피해자들은 예술활동 증명서를 받아야 하는데 보통 등단을 입증해야 한다”며 “피해자는 주로 예비예술가들인데 그렇게 되면 피해를 신고할 곳이 없다. 이러한 부분들이 반드시 개선되고 지망생들을 모두 포용할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화저널21 송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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