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노조파괴문건…“술 몇병 먹는지까지 사찰”

삼성SDI서 해고 당한 이만신씨 “나는 문건에 의해 해고 당했다”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8/04/03 [18:04]

삼성그룹 노조파괴문건…“술 몇병 먹는지까지 사찰”

삼성SDI서 해고 당한 이만신씨 “나는 문건에 의해 해고 당했다”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8/04/03 [18:04]

삼성SDI서 해고 당한 이만신씨 “나는 문건에 의해 해고 당했다”

퇴직유도 진행사항에 대해서도 일자·명단별 리스트업 해서 관리해

‘결혼 올해함, 부채 많음’ 등 사사로운 것까지 조사해 협박하고 퇴사종용

“관할군청 등 국가기관이 삼성과 공모한 정황까지 있어”

  

삼성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S그룹 노조파괴문건’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내용들이 가득했다. 

 

개인 신상정보와 가족관계를 포함해 생활실태에 대한 보고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는가 하면, 노조활동을 하는 이들을 ‘조직걸림돌’로 규정하는 등 노동자들의 인권은 찾아볼 수조차 없는 내용들이 가득했다. 

 

▲ 삼성SDI에서 노조활동을 하다 해고당한 이만신씨가 3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본관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씨는 자신이 삼성 노조파괴문건에 의해 해고당했다고 주장했다.  © 박영주 기자

 

3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본관 앞에서 만난 이만신씨는 삼성 노조파괴문건, 이른바 ‘삼성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다. 삼성SDI에서 근무하며 노조활동을 했던 이씨는 삼성그룹으로부터 갖은 미행과 사찰에 시달리다 끝내 징계 해고당했다.

 

이만신씨는 해고통보를 받고 고용노동청에 고발을 했지만, 접수된지 6개월이 지났는데도 경기지청에서는 “삼성에서 답변서가 오지 않았다”는 말만 하며 질질 끌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이씨는 “저는 문건에 의해 해고된 것이 기정사실이다. 문건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는데, 이것만 조사해도 복직은 확실하다”며 “삼성 눈치보기 하는 것 아니겠느냐. 삼성에서 답변을 피하고 있으면 고용노동부가 노동자를 복직시켜야 하는데 눈치만 보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현재 이씨는 삼성 본관 앞에 봉고차를 세워놓고 숙식을 차에서 해결하며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삼성그룹은 요지부동이다. 

 

노조탄압 규탄 기자회견이 열린 오늘, 이씨는 문제의 블랙리스트를 가지고 본관 앞에 섰다. 그는 “내가 삼성 노조파괴문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며 문건을 공개했다. 2001년자로 기록된 문제의 문건에는 노조활동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과 가족관계, 휴대폰번호, 자택 및 근무지에 더해 개인생활 실태가 상세하게 기록돼 있었다.

 

▲ 3일 오전 삼성SDI 노조원이었던 이만신씨가 공개한 'S그룹 노조파괴문건' 일부분. 여기에는 노조원에 대한 도를 넘은 사찰내용이 고스란히 담겼다.  ©박영주 기자

 

A씨 옆에는 ‘사생활 문란, 도박으로 부채, 여자관계 복잡’이라는 문구가, B씨 옆에는 ‘술을 즐긴다’는 문구가, C씨 옆에는 ‘결혼을 올해함, 부채 많음’이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었다. 이만신씨 역시도 자신의 이름 옆에 ‘노조, 조직걸림돌, 변화거부, 비토’라는 문구가 기재돼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씨는 “삼성은 자기들이 문건을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문건을) 만든 사람 이름, 따라다닌 담당자 이름도 들어가 있다”며 “여기에는 금전관계나 여자관계, 술을 몇병 먹는다는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기록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삼성그룹이 조직적으로 특정 인물에 대한 사찰을 자행했다는 증거다. 

 

이씨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SDI에서는 회사 내에 노동조합을 결성했거나 노조결성을 시도했던 사람을 억압·격리하고 갖은 회유와 협박을 지속한 끝에 징계해고 했다. 

 

▲ 문제인력 해소실적에는 대상인력을 전향불가와 전향가능으로 나누고 얼마나 해고했는지가 수치화돼있다. (사진제공=이만신 전 삼성SDI 노동자)  

 

이러한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역시도 명단별로 리스트업이 돼 있었다. 심지어는 이를 실적화해 전체 대상인력 중 전향불가한 사람과 전향가능한 사람을 구분지어서 이들에 대한 문제인력해소가 얼마나 이뤄졌는지를 수치화해 기록했다.  

 

희망퇴직시 문제인력 해소실적 명단에는 해결방안으로 △퇴직유도 △채증 후 징계조치 △코디활동,면담 등이 기록됐다. 문제의 해결방안이 진행 중일 경우에는 ‘진행중’이라고 기재했으며, 완료됐을 때는 ‘퇴직처리 완료’라는 문구와 함께 일자가 상세히 기록돼 있었다.  

 

▲ 전향불가로 낙인찍힌 사람들에게 퇴직유도나 징계조치를 해결방안으로 기재하고, 진행 중임을 명시한 자료. (사진제공=이만신 전 삼성SDI 노동자)

 

▲ 삼성SDI는 문제인력에 대한 퇴직처리를 완료한 이후 일자까지 상세하게 기록해 놓았다. 삼성SDI의 노동권침해 행위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인 셈이다. (사진제공=이만신 전 삼성SDI 노동자) 

 

이는 삼성SDI가 조직적으로 노조원들을 리스트업하고 이들이 퇴직하도록 종용했다는 증거자료로서 가치가 있다. 

 

이씨는 “일련의 노조파괴 기획과 실행은 삼성SDI에 의해 독자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관할 군청과 노동부 등 국가기관이 삼성과 공모해 공동 실행한 것”이라며 “그룹차원에서 기획하고 전사 차원에서 일사분란하게 실행된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간곡히 청원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노동3권을 침해한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 삼성그룹 역시도 무노조 경영방침을 하루빨리 없애고 노동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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