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적끼적] 대체복무제와 양심적 병역거부

편집국 | 기사입력 2018/08/20 [14:38]

[끼적끼적] 대체복무제와 양심적 병역거부

편집국 | 입력 : 2018/08/20 [14:38]

지난 16일 이종명 의원 및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 24명이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업무에 ‘지뢰제거’ 및 ‘전사자 유해 등의 조사·발굴’ 등을 명시적으로 규정한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앞서 지난 6월 헌법재판소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현행 병역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이달 말까지 관련 규정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특히 청와대와 여권은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의 대체복구 기관으로 교도소와 소방서, 119 분야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참여연대, 민변, 전쟁없는세상 등 시민단체들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 일부 위헌 판결에 따른 기자회견을 열고 구회를 외치고 있다. (사진=문화저널21 DB/ 자료사진)

 

결국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을 놓고 정부는 공공기관, 자유한국당은 부대 내 근무를 주장하고 있어 향후 열띤 공방이 예상된다.

 

#국방은 국민의 의무, ‘대체복무제’ 논의할 필요있나

 

우리나라 국민의 4대 의무 중 하나가 바로 국방이다. 젊은 남성들이 군대를 가는 것은 법으로 정해져있다. 법은 지켜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편법을 통해 군대를 안 가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돈과 권력이 있다면 국방의 의무를 대충 끝낼 수 있다. 만약 이들보다 돈과 권력이 부족하다면 이빨을 뽑아서 안가는 방법도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이밖의 사람들에게 군대를 안 가게 해주는 또 하나의 명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양심은 헌법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 중 하나지만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국방의 의무를 저버릴 수 있는 좋은 기회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현재 여야가 제안한 대체복무제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게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현역병으로 입대할 젊은 남성 혹은 현역병에게는 ‘혜택복무제’일 뿐이다. 

 

특정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자신이 평화주의자라는 이유로 이들에게 대체복무라는 혜택을 함부로 남발해선 안 된다. 평화는 공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예비군 훈련장에 가면 성직자들도 똑같이 훈련을 받고 있다. 차라리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를 하자고 주장하는 게 상식일 듯 싶다. 임이랑 기자

 

#페널티보다 인센티브

 

군대 안 가겠다는 사람들에게 지뢰를 캐오라고 시킨다니 ‘맛 좀 봐라’는 식으로 느껴진다. 세상에서 자기 군 생활이 가장 스펙터클하고 힘들기 마련이다. 올해 병장 월급이 40만원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2년여의 시간을 희생한 대가라고 보기에는 터무니없다. 군 가산점 논란 때도 그랬고 대체복무제가 논의되는 지금도 그렇듯 군필 남성들의 분노는 여기서 출발한다.

 

군대에서 제설작업에 장비를 쓰지 않는 이유가 인건비가 더 싸기 때문이라는 우스갯소리는 현역 병사들의 처우를 잘 드러내준다. 전역을 하더라도 6년 동안 자기 시간을 빼앗기며 예비군 훈련을 받아야 한다. 복무기간을 줄여도, 봉급을 웬만큼 올려도 병역의 의무를 다한 뒤에는 모종의 피해의식이 깊게 남는다.

 

그래서 현역 입영 남성들에게 군대란 국가가 자신에게 준 페널티다. 대체복무의 한 방안으로 지뢰 제거를 시키도록 한 법안이 발의되자 마음 한쪽에서 통쾌함이 밀려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양쪽 모두에게 페널티가 되는 방식은 가장 좋지 못하다. 차라리 현역병으로 병역의 의무를 다한 남성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낫다. 만약 현역병에게 최저임금에 준하는 봉급을 준다면, 혹은 전역할 때 2천만원 정도의 목돈을 준다면 군필 남성들의 놀부 심보는 좀 사그라지지 않을까. 성상영 기자

 

#고리타분한 역설과 논리, 이젠 지겹다

 

종교적 이유로 군 복무를 거부한 이들에게 ‘지뢰 제거’가 포함된 새로운 대체복무를 주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지뢰제거, 전사자 유해 조사 및 발굴, 병원 지원 등으로 대체복무를 하게 되면 국방의 의무를 인정해주겠다는 건데 이들 종교인들은 이를 또 거부하는 눈치다. 보복성이 짙다는 것이다. 일반 복무기간도 군 현역의 1.5배 수준인데다 대체복무자에게 위험한 일을 시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이유다. 

 

역사적으로 어떠한 나라도 개인의 종교적 정치적 윤리적 이유로 병역의무 거부를 정당화시키지 않았다. 적어도 내가 속해 누리고 있는 국가의 평화는 누군가 흘린 피와 땀이 흘러 만들어낸 희생의 산물이다. “군 복무와 관련된 (총, 훈련)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라는 그들의 주장은 스스로 누리고 있을 평화자체를 부정하는 무책임한 발언이다.

 

지뢰는 지금의 평화를 억누르는 아픔의 기억이자 없어져야할 상처다. 최소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말을 계속 사용하고 싶다면 또한 평화가 유지되기를 바란다면 지금 당장 움직이길 바란다. ‘양심’이라는 테두리에 자신을 가둬놓고 특권과 환상을 고백하는 종교인들의 고리타분한 논리와 역설은 이제 지겹다. 마진우 기자

 

#금속 지뢰밭 아닌 ‘사회적 지뢰밭’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게 ‘지뢰제거 임무’를 맡긴다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을 때 대부분의 군필자들은 그들의 신념과도 부합한다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는 지뢰제거라는 목적을 달성하기에 무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이득이 없다. 

 

장비 하나로 수십만개의 지뢰를 제거할 수 있는 기술까지 보유한 상황에서 굳이 지뢰제거 임무에 병역 거부자들을 투입시키겠다는 것은 시쳇말로 ‘의도’가 보인다. 민간인들이 지뢰매설 지역에 들어갔다가 불구자가 됐다는 뉴스가 끊이질 않는 상황에서 신분만 군인일 뿐 훈련을 받지 않은 이들을 넣겠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왜 굳이 지뢰밭이어야 하는가. 금속으로 된 지뢰만 지뢰가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보이지 않는 지뢰밭’은 숱하다. 대표적으로 치매노인·장애인 돌봄 시설 등 사회공공서비스 부문의 경우 심리적·신체적 노동 강도가 극심한데다가 지원자가 없어 일손이 모자란 상황이다. 치매를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거창한 목표만이 존재할 뿐 누가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이야기는 없어 사회적 손실만 거침없이 불어나고 있다. 

 

어쩌면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이 사회적 손실을 줄여주는 ‘키’가 돼 줄지도 모른다. 양심적으로 집총이 어렵다면 누구도 가지 않는 사회적 지뢰밭인 돌봄시설로 가서 사랑과 사명감으로 복무를 하면 될 일이다. 

 

신체적으로 힘든 일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치매노인·장애인 돌봄시설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겪는 심리적·신체적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군대도 안 갔다온 병역 거부자가 뭘 알겠냐는 말처럼 돌봄시설에서 근무해보지 않은 이들이 뭘 알겠나. 지금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병역 거부자에 대한 ‘보복’이 아니라 그들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배치할 지에 대한 ‘방안’ 아니던가.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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