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자신의 회고록 관련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고 측근을 통해 밝혔다. 전 씨는 26일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 명의의 입장문을 내고, 2013년부터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27일로 예정된 재판에 나가기 어렵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씨는 회고록에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고 조비오 신부의 증언이 거짓이라고 언급했다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첫 재판은 광주지법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 각하는 절대 거짓말을 하시지 않는다
알츠하이머는 뇌가 점점 기능을 잃는 병이다. 처음에는 기억력과 인지능력이 약해지다가 나중에는 감정 조절과 신체활동 조절도 불가능해지며 서서히 죽어간다. 한때 무소불위를 권력을 누렸던 전두환이 그런 무서운 병에 걸렸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사람이 회고록을 써서 출판까지 했다는 점도 납득이 안 가지만, 그 와중에도 자신의 잘못을 조금도 뉘우치지 않는 점은 도저히 용납이 안 된다. 어쩌면 전 씨에게 광주는 잊고 싶었던 기억인지도 모른다. 약에 의존해 산다며 동정을 호소하는 사람이 마지막까지 부인하고 싶었던, 피비린내 나는 과거는 ‘산 자’에게 현재이기도 하다.
전두환은 병세와 무관하게 이미 40년 전 권력에 눈이 멀어 이성의 끈을 놓아버린 사람이다. 권좌에 오르기 위해 수천, 수만의 무고한 인명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런 자에게 사람을 헬기로 죽였는지 전차로 죽였는지는 중요한 일이 아닐 것이다. 각하는 절대 거짓말을 하시지 않았다. 성상영 기자
# 반성도 의식도 없는 전두환
27일 오후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을 예정이었던 전두환이 하루 전에 발을 뺐다. 26일 전두환의 부인 이순자는 민정기 전 비서관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알츠하이머 때문에 법정 출석 불가능을 통보했다.
요약하자면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법정까지 너무 멀다는 것이다. 이는 엄연한 사법농단이다. 대한민국 어떤 형사피의자가 출석 하루 전에 공식적인 절차도 아닌 기자들에게 법원에 “못가겠다”고 당당하게 통보하는가.
변명도 기가 찬다. 전 씨가 2013년부터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것인데, 지난해 출간된 회고록은 뭔가. 전 씨의 이번 재판도 지난해 작성한 회고록에 수록된 내용이 발단이었다. 정신이 오락가락한 상태에서 만들어진 회고록이라면 애초에 세상에 공개를 하지 말고 일기로만 간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전 씨는 결국 고작 재판받기가 두려워 갖가지 핑계를 내어놓는 꼴이 되어 버렸다. 반성도 의식도 느낄 수 없는 노인에게 희생당한 무고한 시민의 목숨을 생각하면 단말마의 비명소리라도 듣고 싶은 심정이다. 최재원 기자
# 광주가 싫은 전두환, 일단 법정에 나오라
전두환이 ‘알츠하이머’에 걸려 투병중인 상황이라며 재판 출석을 거부했다. 작년 4월에 분명히 전두환 회고록이 세상에 나왔는데 5년째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었다니 선뜻 납득하긴 어렵다.
치매를 앓고 있다며 동정심에 호소하려는 측면이 있겠지만, 국민 입장에서는 괘씸하기 짝이 없다. 광주민주화 운동을 ‘광주사태’로 칭하는 전두환과 이순자의 인식은 이번에도 여전했다. “광주에 지방민심이 있다. 공정성을 믿을 수 없다”며 본심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는 명목일 뿐, 그냥 광주라는 공간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누군가에겐 잊고 싶었고 잃어가는 기억일지 몰라도 누군가에겐 지우고 싶어도 지워지지 않는 악몽이기에, 기억의 유무와 달리 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공개된 장소에 불려 나와 동문서답하는 모습을 국민들도 보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는 전두환‧이순자의 궤변에 국민들은 일침을 놓는다. 횡설수설해도 되니 일단 법정에 나오라고. 박영주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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