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요금 인상폭 논의 중
교통수단 중 만족도 가장 낮아
승차거부 등 서비스 개선부터
요금 올라도 택시기사 몫 적어
서울시 택시 기본요금이 현행 3000원에서 내년부터 4000원 안팎으로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2400원에서 3000원으로 600원(24%) 오른 이후 5년 만의 인상이지만, 벌써부터 여론이 들끓고 있다.
서울시 택시 관련 노조·사용자·시민단체·전문가·시 간 협의체인 노사민전정협의체는 지난 2일 택시 요금 인상 방안을 논의했다. 협의체는 택시 기본요금을 3900원(30% 인상)과 4000원(33.3% 인상)으로 올리는 두 가지 안을 놓고 토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강의 윤곽은 기본요금 인상과 더불어 할증 시점이 자정에서 오후 11시로 1시간 앞당겨지고, 현행 142m 당 100원인 주행요금도 최고 135m 당 100원까지 오르는 등의 내용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된 이후 “인상폭과 시기는 정해진 바 없다”며 긴급 진화에 나섰지만, 요금인상 자체는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5년 동안 동결을 거듭해 오다 요금인상 논의가 이제 첫 발을 뗀 셈인데도 이를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들은 요금만 올리고 서비스는 나아진 게 없다는 반응이고, 택시기사들은 사납금 인상과 승객 감소를 우려하는 모습이다.
시민들의 택시에 대한 평가는 냉혹하다. 버스·지하철 등 다른 교통수단과 만족도를 비교해 보면 택시는 매년 꼴찌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2007년부터 가장 최근 통계가 나온 2016년까지 10년 동안 세 교통수단의 만족도 추이를 분석한 결과 유일하게 택시만 10점 만점에 5점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버스와 지하철은 6점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택시의 불편신고 건수는 버스를 압도한다. 서울시 교통불편 민원신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택시 불편신고 건수는 2만 2420건에 달한다. 버스의 신고 건수 8725건의 두 배가 넘는다. 신고 사유로는 승차거부(6906건)와 불친절(7567건)이 압도적으로 높다. 2010년 4만 550건을 기록한 이후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택시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불만은 크다.
택시를 모는 운전기사들에게도 요금인상은 걱정거리다. 요금이 오르더라도 승객이 그만큼 줄고, 회사는 사납금을 올릴 것이라는 우려다. 이 때문에 서울시 노사민전정협의체에서는 요금인상이 택시기사들의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6개월 간 사납금을 동결하는 안이 언급됐다.
그러나 과거 사례를 분석한 결과 택시요금 인상의 효과는 미미했다. 2015년 국토교통부가 민간에 의뢰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11월 기준 법인택시 1대가 1시간 동안 벌어들인 운송수입금은 1만 4192원이었다. 2011년 7월에는 시간당 운송수입금이 1만 4784원이었다. 2009년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1900원에서 2400원으로 올랐지만, 시간당 운송수입금에는 큰 변화가 없었었다.
기본요금이 3000원으로 올랐을 때도 비슷했다. 2014년 6월 측정된 시간당 운송수입금은 1만 6289원이었다. 2011년 7월보다는 1505원 늘어났지만, 이는 일종의 착시효과다. 같은 기간 법인택시 운전자 수는 4만 692명에서 3만 8351명으로 2341명 줄었다. 운전자 수가 줄어들면서 운행이 이루어지는 택시의 수가 감소하고, 택시 1대가 버는 금액이 늘어난 것이다.
시간당 운송수입금에 변화가 없다는 얘기는 택시기사들이 가져가는 수입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는 뜻이다. 서울 법인택시 운전기사의 월수입은 2008년 189만 2천원에서 2011년 180만 1천원, 2014년에는 177만 8천원으로 오히려 줄었다.
이와 관련해 한 전문가는 “택시요금을 올린다고 해서 운전자의 몫으로 돌아가는 것은 없다”며 “노동시간 단축과 운송수입금 전액관리제(택시기사가 하루 동안의 운송수입 전액을 회사에 납입하고 일한 만큼 월급을 받는 방식) 정착이 운전기사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지름길”이라고 조언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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