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적끼적] 국회로부터 날아든 국정감사 초대장

편집국 | 기사입력 2018/10/15 [08:11]

[끼적끼적] 국회로부터 날아든 국정감사 초대장

편집국 | 입력 : 2018/10/15 [08:11]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첫 국정감사가 지난 10일부터 열리고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장에서 제기된 이슈가 지면을 달구는 모습이다.

 

올해 국정감사는 시작 전부터 증인·참고인 목록에 대중에게 익숙한 두 이름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첫 날에는 선동열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나왔고, 셋째 날인 12일에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증인도, 참고인도 아니지만 벵갈고양이도 깜짝 등장했다.

 

국정감사는 1년 동안 정부와 국가기관의 살림을 되짚어보고 잘못한 일은 내 시정토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국회의원 모두가 두 눈을 부릅뜨고 감시자가 된다.

 

한편으로는 국정감사가 국회의원들을 스타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존재감을 드러내기에 국정감사만큼 좋은 기회는 없다. 그래서 피감기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두 번 세 번 꼼꼼히 검토하고, 날카로운 질문 한 방을 준비한다.

 

올해에는 지난해 시행된 증인신청 실명제로 인해 특정 증인·참고인을 신청한 의원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선동열 감독(증인)은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 그리고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출석을 요구했다. 백종원 대표(참고인)는 민주당 백재현 의원과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의 호출을 받았다. 화제의 벵갈고양이는 김진태 의원이 데리고 나왔다.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 지극히 낮은 수준의 촌극(ㅋㅋㅋ)

 

올해도 여전히 재벌총수 또는 재벌2세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신청을 두고 정쟁을 벌이는 의원들의 모습이 국민들에게 비춰지고 있다.

 

참고인이든 증인이든 국민들이 궁금해 하거나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으면 호출하면 그만이다. 재벌총수는 국가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만큼의 영향력을 가진 인물인데다 어려운 시절 국가의 혜택을 받아 성장한 정통적 재벌에게 투명한 경영은 필수다.

 

“국정 감사에서 민간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세우려 하고 있어 우려를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기업인들이 과도하게 국정감사장에 불려올 경우 기업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몇 년 전 재벌을 대변하는 단체가 국감 증인신청을 앞두고 한 말이다.

 

역시나 국정감사가 시작되자 증인으로 채택된 재벌총수들은 국감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우리 재벌총수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해외 출장일정을 잡았다. ‘참석하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인식 혹은 ‘찔리는 구석’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차피 불러도 오지 않을 재벌총수에게 괜한 정쟁으로 힘 빼지 말자. 국민들도 복잡하고 빠듯한 대한민국에서 그들의 부패와 꼼수의 객관적 사실관계는 당사자의 참석 여부만으로도 판단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어차피 안될꺼라면 정말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 잘못된 것, 알고 넘어가야 하는 것들을 실속 있게 챙겨보자. 그것이 수준이고 능력이다. 참고로 ‘뱅갈 고양이’쇼는 일반적인 지극히 평범한 국민들은 이해할 수 없는 지극히 낮은 수준의 촌극이었다. / 최재원 기자

 

# TV로 맨날 보는 백종원, 국회로 불러야만 했나

 

골목상권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지원할 수 있을지, 해답을 듣기 위해 백종원 대표를 국회로 부른 의지는 좋았다.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백종원 대표는 거침없이 명료하게 답변했다. 

 

"인구당 매장수가 너무 과도하다", "외식업을 쉽게 할 수 있는 상황이 문제다. 겁 없이 준비 없이 한다", "양보는 좋은 생각이 아니다. 같이 살려면 본사와 분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의원들의 칭찬이 쏟아졌다. 

 

하지만 아쉬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백종원 대표의 말들은 이미 현장에서 나올대로 나왔던 답변이고 그에 대한 해결책은 백 대표가 아닌 국회가 내놓아야 했던 것이기에 '보여주기'로 보일 수밖에 없다.   

 

단적인 예로 백종원 대표가 국회에 출석한 날, 편의점 80m 근접 출점제한이 물거품이 됐다. 공정거래법상 담합에 해당됐기 때문인데 개정안이나 특별법 발의로 이러한 부분을 해소하는 것이 국회의 일이다. 하다못해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중소기업중앙회나 공정거래위원회를 혼내는 것이 더 국회의 역할에 충실한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1년에 한번 열리는 국정감사, 백종원 대표를 국회로 불러 뻔한 답변을 들을 것이 아니라 감사에 집중하고 해결책을 논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 박영주 기자

 

# 그 사랑은 잘못됐다

 

지난달 대전의 한 동물원에서 퓨마 한 마리가 탈출했다가 결국 사살됐다. 퓨마가 죽자 사람들은 굳이 죽일 필요가 있었으냐며 당국을 비판했다. 퓨마 탈출사건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김진태 의원이 나섰다. 그는 국감장에 퓨마를 대신해 벵갈고양이를 데리고 나왔다. 2014년 뉴트리아에 이어 4년 만에 동물이 나온 것이다. 김 의원은 당국의 과잉대응을 지적했다.

 

사실 그가 던진 질의의 핵심은 퓨마 탈출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열린 시간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보다 빨랐다에 가깝다. 질의를 받은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NSC 소집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벵갈고양이의 국회 출석(?)은 곧바로 주목을 받았다. 동물학대 논란도 일었다.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지는 국감장 한가운데 고양이를 좁은 우리 안에 넣어 갖다 놨다.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뜬 고양이의 얼굴은 애처로워보였다. 김진태 의원은 곧바로 페이스북에 고양이는 밥도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말라며 인증샷을 올렸다.

 

김 의원은 이번 국감을 통해 자신의 동물사랑을 과시했다. 그런데 국감장에 굳이 살아있는 고양이를 데려갔어야만 했을까. 고양이가 지금 잘 지내는지도 중요하지만, 당시의 상황이 고양이에게 어떠했는지가 핵심이다. 그 벵갈고양이는 퓨마도 아니면서 억울하게 국회에 나와 말 한마디 못하고 몇 시간 동안 있었다. 아무리 관심을 받고 싶어도 그러면 안 된다/ 성상영 기자

 

#질문부터 잘못된 국정감사

 

국회의원에게 있어 청문회와 국정감사는 ‘전국구 스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공 청문회의 스타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처럼 청문회 및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에게 ‘전국구 스타’의 등용문이 됐다. 

 

특히 올해 열렸던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있어 대한민국 야구대표팀의 병역과 관련해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대표팀에 들어갈 실력이 안 됨에도 불구하고 병역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야구 국가대표팀이 이용됐다는 것에 수많은 국민들이 야구대표팀에 분노했다.

 

하지만 선수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어느 대회에서든 항상 비판이 뒤따랐다. 그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졌다. 

 

백번양보해 선동열 감독을 증인으로 채택한 것까지도 좋다. 하지만 질문의 초점이 틀렸다. 국민들이 분노한 것은 선동열 감독이 야구대표팀을 맡았기 때문이 아니다. 

 

일례로 야구강국이라 불리는 이웃나라 일본은 아시안게임의 형평성과 취지에 맞춰 사회인 야구단을 보낸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열릴 아시안게임에 우리나라 야구대표팀을 고등학생 혹은 대학생으로 구성해보는 게 어떨지 물어보는 게 맞을 듯하다. 또는 현재 아시안게임 대표팀 선수 선발의 문제점을 물어보는 게 나았을 것이다. 물론 증인의 답변이 성실하지 못할 수 있다. 

 

전국구 스타로 올라서기 위해선 이름값 높은 증인도 필요하겠지만 질문의 초점이 중요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이번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 든다. /임이랑 기자

 

문화저널21 편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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