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의 시대읽기] 티끌 모아 태산

손봉호 | 기사입력 2018/10/15 [08:15]

[손봉호의 시대읽기] 티끌 모아 태산

손봉호 | 입력 : 2018/10/15 [08:15]

손봉호 박사(사진)는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를 거쳐 서울대학교에서 사회철학과 사회윤리학을 가르쳤으며, 한성대학교 이사장, 동덕여자대학교 제6대 총장을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현재는 고신대학교 석좌교수, 기아대책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다른 가정의 사생활에 대해서 별 관심을 쓰지 않지만, 오래 살다 보니 많은 가정을 알게 되었다. 하나 눈에 띄는 것은 그들 대부분 씀씀이가 우리 집보다 헤프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가정들 가운데는 경제적으로 좀 어려운 집도 있어 안타깝다.

 

우리는 지독하리만큼 아끼며 산다. 여름에 냉방기를 틀지 않고 겨울에도 좀 춥게 산다. 외식을 자제하고 하더라도 비싼 것은 피한다. 내 돈으로는 커피숍 커피를 마시지 않고 비상 상황이 아니면 호텔 음식을 먹지 않는다. 태양광발전시설을 설치해 전기를 절약하고 빗물 통을 설치해 지하수도 아낀다.

 

40년이 넘은 진공청소기를 사용하고 50년 전에 산 셔츠를 아직도 입는다. 30분만 안 써도 컴퓨터를 끄고, 전기플러그에 스위치를 달아 잘 때는 반드시 전원을 끈다. 자동차는 소형차를 몰고 다니며 긴 정지 신호에는 엔진을 끈다.

 

나의 이런 절약 정신은 어릴 때의 경험에서 생겼다. 어려웠던 시대를 가난하게 보냈기에 돈을 넉넉하게 가져본 적도, 써본 적도 없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거름으로 쓰기 위해 길에 떨어진 소똥을 주우러 다녔다. 어머니는 “돈을 쪼개 쓰라”고 말씀하셨다. 만 원짜리를 쪼개면 2만 원이 된다. 즉 2만 원의 효과를 낼 만큼 만원을 아껴 쓰란 말씀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네덜란드에서 보낸 8년의 세월이다. 그 나라 국민은 전 세계에서 구두쇠로 유명하다. 아무리 부자라도 사과를 궤짝으로 사는 것을 보지 못했다. 대학 교내식당에서 한 번 돈을 내면 얼마든지 더 먹을 수가 있는데도 내가 먹다 남은 음식을 화란 친구가 먹는 것을 보았다. 음식 남기는 것을 용인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친구의 집에 초청을 받아 하룻밤 자는 데 영하의 온도에도 난방을 하지 않아 양복을 입고 이불을 뒤집어쓴 체 침대에 들어간 적도 있다. 

 

그렇게 아껴 봤자 큰돈이 모일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나는 “티끌 모아 태산”이란 속담을 믿는다. 평생 그렇게 절약하니 교회 헌금과 기부금보다 생활비가 적게 들었다. 결혼 후 첫 번째 집을 지은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빚을 져 본 일이 없다. 그리고 그 빚도 안간힘을 다하고 철저히 절약해서 얼른 갚았다. 나는 빚지는 것을 지극히 싫어한다. 나 개인과 우리 집은 말할 것도 없고 내가 대표로 있는 기관도 가능한 한 빚을 지지 않도록 한다. 이자 돈은 버리는 돈과 다름없어 보인다.

 

많은 사람이 나의 절약을 나무란다. 모두가 그렇게 살면 자본주의 경제가 거덜 난다고 한다. 나는 경제학자가 아니므로 그렇게 지독하게 아끼는 네덜란드와 독일의 경제는 왜 유럽에서 가장 탄탄하고, 풍덩풍덩 소비 잘하는 그리스, 스페인, 이탈리아 경제는 왜 휘청거리는지 모르겠다. 소비가 미덕이란 말은 아직 실증되지 않은 것 같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소득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주로 아끼기 때문에 부자가 되었다. 부자란 돈 걱정 없이 살고 어려운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부자가 되면 돈에 비겁할 필요가 없다. 돈 때문에 양심을 팔거나 아첨할 필요가 없다. 모든 사람이 다 나처럼 부자가 될 수는 없지만, 큰 장애가 없는 한 누구든지 검소하게 살면 어느 정도 부자는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검소하기에 돈이 모이고 돈이 있어도 돈을 쓸 곳이 적기에 부자가 된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부자 되는 방법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기에 병이 날 수 있고, 병이 나면 돈을 많이 써야 하기에 효과가 별로 없다. 아끼는 방법이 훨씬 낫다. 

 

내가 돈을 아끼는 것은 돈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모든 돈은 노동의 대가고, 노동은 중요하고 신성하다. 나도 공돈이 생기면 기분이 좋지만, 그것이 옳지 않기에 받지 않는다. 네덜란드 유학 시절, 대학이 제공하는 장학금을 사절하고 조교로 일하면서 월급을 받아 공부했다.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돈은 장애인처럼 노동력을 상실한 사람만이 받을 권리가 있다. 나도 인플레이션 덕에 집 지을 때 진 빚을 쉽게 갚았지만, 그것은 결코 공정하지 못했다. 빚을 갚는 마음으로 열심히 세금을 바쳤고 더 바칠 용의가 있다. 

 

나는 돈을 아끼되 수전노(守錢奴)가 되지 않으려고 애쓴다. 돈의 노예가 되는 것은 자신을 경멸하는 것이다.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 써야 할 곳에는 돈을 써야 한다. 아들 결혼식 때나 장모 장례식 때는 축의금과 조의금을 받지 않았지만, 다른 사람의 결혼이나 장례에는 부조한다. 특히 가난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부조를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모든 소비는 환경을 오염시킨다. 환경오염은 인류가 당면한 가장 큰 재난이기에 절제는 오늘날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미덕이기도 하다. 그리스도인 가정은 모두 노랑이가 되기 바란다.

 

*본 내용은 <주변으로 밀려난 기독교>에 수록되었던 원고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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