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의 시대읽기] 한국 교회를 타락시킨 돈

손봉호 | 기사입력 2018/10/30 [08:15]

[손봉호의 시대읽기] 한국 교회를 타락시킨 돈

손봉호 | 입력 : 2018/10/30 [08:15]

손봉호 박사(사진)는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를 거쳐 서울대학교에서 사회철학과 사회윤리학을 가르쳤으며, 한성대학교 이사장, 동덕여자대학교 제6대 총장을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현재는 고신대학교 석좌교수, 기아대책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한 여인이 남편 둘과 시어머니를 독살하고 또 다른 시어머니와 심지어 자신의 친딸조차 독살하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였다. 또 어떤 남자는 동생이 엽총으로 형의 가족을 총살했다. 역시 돈 때문이었다.

 

청해진 해운은 승객 476명을 세월호에 태우고 항해하다 사고를 내어 300여 명의 생명을 희생시켰다. 돈을 좀 더 버느라 안전을 소홀히 한 것이 원인으로 추측된다. 만약 돈이 없었다면 오늘날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범죄와 사고는 상당 부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딤전 6:10)란 성경의 가르침은 매우 확실하게 실증되고 있다.

 

철학자 로크에 의하면 오늘날 모든 사회의 가장 큰 문젯거리로 대두되고 있는 빈부격차도 돈 때문에 생겨났다고 했다. 돈이 없었더라면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이 꼭 필요한 만큼만 생산하고 소유했을 것이다. 더 많이 가져봐야 다른 것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이라는 매개체가 생겨나면서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생산해서 돈으로 바꾸고 그것으로 미래의 수요에 대비하고 다른 것을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한다. 음식이나 의복 등은 오래 보관할 수 없지만, 돈은 썩지 않으므로 한없이 축적할 수 있게 되었고, 돈이 생산 수단이 되자 돈이 돈을 버는 상황이 벌어져서 빈부의 격차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설득력 있는 설명이다.

 

과거에도 돈이 인간 욕망의 대상이었지만 오늘날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큰 유혹 거리가 되었다. 거의 모든 가치가 돈으로 환산될 수 있게 되어서 돈만 있으면 거의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분, 지식, 명성, 사랑, 우정같이 과거에는 돈으로 살 수 없었던 것이 오늘날에는 상품이 되고 말았다. 그러므로 재물, 명성, 권력, 쾌락 등 이 세상에 인간을 유혹하는 수많은 것들에 대한 욕망이 이제는 돈에 대한 욕망으로 집중되고 있다.

 

돈만 있으면 그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런 것 하나하나를 따로 추구하기보다는 돈을 추구하는 것이다. 심지어 자기 삶의 목적이 무엇이며 자신이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 확실하지 않은 경우에도 일단 돈을 모으려 한다. 후에 그런 것이 확실해질 때 바로 돈을 투입하면 쉽게 얻고 달성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돈이 만능열쇠로 승급되자 이제는 돈 버는 것 그 자체가 삶의 목적으로 둔갑했고 돈을 가치 있게 쓰는 사람이 아니라 돈을 많이 가진 사람이 선망과 존경의 대상이 되었다.

 

만능열쇠가 된 돈은 사람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중요한 능력으로도 인식되게 되었다. 범죄한 인간은 가인처럼 하나님의 보호를 벗어나고 하나님의 약속을 의심하게 된다. 그 때문에 인간은 생존과 의미 있는 삶을 위협받고 존재론적 두려움에 떨게 된다. 바로 이런 두려움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하나님을 찾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하나님 대용품을 설정한다. 그것이 바로 성경이 말하는 우상이다. 철저히 세속화된 오늘날에는 근본주의적 모슬렘과 같은 소수를 제외하고는 돈이 가장 매력적인 우상으로 부상하게 되었다. 

 

전 세계에서 한국인만큼 돈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없는 것 같다. 2008년 4월 8일 일본청소년연구소가 한국, 일본, 미국, 중국의 고교생 1,000-1,500명을 대상으로 의식 조사를 한 결과 한국 학생의 50.4퍼센트는 “부자가 되는 게 성공한 인생”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일본 학생의 33퍼센트, 중국의 27퍼센트, 미국의 22.1와 크게 비교되는 수치다.

 

그리고 “돈을 벌기 위해선 어떤 수단을 써도 괜찮다”는 것에도 한국 학생은 23.3퍼센트가 동의해서 미국 21.2퍼센트, 일본 13.4퍼센트, 중국 5.6퍼센트보다 높았다. “돈으로 권력을 살 수 있다”는 항목에도 한국 학생은 54.3퍼센트나 동의했는데, 미국, 일본, 중국은 30퍼센트 정도가 동의했다 한다. 

 

돈은 영합적(zero-sum)으로 분배되는 최하위 가치로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기 때문에 한국인 대부분이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린다. 여러 분야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이 매우 불행한 이유도 바로 돈이라는 우상을 숭배하는 데서 생기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더 놀라운 것은 한국 그리스도인 상당수가 돈을 섬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그들은 돈을 우상이 아니라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들의 숭배를 정당화한다. 예수님은 이미 “하나님과 재물을 겸하여 섬길 수 없음”을 지적하심으로 재물이 하나님을 대신하는 우상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셨다(마 6:24). 사실 성경의 모든 경고 가운데 재물에 대한 탐심만큼 많은 것도 없다. 그런데도 성경을 강조하는 한국 교회가 성경의 가장 심각한 경고를 무시하는 것이다. 

 

돈을 우상으로 섬기는지 아닌지를 식별할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성경이 금하는 거짓말이나 불공정한 행위를 감행하는지의 여부를 보면 안다. 총회장이나 단체장이 되기 위해 뇌물을 쓰는 것, 회계 부정 때문에 교회 재정 상황을 공개하지 않는 것 등은 이는 하나님보다 돈을 더 중시하는 행위다.

 

구약시대 이스라엘은 타락할 때 반드시 주위에 있는 이방인들이 섬기는 우상을 섬겼다. 그것은 모든 시대의 교회에 적용된다. 지금 한국 교회는 돈을 우상으로 섬기는 모습으로 타락하고 있다. 그러므로 교회가 돈을 무시하기 전에는 결코 개혁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타락은 사회에도 해를 끼친다. 오늘의 세속 사회가 자본주의를 포기할 수는 없으나 적어도 기독교만은 돈 우상을 몰아내야 자본주의가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본 내용은 <주변으로 밀려난 기독교>에 수록되었던 원고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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