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의 시대읽기] 그리스도의 몸

손봉호 | 기사입력 2018/12/24 [08:30]

[손봉호의 시대읽기] 그리스도의 몸

손봉호 | 입력 : 2018/12/24 [08:30]

손봉호 박사(사진)는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자유대학교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를 거쳐 서울대학교에서 사회철학과 사회윤리학을 가르쳤으며, 한성대학교 이사장, 동덕여자대학교 제6대 총장을 역임했다.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현재는 고신대학교 석좌교수, 기아대책 이사장 등을 맡고 있다.


어느 교회 교역자의 도덕적 잘못을 지적하다 그 교회 권사 한 분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남의 교회 일에 간섭하는가?” 하고 물었다. 말이 되는 항의인 것 같다. 남의 집안일이나 남의 나라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다. 나는 “그 사건 때문에 한국 교회 전체가 욕을 먹고 나도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 손해를 보기 때문에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별로 설득을 당하는 것 같지 않았다. 

 

성경은 분명히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가르친다(엡 1:22-23; 4:12, 16; 롬 12:3-5; 고전 12:12-26). 그리스도께서 몸으로 이 세상에 오셔서 사역하셨고, 승천하신 후에는 교회를 통해 이 세상에서 사역하신다. 그러므로 교회는 예수님이 살아 계셨을 때 그 몸이 감당했던 기능과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그런 관점은 천주교나 개신교 신학에서 견해차나 논란이 없다. 개신교나 천주교가 다 같이 고백하는 사도신경에 ‘거룩한 공교회’를 믿는다는 구절이 있는데 공교회란 바로 그리스도의 몸인 보편교회를 뜻한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는 참 그리스도인들의 모임으로 개교회를 초월하는 영적 공동체다. 원칙적으로 모든 참 그리스도인들과 모든 지역의 개 교회는 모두 그 공교회의 지체들이다. 그러므로 그 권사는 나에게 ‘남의 교회’에 간섭한다고 주장할 수가 없다. 그 ‘교회’ 교인들과 나는 다 같이 보편적인 교회의 구성원이기에 우리는 같은 교회의 교인들이다.

 

물론 개교회의 예배당은 어떻게 지어야 하고 찬양대는 어떤 찬송을 불러야 하는가 같은 것에 간섭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지만, 성경이 교회와 성도에게 분명하고 확실하게 요구하는 도덕성에 관해서는 관심을 가지고 잘못을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므로 그 권사는 내가 ‘비판’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비를 걸 수 있으나 ‘남의 교회’ 일에 간섭한다고 항의하는 것은 잘못이다. 

 

그 권사가 그런 항의를 한 것은 한국 교회가 교회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보편교회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 못하고 존중하지도 않는다. ‘주님의 몸 된 교회’란 말이 거의 입버릇처럼 되어 있지만, 거의 예외 없이 자신들이 속한 개 교회를 그렇게 이해한다. 물론 개교회가 보편적인 교회의 본분에 충실하고 그리스도의 사역을 성경적으로 잘 감당하면 ‘그리스도의 몸’이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의 비판을 ‘남의 교회 간섭’이라 할 정도로 개교회 하나하나를 그리스도의 몸 혹은 사도신경이 말하는 ‘거룩한 공교회’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 않다.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가 한 분인 것처럼 거룩한 공교회는 하나뿐이다. “몸은 하나인데 많은 지체가 있고 몸의 지체가 많으나 한 몸임과 같이 그리스도도 그러하니라”(고전 12:12). “몸이 하나요 성령이 한 분이시니 이와 같이 너희가 부르심의 한 소망 안에서 부르심을 받았느니라”(엡 4:4). 

 

성경이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이라 할 때 특히 강조하는 것은 교회의 연합이다. 그 연합은 모래알이 모여 무더기가 된 것 같은 기계적(mechanic)인 집합이 아니라 동물의 몸이나 건물처럼 유기적(organismic)인 조직이다. 고린도전서 12장은 교회를 사람의 몸에 비유하고 에베소서 2장 21-22절은 건물에 비유한다. 몸과 건물의 공통점은 모든 부분이 상호의존적이란 것이다.

 

심장이 없으면 위가 기능할 수 없고, 위가 없으면 심장이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없다. 건물도 그렇다. 기둥이 없으면 지붕이 제자리에 있을 수 없고, 지붕이 없으면 기둥도 기둥이라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래 서 있지도 못한다. 그러므로 지붕은 기둥보다 덜 중요하다 할 수 없고, 심장은 중요하고 위는 그보다 덜 중요하다 할 수 없다. 그 어느 것도 다른 것 없이 기능할 수 없고 존재할 수도 없다.

 

모든 지체가 갖추어져야 몸이 생존할 수 있고 모든 지체가 제대로 건강하게 제 역할을 잘 감당해야 몸이 그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이처럼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는 전체가 하나가 되어 머리인 그리스도의 명령에 따라 움직여야 한다. 

 

전 세계의 모든 성도와 교단, 교회들은 비록 물리적으로나 조직으로 하나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영적으로 하나가 되어 서로 의지하고 도우면서 그리스도의 남은 사역을 감당해야 한다. 그러므로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난 것을 주장하는 이단이면 몰라도 전통적인 정통교리를 신조로 고백하는 모든 성도와 교단 및 개 교회들이라면 적어도 한 머리이신 그리스도를 섬기는 한 몸에 속해 있음을 인식하고 최소한의 유대감이라도 가져야 한다. 

 

그런데 오늘날 세계 교회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 교회도 하나 되지 못하고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조차 없다. 산산조각으로 분리되어 서로 경쟁하며 싸우고 있다. 눈과 귀가 따로 놀고 손과 발이 서로 싸우는 형국이다. 특히 한국 교회가 섬기고 있는 ‘우리 교회라는 우상’은 그리스도의 몸으로서의 교회와는 거리가 너무 멀다.

 

한국 기독교계 전체는 고사하고 개 교회 차원에서도 그리스도의 몸이란 사실을 인식하지 않고 한 몸이 되려고 노력하지도 않는다. 성경의 가르침에서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만큼 무시되는 것도 없지 않나 한다.

 

*본 내용은 <주변으로 밀려난 기독교>에 수록되었던 원고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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