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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다툼만 있던 최저임금 결정체계, 31년만에 바꾼다

전문가 구간설정위가 상하한 구간 설정하면 결정위가 최종심의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9/01/08 [10:28]

노사다툼만 있던 최저임금 결정체계, 31년만에 바꾼다

전문가 구간설정위가 상하한 구간 설정하면 결정위가 최종심의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9/01/08 [10:28]

전문가 구간설정위가 상하한 구간 설정하면 결정위가 최종심의

최저임금 인상 구간은 국제노동기구 기준 및 통계분석 참고키로 

경영자들은 긍정적 반응, 노동자들은 거센 반발…갈등 예고

 

노동자와 사용자간의 의견차이로 매번 한쪽이 참석하지 않고 날선 대립만 반복해왔던 ‘최저임금 결정체계’가 31년 만에 개편된다. 

 

지금까지는 근로자위원과 사용자 위원의 주장이 팽팽한 상황에서 한쪽이 합의나 표결에 참여하지 않아 반쪽짜리 합의에 그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개편안에서는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합리적인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설정하고, 결정위원회가 최종 심의를 진행한다.

 

© 신광식 기자

 

지난 7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 초안을 발표하고 “30년만에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논의하는 것인 만큼 충분히 의견 수렴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현재의 최저임금 결정체계는 30년전 최저임금제도가 처음 시행된 1988년 당시 그대로다. 현재의 고용과 경제 상황은 그 당시와는 현격한 차이가 있고, 최저임금이 각종 사회보장제도의 지급기준으로 작동하고 있어 최저임금이 미치는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사 간 의견 차이만 부각시키고 있는 현재의 결정체계를 개편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한다”고 이번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최저임금위원회에서는 지난해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이 추천한 18명의 전문가로 최저임금 제도개선 TF를 구성하고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개편방안을 논의했다. 

 

해당 개편안은 끝내 의결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정부는 해당 권고안을 토대로 ILO(국제노동기구) 최저임금 결정협약과 외국의 최저임금 제도를 참고해 이를 보완했다.

 

개편논의 초안의 핵심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노동계와 경영계가 각각 요구하는 방안을 중심으로 서로 양보하라는 식으로 싸움을 하던 기존 심의과정이 전면 개편돼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가 최저임금 상‧하한 구간을 설정한다. 

 

구간설정위원회는 연중 상시적으로 통계분석 및 현장모니터링을 거친 뒤, ILO 최저임금 결정협약 등을 반영해 고용수준‧경제상황‧사회보장급여 현황 등을 결정기준에 명시적으로 추가 보완할 방침이다. 

 

기존에는 단순히 근로자의 생계비나 노동생산성 등을 중심으로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졌다면 향후에는 최저임금 인상이 미치는 물가인상폭이나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이 고려된다. 쉽게 말해 최저임금을 급격히 인상함으로써 물가가 동시다발적으로 인상되고 고용시장이 경직되는 부작용들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구간설정위원회가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저임금 인상의 최소치와 최대치를 설정해 제안하면 결정위원회가 이 범위 내에서 심의를 진행한다. 이로 인해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최저임금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게 정부의 설명이다. 

 

심의를 진행할 결정위원회의 위원 선정 역시도 보다 투명하게 진행돼 노사 양측에서 불거지던 공정성 문제를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노동자위원 9명과 사용자위원 9명 외에 ‘공익위원 9명’을 정부가 단독 추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이 공정성 논란을 빚으면서 문재인 정부는 공익위원에 대해 국회가 일정규모 추천권을 행사하거나, 노사단체가 공익위원 선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추천권을 공유할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위원 구성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청년‧여성‧비정규직 근로자와 중소‧중견기업‧소상공인 대표를 반드시 포함하도록 법률적으로 명문화 시킬 계획이다. 

 

정부는 “최저임금 결정기준들이 보완되고 구간설정위원회에서 전문가의 역할이 커짐과 함께 계속 논란이 돼왔던 결정위원회 공익위원 추천권을 국회나 노․사가 공유한다면 그간 최저임금 결정과정에서 반복돼 왔던 소모적인 논쟁들은 상당부분 감소될 것”이라 기대했다. 

 

이어 “30여년 만에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논의하는 것인 만큼, 충분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논의 초안에 대해 이번주 1월10일 전문가 토론회를 시작으로 전문가 및 노사 토론회, TV 토론회, 대국민 토론회 등을 1월 중에 집중적으로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해 국회앞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조정 논의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대회를 열고 있는 모습.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경영자들은 긍정적 반응, 노동자들은 거센 반발

경제계 “의미있는 기초안” vs 노동계 “개악안 폐기해야”

개편안에 뿔난 양대 노총, 문재인 정부 향한 대투쟁 예고

 

이러한 정부 개편안에 대해 경영자단체와 노동자단체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입장문을 통해 “의미있는 협의 기초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긴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경총은 “그간 우리 최저임금 수준 자체가 크게 높아진 만큼, 향후 공론화 과정에서는 기업의 지불능력‧고용여력‧생산성 같은 요인에 대한 고려가 보다 중점적으로 다루어져야 한다”며 “구시대적 최저임금 산정기준과 임금체계의 합리적 개편이 우리나라 최저임금제도의 선진화를 이루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그에 반해 양대 노동조합총연맹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개악안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내갈길 간다고 선포했다’며 날선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노총은 “최저임금은 저임금노동자의 생명줄로써 민생현안이자 국가 및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정책이기 때문에 제도변경 시 당사자와 충분한 논의와 합의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러한 과정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개악안을 발표했다”며 즉각폐기를 촉구함과 동시에 저지를 위한 투쟁을 전개해갈 것이라 경고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결국 내 갈길 간다고 선포했다. 저임금 노동자 생활안정을 위해 보다 적극적인 일부 제도보완을 하기는커녕 오히려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악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최저임금 1만원을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 지적했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폭은 통계와 분석이 필요한 전문가의 연구, 분석 영역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저임금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우선적으로 반영돼야 한다”며 정부가 전체 노동자 대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 날을 세웠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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