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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勞란 신호등] 9호선 또 파업, 시민 볼모로 한 범인을 찾아라

노사갈등인 듯 노사갈등 아닌 서울9호선운영(주) 파업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9/01/16 [18:12]

[勞란 신호등] 9호선 또 파업, 시민 볼모로 한 범인을 찾아라

노사갈등인 듯 노사갈등 아닌 서울9호선운영(주) 파업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9/01/16 [18:12]

 

노조 설립 3년 만에 파업 두 번

들어보면 수긍되는 파업의 이유

시민 혈세 프랑스 회사가 쪽쪽

지옥철 살리려면 서울시 나서야

 

서울시에는 9개의 도시철도 노선이 곳곳을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있습니다. 도시철도와 서울시민, 넓게는 수도권 주민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9개의 노선이 한 하루만 운행을 멈춰도 도시 기능이 마비될 수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9호선은 서울시민과 애증의 관계에 있습니다. 서울 강서구 개화역에서 한강 이남을 가로질러 강동권으로 한 방에 연결해주는 황금 노선입니다. 덕분에 도시철도망에서 소외된 강서·강동지역 주민들은 여의도·강남 진입 시간이 크게 단축됐습니다. 굳이 애증의 관계라고 표현한 이유는 9호선이 지옥철로 악명이 높기 때문입니다.

 

▲ 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 운영회사인 서울9호선운영(주) 노동조합이 10일 서울시청 왼편 인도에서 파업출정식을 열고 있다.     ©성상영 기자

 

그런데 9호선이 파업으로 멈출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 시기는 노동위원회의 조정 결과가 나오는 20일 무렵이 될 거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9호선을 운영하는 회사는 프랑스계 운송회사와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가 있습니다. 파업을 하는 곳은 프랑스계 회사 서울9호선운영()입니다.

 

서울9호선운영에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서울9호선운영()노동조합(이하 노조)이 설립돼 있습니다. 2017년 설립된 노조에는 직원 대부분이 조합원으로 가입해 있습니다. 노조는 창립 첫 해 10월 단체협약 체결과 인력 확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습니다. 오는 20일 만약 노조가 실제 파업에 돌입한다면 열차 운행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됩니다.

 

혹자는 노조가 임금 몇 푼 올리려고 시민을 볼모로 잡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올해 노조의 요구안에는 지난해 대비 올해 연봉을 10% 올리고 300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노조는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거쳐 전체 조합원 468명 중 찬성 416표의 압도적인 비율로 파업을 결의했습니다.

 

노조는 10일 파업 출정식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장소가 조금 이상합니다. 일반적으로 노조의 파업 출정식은 본사 앞이나 사업장에서 합니다. 하지만 노조는 출정식 장소로 9호선 개화차량기지가 아닌 서울시청을 택했습니다. 조합원들이 연단에 올라와 한 발언에서도 임금인상은 듣기 어려웠습니다.

 

조합원들은 서울교통공사에 비해 근무강도는 높고 임금은 낮다고 하소연합니다. 또 그 원인을 다단계 하청구조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서울 9호선의 운영구조는 조금 복잡합니다. 1~8호선의 경우 서울시가 법령에 의거해 설립한 서울교통공사가 운영을 맡습니다. 선로와 역사 등 시설의 소유권은 당연히 서울시가 가집니다. 9호선의 경우 개통 시기를 기준으로 개화에서 신논현까지 1단계는 서울시메트로9호선이라는 특수법인이, 나머지 2~4단계는 서울시가 갖습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다시 서울9호선운영에 운영권을 위탁했습니다.

 

▲ 서울9호선운영(주)노동조합과 ‘9호선 안전과 공영화를 위한 시민사회 대책위원회’가 서울시청 앞에서 주최한 ‘프랑스 운영사 계약해지 촉구 기자회견’의 한 참석자가 프랑스계 서울지하철 9호선 운영회사를 규탄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있다.     ©성상영 기자

 

앞서 언급한 대로 서울9호선운영은 프랑스계 회사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서울9호선운영의 주식을 파리교통공사(RATP)와 트랜스데브(Transdev)가 반반씩 갖고 있습니다. 두 회사가 9호선을 운영하기 위해 세운 합작법인인 셈입니다.

 

이 회사는 지난해 9호선 1단계 사업 시행자인 서울시메트로9호선으로부터 760억원의 위탁 수수료를 챙겼습니다. 서울시메트로9호선은 운임 수입을 포함해 1074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지만, 서울9호선운영에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18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서울9호선운영은 승객이 많든 적든 일정 수수료를 보장받습니다. 이 중 34억 원이 파리교통공사와 트랜스데브로 흘러갔습니다.

 

여기에 서울시는 협약에 따라 서울시메트로9호선에 380억원의 혈세를 지원했습니다. 적자를 기록한 이 회사는 시민의 혈세를 받아 서울9호선운영에 수수료를 준 것입니다. 결국 파리교통공사와 트랜스데브가 받아간 34억원은 고스란히 시민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입니다.

 

이처럼 왜곡된 운영구조가 안으로는 직원들의 처우를 악화시키고, 밖으로는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했습니다. 일반열차 4, 급행열차 6량 편성으로는 넘쳐나는 승객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운영구조가 왜곡되지 않았더라면 20097월 개통 이후 10여 년이 지난 지금에는 최소한 증차·증량이 이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누가 시민의 발을 볼모로 잡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노조와 시민사회는 9호선을 서울교통공사를 통해 서울시 직영으로 바꿔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매일 지옥철에서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몸을 맞대고 또 얼굴을 붉혀야 하는 시민들의 바람도 같을 것입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한국은 갈등에 점령당한 사회입니다. 그중에서도 노사갈등은 그 뿌리가 깊고도 단단합니다. 한 해 100건이 넘는 ‘노사분규’가 발생합니다. ‘勞(노)란 신호등’은 한 주 동안의 노사갈등을 찾아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려는 시도입니다. ‘勞’란 신호등은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곧 우리 사회의 모습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합니다. 또 흔히 잘 안 풀리는 일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하듯 노사갈등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의 ‘노란 신호등’이라는 걱정도 담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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