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쇠별꽃-山詩26 / 이성선

서대선 | 기사입력 2019/01/21 [08:33]

[이 아침의 시] 쇠별꽃-山詩26 / 이성선

서대선 | 입력 : 2019/01/21 [08:33]

쇠별꽃-山詩26

 

흙길을 가다가 본다

발자국이 남아 있다

발자국

들여다보니 놀랍구나

사라진 얼굴이 그 속에 

숨어 있다

찾았다 잃어버린 사람

쇠별꽃 내음

 

# 잊고 있었는데... “흙길을 가다가”, 누군가 남기고 간 “발자국/들여다보니 놀랍구나”. “사라진 얼굴이 그 속에/숨어 있”구나.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람은 잊혀 진 사람이라고 했다. 누군가의 기억에서 잊혀 졌다면 그 사람은 더 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그가 비록 지구 상 어딘가에 살고 있을지라도 기억에서 지워진 그 사람은 마치 중력이 사라진 공간에서 공전과 자전으로 생긴 원심력을 잡아줄 힘이 사라진 기억의 우주 밖으로 사라진 존재와 같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동안 우리들은 땅 위에 우리들의 흔적을 남길 수밖에 없다. “발자국” 속에는 살아가면서 견디어야 하는 고통과 슬픔과 외로움의 시간이 퇴적되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상의 흔적이 들어있다. 시인은 “흙길을 가다”가 누군가 남기고 간 “발자국”을 보게 되자, 순간 잊혀 진 기억이 중력의 자장 속으로 소환된다. 젊은 날 그녀가 떠나고 난 후 한 참을 망연히 바라보았던 그녀의 “발자국”이 시간의 평행이론 속으로 시인을 데려간 것이다. 그녀가 남겼던 “발자국” 속에는 그녀의 긴 생머리가 보인다. 어깨로 울던 마음 감추고 또박또박 앞만 보고 가던 그녀의 뒷모습이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가슴을 친다. “발자국” 흔적을 따라 그녀가 기억 속으로 돌아온 것이다. “찾았다 잃어버린 사람/쇠별꽃 내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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