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란 신호등] 탄력근로제 합의 ‘타협’이든 ‘야합’이든

늘어나기만 하고 안 줄어드는 고무줄은 어쩌나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9/02/20 [18:37]

[勞란 신호등] 탄력근로제 합의 ‘타협’이든 ‘야합’이든

늘어나기만 하고 안 줄어드는 고무줄은 어쩌나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9/02/20 [18:37]

 

경사노위 첫 번째 사회적 대화 결과물 탄력근로제

36개월로 적용기간 확대, 11시간 연속휴식 원칙

야합규정한 민주노총, 3월 총파업 강공 드라이브

오늘 출근, 내일 퇴근 일상사각지대 해소가 우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19일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적용 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기로 합의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사회적 대화의 첫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상징적입니다.

 

이전 정부의 과오(?)를 의식해서인지 이번에는 대타협이라는 표현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20159.15 노사정합의를 사회적 대타협으로 포장하고 적극 홍보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은 일방적으로 소위 노동 5을 발의했다가 노동계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 과정을 현 여당은 쭉 지켜봤습니다.

 

우선, 탄력근로제란 말 그대로 노동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토록 한 제도입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제품의 수요가 어느 한 시기에 몰리면서 물량을 못 맞출 때도 있고, 반대로 재고가 쌓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일이 많을 때에는 더 길게 일하고, 대신 일이 적을 때 더 쉬도록 하자는 게 탄력근로제입니다.

 

이번에 나온 합의문은 총 7개 항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핵심만 간단히 짚어보면 탄력근로제 단위 6개월로 확대 노동자 건강권 보호 위해 11시간 연속 휴식 의무화 탄력근로제 도입 시 노동시간을 일 단위가 아닌 주 단위로 산정 임금 보전 방안 마련해 고용노동부 장관에 신고 의무화 등입니다.

 

▲ 사진=image stock / 디자인=신광식 기자

 

민주노총에서 지적했듯 탄력근로제 확대는 명백히 경영자에 이득입니다. 노동시간 규제가 완화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적용하게 해달라고 정부와 정치권에 끊임없이 요구해 왔습니다. 경영계의 민원이 노사정 합의라는 가죽을 뒤집어쓴 채 받아들여졌다는 식의 주장은 그래서 나옵니다.

 

물론 최악과 차악 둘 중 하나를 골라야 했던 점을 감안하면 노동자에게 마냥 나쁜 일만은 아닙니다. 노동자 대표와 서면 합의 하에 단서 규정을 완화해 적용할 수 있다는 조항이 곳곳에 단서로 달렸지만, 노동자의 건강 악화와 소득 감소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들이 마련됐습니다. 이마저도 합의하지 않았더라면 최악의 법안이 국회를 통해 강행 처리됐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일리 있습니다.

 

이처럼 경사노위의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를 보는 시각이 엇갈리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3월 총파업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입니다. 민주노총은 합의 직후 성명을 내고 이번 합의를 야합으로 규정했습니다. 민주노총은 사용자가 민원을 넣고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시간을 못 박아 압박하는 식이라면 바꾸지 못할 노동관계법이 없다고 일갈했습니다.

 

어찌됐든 노동시간을 고무줄처럼 늘였다 줄였다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런데 늘어나기만 하고 줄지 않는 이상한 고무줄이 도처에 있습니다. 먼저 떠오르는 사람들은 노동시간 특례업종에 종사하는 100만명의 노동자들입니다. 다행히 지난해 법이 바뀌면서 특례업종 노동자들도 하루에 최소 11시간은 연속해서 쉴 수 있습니다.

 

특례업종이 아니면서도 과로에 시달리는 노동자들, 동시에 수당조차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경사노위의 이번 결과물을 어떻게 느낄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제수당 포함이라는 이른바 포괄임금제에 얽매여 아침에 출근, 자정 넘어 퇴근이 반복돼도 하소연할 데가 없습니다. 근로감독당국의 행정력이 한계에 있는 탓이 크지만, 규모가 영세하다는 이유로 법 집행을 엄하게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탄력근로제의 필요성은 충분히 제기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규모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노동시간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벗어나게끔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예외 없이 법을 집행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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