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시] 말과 침묵 / 손택수

서대선 | 기사입력 2019/04/01 [08:15]

[이 아침의시] 말과 침묵 / 손택수

서대선 | 입력 : 2019/04/01 [08:15]

말과 침묵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듯이

세상으로 보내는 소리들에도

젖을 먹이라고

목 속에 감추어 두었다

어머니의 가슴을 기억하는

그 소리들 파문이 되게

떨림이 되게

목젖이 되었다

     

# “어머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이는” 행위는 아기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모유 수유의 장점은 어머니와 아기 사이의 애착(attachment) 형성이 잘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어머니의 젖은 아기가 만나게 되는 최초의 세상이며 타자이다. 어머니의 젖을 찾고, 어머니의 젖을 빨아먹는 그 모든 행위가 세상과 타자를 이해하는 참조 준거가 되는 것이다. 부드러운 젖의 촉감, 따스한 체온, 일관성 있는 젖의 온도와 입으로 빨면 입 안 가득 흘러드는 달콤한 젖의 이미지는 아기가 나중에 세상과 소통하는 뿌리가 되는 것이다. 아기의 생존과 성장 발달의 필수 요소가 가득한 모유 속에는 면역력을 증가시켜주는 물질이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모유를 먹고 자란 아이는 병에 대한 면역력도 높아진다.

 

“목젖”은 입을 크게 벌렸을 때, 입 안쪽 천장에서 덜렁거리는 조그만 살점을 말한다. 목젖의 역할은 첫째, 목젖은 음식과 물이 식도로 잘 들어 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둘째, 구토반사 작용을 한다. 셋째, 목소리가 나도록 한다. 목젖의 진동으로 인해 우리는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목젖“은 조음기관에서 만들어진 말들을 “세상으로 보내기” 전, 그 말들이 “어머니의 젖가슴을 기억하는” 말들인지 생각해 보라고 “목 속에 감추어”둔 “젖”이라고 시인은 전언한다. 

 

‘거친 말은 주먹을 날리는 행위와 같다.’  비아냥거리는 말, 폄훼하는 말, 욕하는 말, 비방하는 말, 저주하는 말, 공격적인 말, 비어(卑語), 끼리끼리만 알아듣는 말, 질투하는 말, 배신의 말, 거짓말 등은 "침묵"보다 못한 말들이다. 이런 말들은 ‘감정기억’ 속에 오래 남아 만성 스트레스를 유발하게 되고, 우울증과 정신질환 등의 증상으로 진전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내가 하고 싶은 말, 해야 할 말들이 우리의 이성과 감성과 영혼이 담뿍 담긴 사랑의 젖을 먹여 성숙되고 다듬어진 말인지, “목 속에 감추어”둔 “목젖” 앞에서 잠시 숨을 고르며 생각해보면 어떨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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