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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이룬 ‘수송보국’의 꿈, 사유화의 말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영욕의 일생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9/04/11 [10:46]

못다 이룬 ‘수송보국’의 꿈, 사유화의 말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별세, 영욕의 일생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9/04/11 [10:46]

8일 미국 LA 별장서 숙환으로 객사

한진, 육해공 아우른 재벌로 급성장

창업주 故조중훈 회장 뒤이었지만…

갖은 일탈에 무너진 수송보국의 꿈

 

지난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폐질환으로 숨진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한국 기업사에 하나의 족적을 남겼다.

 

그의 죽음을 놓고 자유한국당에서는 정권 탓이라며 이를 정치권 싸움판으로 끌어들였다.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인민재판, 인격살인 행위로 규정했고, 같은 당 홍준표 전 대표는 연금 사회주의를 추구하던 문 정권의 첫 피해자라고 표현했다.

 

자유한국당에 구애 공세를 펼치고 있는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좌파 운동권들이 죽인 거나 다름없다고 날을 세웠다. 문재인 정부가 조양호 회장을 가만 두지 않아 끝내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따위의 얘기다.

 

조양호 회장과 일가의 일탈을 비판해 온 이들은 그의 죽음을 차분히 애도했다. ‘땅콩회항사건의 피해자인 박창진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장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고 조양호 회장의 부고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유족을 위로했다.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역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부고를 전했다.

 

▲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 기업인 중 가장 많이 뉴스에 등장했던 조양호 회장, 그는 누구일까.

 

조 회장은 창업주인 고 조중훈 회장의 장남으로 1999년 대한항공의 대표이사에 오른 후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거쳐 2003년 한진그룹을 물려받았다. 그는 아버지가 내세웠던 수송보국을 강조해왔다. 국토의 핏줄이자 세계와 조국을 연결하는 수송으로 나라에 보답한다는 의미다.

 

그가 물려받은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파산 이전까지 해운과 육운, 항공을 망라한 국내 유일의 물류 전문 기업이었다. 1945년 트럭 한 대에서 시작한 회사는 산업화 과정에서 정권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나라 이름을 내건 대한항공은 한진그룹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그에 대한 평가는 후한 편이다. 한진그룹에 몸 담은 동안 물류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은 물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창업주에 이어 조 회장의 사업적 안목이 뛰어난 덕분에 지금의 대한항공은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취항하는 메이저 항공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집행위원회 위원으로 오랫동안 활동하며 국제 항공업계의 리더 역할을 해왔다.

 

그는 분명 우리나라 항공·물류산업에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하지만 생전에 그는 부인과 자녀의 갑질, 밀수 등 일탈과 자신의 부패 혐의, 기업 사유화 논란 때문에 여론의 심판대에 오르는 일이 잦았다. 그와 일가가 부당하게 얻거나 회사에 끼친 손해는 알려진 것만 2000억원에 육박한다.

 

자신과 일가의 그릇된 행동으로 결국 지난달 27일 주주들의 반대로 대한항공 대표이사에서 낙마하는 아픔을 겪었다. 연임 찬성표가 참석 주주의 과반을 훌쩍 넘기고도(64.1%) 안건이 부결된 것이다. 다만 이틀 뒤 한진칼 주총에서는 최측근인 석태수 대표이사를 지켜냄으로써 경영권이 여전히 그에게 있음을 알렸다.

 

수송보국도 좋았지만 수신제가(修身齊家)’에도 힘을 썼다면 그는 국내 여느 재벌들보다 존경받았을지도 모른다. 현재 한진그룹은 조원태 체제가 가시화되고 있다. 2세의 비운을 3세에서 끊을 수 있을까.

 

한편 조 회장의 시신은 방부 처리를 거쳐 이번 주말 국내로 옮겨질 전망이다. 빈소는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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