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 공들인 ‘프랑스의 혼’ 1시간 만에 무너졌다

화마가 집어삼킨 노트르담 대성당, 충격에 빠진 프랑스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9/04/17 [16:04]

150년 공들인 ‘프랑스의 혼’ 1시간 만에 무너졌다

화마가 집어삼킨 노트르담 대성당, 충격에 빠진 프랑스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9/04/17 [16:04]

14세기 때 완공돼 700년간 지킨 문화유산

산전수전 함께 겪은 프랑스 역사 그 자체

지붕·첨탑 등 전소… 석조 구조물은 무사

마크롱 “5년 안에 재건하겠다단합 호소

 

2019415일 오후 650. 우리 시간으로 16일 오전 2시 프랑스는 물론 서방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수백 년을 지켜온 노트르담 대성당을 화마가 덮쳤다. 이 화재로 지붕과 첨탑이 불에 타 무너졌고, 그 모습을 지켜본 파리 시민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프랑스 현지 언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화재로 지붕과 첨탑은 물론 내무 목재 장식까지 불에 탔다. 소방당국이 불길을 잡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지만, 내부 진입은 물론 헬기를 이용한 진화가 불가능해 어려움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목재 부분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석조 구조물까지 번지지는 않아 예상보다는 희망적인 상황이다. 화재 발생 초기에는 내부로 불이 옮겨붙어 진화 자체가 안 될 거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왔다. 현지 당국이 내부에 있던 문화재들을 안전한 장소로 재빠르게 옮긴 덕분에 피해가 더 커지는 것은 막았다. 프랑스 경찰은 성당의 기본 구조는 보존에 성공했다는 입장을 냈다.

 

화재 원인은 방화보다는 실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지금까지 나온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당시 첨탑 보수를 위해 세운 비계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작업자의 실수인지, 연일 건조한 날씨 때문에 자연 발화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프랑스 사회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를 목적으로 불을 질렀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알려졌다.

 

▲ 프랑스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정신적 지주노트르담 대성당

짓는 데만 149, 역사 깃들어

 

프랑스 국민은 물론 전 세계에서 이번 화재를 안타까워한 이유는 노트르담 대성당이 서양의 역사에서 가진 상징성 때문이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 구도심인 시테섬 동쪽에 있는 가톨릭 성당으로 전기 고딕 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이다. 우리나라에는 노트르담의 꼽추로 더 잘 알려진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의 소설 파리의 노트르담(노트르담 드 파리)’이 이곳을 소재로 하고 있다.

 

노트르담의 대성당은 착공 이후 완공까지 무려 149년이나 걸렸다. 1163년 국왕 루이 7세의 지시로 공사를 시작해 1345년에서야 요즘으로 따지면 준공식이 열렸다. 성당 내부의 길이는 140m, 높이는 38m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큰 데다 당시 유럽의 경제력이나 기술 수준, 정치적 상황 등 여러 배경이 자리 잡고 있다.

 

프랑스 국왕들이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즉위식을 거행했고, 굵직한 역사적 사건의 무대가 됐다. 백년전쟁 중이던 1431년 영국의 국왕 헨리 6세는 프랑스 왕으로 이곳에서 즉위식을 열었다. 1456년 교황청은 잔 다르크의 명예를 회복하는 재판을 여기서 진행했다.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황제 대관식이 열린 곳 또한 노트르담 대성당이다.

 

1789년 프랑스 혁명 직후에는 신흥 주류 계급으로 떠오른 부르주아를 중심으로 일부가 훼손되기도 했다. 당시는 귀족과 종교 중심의 구체제에 대한 반감이 매우 컸다. 빅토르 위고가 파리의 노트르담을 쓴 이유가 바로 성당의 훼손을 막기 위해서였다는 얘기도 있다. 1871년 파리 코뮌이 들어섰을 때는 사회주의 자치정부로 쓰였다.

 

20세기 들어 양차 세계대전을 맞았지만 끝내 살아남았다. 독일 나치의 당수 히틀러조차 프랑스 침공 당시 파리의 문화재만큼은 건들지 말라고 했다는 일화가 있다.

 

국제연합 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UNESCO)1991년 노트르담 대성당을 비롯한 파리의 센강 일대의 자연환경과 에펠탑, 루브르박물관, 앵발리드 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오드리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유네스코는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소중한 유산을 복원하기 위해 프랑스와 함께하겠다라고 말했다.

 

▲ 프랑스 파리에 있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화재 이전 모습.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세계 각지에서 성금·위로 이어져

마크롱 佛대통령 힘 모아 달라

 

애초의 예상과 달리 화재 피해가 복구 불가능한 수준까지는 아니라고 하지만, 이전의 모습을 되찾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미국 언론은 에밀리 게리 영국 겐트대 부교수의 말을 인용하며 노트르담 대성당 복구에 40년 정도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40년까지는 아니더라도 10년은 넘게 걸릴 거라는 예측이다.

 

프랑스 정부는 최대한 신속히 불탄 성당을 복구한다는 방침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현지시각 16TV 연설을 통해 노트르담 대성당을 더욱 아름답게 재건할 것이라며 5년 안에 복원을 마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프랑스 국민의 단합을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재난을 계기로 지금까지 우리가 한 일을 반성하고 앞으로의 일을 기회로 바꾸는 것은 우리의 몫이라고 역설했다. 이른바 노란조끼시위로 국내 여론이 악화한 가운데 결속을 당부한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어젯밤(현지시각 15) 파리에서 우리가 목격한 것은 결속력이었다라고 말했다.

 

한편 화재 소식이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타전되면서 각국에서 위로가 이어지고 있다. 인접국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파리에서 일어난 일에 큰 슬픔을 느낀다라고 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역시 파리 시민과 진화작업에 나선 소방대원들을 생각한다라며 슬픔을 함께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성당 복원을 위해 성금을 냈다. 16일 오전까지 전 세계 부호들이 낸 기부금은 우리 돈 7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8년 설 연휴 마지막 날 발생한 숭례문 화재를 떠올리며 프랑스 국민의 아픔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파리시에 보낸 서한에서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스픔에 잠긴 파리 시민에게 깊은 애도와 위로를 전한다라고 말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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