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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명작의 향기]① 남관, '인간의 얼굴'

동·서양 문화를 융합시킨 추상미술의 거장 남관

최병국 | 기사입력 2019/05/10 [16:35]

[근·현대 명작의 향기]① 남관, '인간의 얼굴'

동·서양 문화를 융합시킨 추상미술의 거장 남관

최병국 | 입력 : 2019/05/10 [16:35]

[편집자 주] 신라시대 대 유학자 최치원의 애국·애민사상과 철학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동시에 각종 전시와 공연, 강연, 웨딩 등 다양한 공익적 행사를 진행하게 될  ‘최치원아트홀’의 개관에 즈음하여 △남관 △전혁림 △김흥수 △임직순 △김종학 △이숙자 등 거장들의 명작이 특별 전시된다. 전시 작품들은 모두 한국회화사에 기록되어질 귀한 작품들로서 깊은 감동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동·서양 문화를 융합시킨 추상미술의 거장 남관(1911∼1990)

 

1911년 출생한 남관은 14세에 일본으로 건너가, 1935년 동경의 다이헤이요미술학교(太平洋美術學校)를 졸업하고 작가로서 기반을 구축하던 중 해방이 되어 1947년 귀국해 이쾌대(李快大), 이인성(李仁星), 이규상(李揆祥) 등과 조선미술문화협회를 결성해 활발하게 활동했다.

 

1952년 다시 도일해 활동하다, 1954년 프랑스로 건너갔으며 1955년 파리의 아카데미 드라그랑드쇼미에르에 입학, 추상미술에 몰입했다. 1958년 한국인 화가로는 처음으로 살롱 드메전(展)에 초대됐으며, 이어 H.아르퉁 등과 함께 플뢰브화랑 초대전에 참가해 국제적인 화가로 인정받았다.

 

1966년 망퉁 국제비엔날레에서는 P.R.피카소, B.뷔페, A.타피에스 등 세계적 거장들을 물리치고 대상을 수상, 확고한 작가적 위치를 다졌다.

 

그는 “파리에서 값싼 빵, 감자, 우유만 먹었더니 머리가 다 빠졌다. 이 대머리는 고생스럽던 파리생활의 선물이다. 모든 것을 잊어버리는 순간이 가장 위대한 순간이며, 그 모든 것을 잊기 위하여 그림을 그렸다”면서 파리에서 대가로 성장하기까지의 힘들었던 순간들을 창작일기 등에  남기기도 했다.

 

남관의 작품들은 동양의 옛 문명에 속하는 갖가지 형상들을 서구적, 현대적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보이는 형상보다 인간세계 내면이나 사물의 본질 또는 근원을 표출해 내는데 중심을 두고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 생명의 영원성 갈구 등을 정제되고 세련된 자신만의 조형언어와 색채로 표현했으며, 마치 상형문자와 같은 갖가지 형상으로 표현했다. 근원의 예술 표현을 위해 경계를 넘어가며 생을 불태운 거장이었다.

 

생명의 영원성 표현을 위한 “인간의 얼굴”

 

1954년 도불 후 추상회화로 전환한 이후부터 남관은 언제나 인간을 주제로 하면서 현실과 꿈, 기억과 만남을 △희로애락 △비애 △고독 △허무 △정 등 갖가지 인간 형상으로 표현했다.

 

▲ 남관의 작품 '인간의 얼굴', 1940X1300mm(가로X세로), oil on canvas  © 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남관은 고대 상형문자에서 인간을, 특히 얼굴을 발견해 이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태고(1967)’부터 ‘폐왕의 환상(1979)’ 등 일련의 작품들은 갑골문자에서 찾은 인간상을 보여준다. 자연의 형상을 축약한 상형문자에서   사람의 얼굴을 봤고, 한발 더 나아가 감정을 숨긴 가면을 찾아냈다.

 

이러한 고대의 상형문자나 사원의 허물어진 돌담을 연상케 하는 그의 추상 회화들은 6.25 전쟁의 아픔 체험에서 출발됐다. 

 

인간의 얼굴을 주제로 한 작품 창작 등과 관련해 남관은, “내가 그리는 것은 바로 인간의 얼굴이다. 나는 두 차례의 전쟁, 즉 제2차 세계대전과 6·25 한국동란을 겪었다. 숱한 사체, 숱한 부상자를 보았다. 그들의 비틀어진 얼굴들은 꼭 고성에 무너진 돌담 조각 같았고 오랫동안 흙 속에 파묻혀 있던 석기시대의 부서진 유물들이 마침내 대낮의 강렬한 햇볕에 드러난 흠진 자욱같이 보였다”면서 생명의 영원성을 표현하기 위해 인간의 얼굴을 주제로 작품을 지속하고 있는 예술철학을 설파하기도 했다.

 

서울 서초동 ‘최치원아트홀’에 특별 전시되는 1987년작 ‘인간의 얼굴’은 남녀 28명의 갖가지 얼굴 형상 속에 고통과 해학이 절묘하게 조합됨으로서 심성의 내면적 시각과 상념 등이 신비롭게 표현돼 있다. 남관 예술의 중핵인 ‘인간(얼굴)시리즈’ 작품의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이라 할 것이다.

 

이승에서 삶의 시간들이 얼마 남지 않음을 직각한 듯 작품 속에 표현된 갖가지 얼굴 형상들은 현세와 영계가 뒤엉켜 신비의 미적 상황 속에 역사와 현실이 교차하는 화감을 드러내고 있다. 신비의 예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최병국

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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