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오래된 독서 / 김왕노

서대선 | 기사입력 2019/05/13 [08:13]

[이 아침의 시] 오래된 독서 / 김왕노

서대선 | 입력 : 2019/05/13 [08:13]

오래된 독서

 

서로의 상처를 더듬거나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누구에게나 오래된 독서네.

일터에서 돌아와 곤히 잠든 남편의 가슴에 맺힌 땀을

늙은 아내가 야윈 손으로 가만히 닦아 주는 것도

햇살 속에 앉아 먼저 간 할아버지를 기다려 보는

할머니의 그 잔주름 주름을 조용히 바라보는 것도

세상 그 무엇보다 중요한 독서 중 독서이기도 하네.

하루를 마치고 새색시와 새신랑이

부드러운 문장 같은 서로의 몸을 더듬다가

불길처럼 활활 타오르는 것도 독서중 독서이네.

아내의 아픈 몸을 안마해 주면서 백 년 독서를 맹세하다

병든 문장으로 씌여진 아내여서 눈물 왈칵 쏟아지네.

 

# 침팬지도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소설  <삼국지>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 캐릭터를 만들어 그 인물들의 생각과 고뇌와 전투 현장을 섬세하게 그려 낼 수 있을까?  오늘날 현존하는 침팬지 중에서 소설이나 시를 썼다는 침팬지에 관한 소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일터에서 돌아와 곤히 잠든 남편의 가슴에 맺힌 땀을/늙은 아내가 야윈 손으로 가만히 닦아 주는 것도”, “병든 문장으로 씌여진 아내”를 읽으며 “왈칵” 눈물을 쏟는 마음을 시로 쓸 수 있는 능력은 인간에게만 있는 것이리라.

 

사회인지(social cognition)학자들은 인간만이 진정한 ToM(theory of mind)이 장착되어있다고 주장한다. ToM을 갖고 있다는 것은 자신 속에 내재된 욕망, 믿음, 의도, 지각, 정서, 생각과 같은 자신의 마음은 물론 타인의 마음과 그 정신 상태에 의해 야기된 타인의 행동까지도 이해한다는 의미이다. 3-5세가 지난 아동들은 대개 ‘거짓믿음’ 시험(false belief test)을 통과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거짓믿음 시험’ 이란 자신이 가진 세계에 관한 지식으로부터, 자신이 보기엔 거짓인 타인이 갖고 있는 지식을 구분 할 수 있는 수준을 의미한다.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조현병 환자들이 타인의 마음을 읽는데 문제를 가진 경우가 많고, ‘거짓믿음 시험’을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우리나라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코너에는 빠지지 않고 진열 되어 있는 책으로 “서로의 상처를 더듬거나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힐링에 관한 서적이다. 그만큼 우리는 자신에게 닥쳐온 상처의 근원을 알고 싶어 하고, 또 그 상처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읽어 주기를 바란다. 고전 문학부터 다양한 문학 서적들 속에는 사람들의 마음과 상처를 읽고, 마음을 헤아려 주고, 상처들을 다독거려 줄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 차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읽는 것이야 말로 가장 필요하고 “오래된 독서”이다. 우리가 꾸준히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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