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풍뎅이의 꿈 / 이건청

서대선 | 기사입력 2019/06/03 [08:51]

[이 아침의 시] 풍뎅이의 꿈 / 이건청

서대선 | 입력 : 2019/06/03 [08:51]

풍뎅이의 꿈

 

투명 유리창에 부딪친

풍뎅이 한 마리가 툭 떨어진다.

처음 풍뎅이는 누운 채 인사불성이다.

꼼짝도 못한 채 벌렁 누워 있다.

검은 다리를 하늘로 펼쳐든 채

굳은 등판으로 누워 있다.

잠시 후, 조금 정신이 드는지

다리를 조금씩 움직여 본다.

조금 짧은 앞다리부터

조금씩 조금씩, 나중엔 필사의 힘으로

모든 다리를 휘젓고 있다.

풍뎅이는 날개를 감춘 등판으로 누운 채

빙빙 돈다. 등판을 들썩이면서

빠르게 돌고 있다. 풍뎅이는 아마

다시 날아오르고 싶은 모양이다.

 

# 날아다니는 생명체에게 “투명 유리창”은 ‘죽음의 불랙홀’이란다. 환경부 의하면 우리나라에서만 하루 2만 마리, 연간 800만 마리의 새가 투명 유리창에 부딪쳐 죽음을 맞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새들은 인간이 만든 유리창의 투명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이 날고 있는 속도와 투명 유리창과의 거리를 인식하는데 실패하기 때문에 부딪쳐 죽음을 맞는다. 그러나 투명 유리창에 부딪치는 것은 새만이 아니다. 곤충들도 부딪치고, 사람도 부딪친다.     

 

“투명 유리창에 부딪친/풍뎅이 한 마리가 툭 떨어진다.” 시골 주택들도 넓은 통유리로 거실 창문을 만드는 추세여서 가끔 날아든 새들도 “풍뎅이”도 유리창에 부딪친다. 몸 빛깔이 짙은 초록색으로 금빛 광택이 나는 풍뎅이가 알에서 성충이 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1-2년이 걸린다. ‘이기적 유전자’의 ‘꿈’을 이루려 풍뎅이 한 마리 푸르르 날아오르다 “투명 유리창”에 부딪쳤다. 무슨 일을 당했는지 조차 알 수 없이 “인사불성”이던 풍뎅이가 “잠시 후, 조금 정신이 드는지/다리를 조금씩 움직여 본다./조금 짧은 앞다리부터/조금씩 조금씩, 나중엔 필사의 힘으로/모든 다리를 휘젓고 있다.” “다시 날아오르려” 발버둥 친다.

 

기원 전 페니키아 상인에 의해 발명된 유리는 사치품에서 생활필수품으로, 최근엔 미래 첨단 소재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우리 삶의 도처에 들어와 있는 유리제품들은 항공우주나 생명과학 분야에도 널리 활용되어 미래 기술의 기반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그러나 자연 속에 살아가는 생명체들은 인간이 발달시키는 산업의 속도를 따라갈 수도 이해 할 수도 없다.  투명 유리창에 부딪쳐 새들이 죽고, “풍뎅이”가 죽어가듯, 우리의 삶도 보이지 않는 속도의 “유리창”에 부딪친 채, 가망 없는 몸짓만 필사적로 버둥거리게 되는 것은 아닐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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