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동오리 15 / 강민

서대선 | 기사입력 2019/06/10 [09:07]

[이 아침의 시] 동오리 15 / 강민

서대선 | 입력 : 2019/06/10 [09:07]

동오리 15

 

그대 바람으로 떠나요

떠난 김에 훨훨 날아

산 넘고 물 건너

이 봄의 씨앗 실어다

거기에도 뿌려줘요

샘물가 돌 틈에도

뒤울안 툇마루 주춧돌 사이에도

정자나무 그늘에 쉬는

그이들의 마음밭에도

뿌려줘요, 봄의 씨앗

 

동오리의 봄씨앗 날아

녹슨 철조망, 지뢰밭 넘어

그리로 가요

 

# 풀은 상처를 드러낸 땅을 치유하는 상처밴드의 역할을 한다. 고속도로를 내기 위해 뭉텅 잘라버린 산의 절개지를 치유하는 것은 풀이다. 절개지에 “풀씨”를 뿌려 풀이 자라게 되면  뿌리와 뿌리가 견고하게 손을 잡고 어떤 날씨에도 견딜 수 있도록 절개지의 균열을 막아주고 고속도로 풍광의 미관도 담당한다.

 

풀이 사라진 땅에 어떤 일이 벌어질까? ‘먼지 지옥(Dust Bowl)’이 올 것이다. 1875년 미국 텍사스 목축업자들은 야노 에스타카도(Llano Estacado) 지역에 거주하던 인디언을 내쫒고 대규모 소 방목을 실시하였다. 1882년에는 텍사스 주정부가 120만 헥타르를 시카고 부동산 업자들에게 팔아넘기고, 부동산 업자들은 주변 농부들의 대량 이주를 부추겼다. 농부들은  프레리 지역의 땅들을 깊이 갈아엎고 밀농사를 지었다. 그 결과 이 지역은 풀이 없어진 나대지로 변했고, 바람이 센 지역이라 물기가 적던 토양이 금방 말라 버려, 바람에 날린 미세한 토양들이 사방 천지에 퍼져 먼지 지옥으로 변했다. 게다가 1930년대는 극심한 가뭄으로 이 지역은 ‘Dust Bowl, Dirth Thirties' 란 오명까지 얻게 되었다. 땅의 보호막 역할을 했던 풀이 벗겨져 ‘먼지 지옥’으로 변하게 된 대표적인 지역이었다.

 

 분노사회를 부추기는 사람들이 내뱉는 악담과 저주와 보복의 마음들이 먼지 지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봄의 씨앗 실어다” “샘물가 돌 틈에도/뒤울안 툇마루 주춧돌 사이에도/정자나무 그늘에 쉬는/그이들의 마음밭에도/뿌려” 달라고 시인은 전언한다. 선하고 배려하는 마음들이 갈아엎어진 “마음밭에” 치유의 “풀씨”를 뿌려보자. 이웃의 슬픔을 연두의 여리고 부드러운 풀의 손길로 쓰다듬어 주고, 뿌리 채 흔들리는 이웃이 있다면 풀뿌리의 손으로 꼬옥 잡아 줄 수 있는 풀의 마음들이 인간 사막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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