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戰의 삼성 ‘이재용 구하기’ 몸부림

두 번의 호소, 두 번의 홍보, 한 번의 사과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9/06/19 [11:19]

여론戰의 삼성 ‘이재용 구하기’ 몸부림

두 번의 호소, 두 번의 홍보, 한 번의 사과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9/06/19 [11:19]

비서실 계보 잇는 사업지원TF ‘초토화

정현호 사장에까지 드리운 검찰의 칼날

삼성, 선 긋기와 띄우기 양면전략 구사

 

두 번의 호소와 두 번의 홍보, 그리고 한 번의 사과. 검찰의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수사 이후 삼성이 보인 공식 반응이다. 삼성은 삼성이 망하면 경제가 망한다는 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바이오는 무관하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전하고 있다. 이 부회장을 지키기 위해 삼성이 몸부림치고 있다.

 

분기점은 검찰이 삼성전자 사업지원TF와 삼성바이오 본사를 전격 압수수색한 지난 516일이다. 삼성 측은 아니라고 했지만, 사업지원TF가 옛 미래전략실의 후신이라는 점은 기정사실이다. 사업지원TF는 삼성그룹 비서실로부터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의 계보를 잇는 그룹의 컨트롤타워다. 검찰은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의 차량과 휴대전화까지 수색을 벌였다. 삼성은 사업지원TF 압수수색 이후로 부쩍 말이 많아졌다.

 

▲ (사진=문화저널21 DB) 


지난달 11일 법원이 삼성전자 백 모 사업지원TF 상무와 서 모 보안선진화TF 상무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을 때만 해도 삼성은 무반응이었다. 지난해 11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거래위원회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가 의심된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올해 314일 삼성물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그로부터 두 달여 만에 그룹 핵심 부서의 임원이 처음으로 구속된 것이다.

 

부사장 4명 구속초유의 사태에 떠는 삼성

 

삼성의 첫 반응은 사업지원TF가 압수수색을 당하고서야 나왔다. 삼성전자는 523일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추측성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전혀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일부 언론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보도되고 있다라며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삼성바이오 측이 이재용 부회장을 암시하는 키워드가 든 자료를 대거 삭제하고, 이 부회장이 분식회계에 깊게 관여했다는 보도가 연달아 나오던 때였다.

 

바로 이틀 뒤 검찰은 삼성전자 김홍경 사업지원TF 부사장과 박문호 인사팀 부사장을 구속했다.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다.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됐던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는 구속을 면했다. 법원이 사건의 본질이 삼성바이오가 아닌 그룹에 있다고 본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던 중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1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찾았다. 전자계열 관계사 사장단을 불러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3년간 180조원을 투자해 4만 명을 채용하는 계획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경제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 소식을 2일 보도자료를 통해 알렸다.

 

해당 보도자료가 나오고 또다시 이틀 만에 삼성전자 이 모 재경팀 부사장과 안 모 사업지원TF 부사장이 구속됐다. 이 부사장은 삼성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인물이자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안 부사장 역시 미래전략실 출신으로 그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부사장급 임원만 4명이 구속되는 초유의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이달 10SBS가 이른바 승지원 회의에 대해 단독 보도했다. 8시 뉴스 첫머리에 증거를 없애기로 한 지난해 55일 어린이날 회의가 있고서 닷새 뒤 이재용 부회장 주재로 승지원 회의가 열렸다는 취지의 리포트를 내보낸 것이다. 여기서 어린이날 회의516일 사업지원TF 압수수색의 단초였던 회의다. 검찰은 이 회의에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관련 증거를 인멸하는 등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했다. 승지원은 고 이병철 회장 때부터 사용돼 오던 장소다.

 

이 보도가 나온 지 한 시간여 만에 삼성전자는 해당 보도를 거론하며 증거인멸이나 회계 이슈를 논의한 회의가 전혀 아니었다고 거듭 부인했다. 그러면서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유죄의 심증을 굳히게 하는 무리한 보도를 자제해 달라며 재차 호소했다.

 

다음날(11) 검찰은 드디어 이 부회장의 최측근인 정현호 사업지원TF 사장을 소환한다.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결국에는 사장까지 검찰의 수사 선상에 오른 것이다. 정 사장은 비서실·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을 두루 거쳐 컨트롤타워의 수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어지간한 복심이 아니면 밟을 수 없는 경로다.

 

◇ 삼성의 이재용 수호작전씨알은 먹히나

 

여기서 삼성은 두 가지 의미심장한 움직임을 보인다. 당사자인 삼성바이오·삼성에피스의 사과와 이 부회장의 동향을 다시 한번 알리고 나선 것이다.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는 지난 14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공동명의로 발표했다. 이들은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물의를 빚은 데 대해 대단히 송구하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도 성실한 자세로 적극 협조해 진상이 신속히 확인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이 같은 날 수원캠퍼스에 관계사 사장단을 소집해 경영 전략과 투자에 관한 사안을 논의했다고 16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부문별 경영 전략 및 투자 현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어떠한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고 강조했다. 전날(13) 디스플레이 부문 경영진과의 간담회 개최와 17일 삼성전기 방문 등 일정도 빼놓지 않고 언급했다.

 

일찍이 삼성전자가 이재용 부회장의 행보를 띄운 적이 없었다. 올림픽 공식 후원을 연장키로 했다거나, 국빈 방한한 아부다비 왕세제와 면담을 했다는 등 특정 사안이 있을 때나 이 부회장의 동향을 전했다. 분식회계에 의혹에 대한 사과는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로 넘기고, 한편으로 이 부회장이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해 분주한 모습을 보여준 셈이다. 그러면서 앞서 두 번의 호소를 통해 이 부회장과의 연결고리를 애써 끊으려 했다. 선 긋기와 위기론을 함께 가져가는 전략이다.

 

최근 한 달 동안 삼성이 보인 모습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삼성으로서는 무려 180조원을 투자하겠다며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부응하고도 오히려 검찰은 차근차근 이 부회장을 향해 접근하고 있으니 당혹스러운 노릇이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또 오는 10월로 삼성전자 등기이사 임기가 끝난다. 이재용 부회장이 맞닥뜨린 위기가 삼성을 분주하게 만들고 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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