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까이고 홍콩에 치인 시진핑이 이번에는 북한을 찾는다.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의 무역 전쟁이 무르익기도 전에 미국의 노골적인 공세로 방향을 잃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홍콩시위까지 더해지자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겠다’라며 느닷없는 행보를 보여준 것이다.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국제적으로 신뢰를 잃은 시진핑으로서는 유일하게 남은 카드를 던진 셈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미국과의 패권경쟁과 홍콩시위로 ‘신뢰’라는 가장 큰 부분을 잃었다. 여기에 경제패권을 무기로 주변 소국을 압박하는 형태의 이이제이 수법은 중국시장이 얼마나 폐쇄적이고 공정하지 않은 곳인지 글로벌 무대에 홍보하는 꼴만 됐다.
미국과 홍콩이 지적하고 있지만, 중국 스스로는 인정하지 못하고 있는 주제는 ‘공정하지 않음’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진핑이 국빈 자격으로 북한을 찾아 한반도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시진핑의 이번 북한 방문은 녹록지 않은 주변 상황이 만들어낸 탈출카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한 만큼 극단적인 합의나 의견교환은 없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일단 남·북·미 중심의 대화 채널을 남·북·미·중이 관여하는 다자 구조로 전환하는 데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특히 미국과의 문제 해결이 시급한 시 주석으로는 조만간 진행될 G20 정상회의에서 미국과의 의제 공통의제를 갖기 위한 포석으로 향후 있을 전략적 의사소통과 교류에 대한 기대심리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눈여겨볼 점은 중국과 미국이 바라보는 북한 비핵화 문제가 다르다는 점이다. 중국은 ‘쌍중단(雙中斷·북한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쌍궤병행(雙軌竝行·북한 비핵화와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을 고집해왔다면 미국은 선 비핵화를 강조해왔다.
여기에서 시진핑 주석이 ‘쌍중단’과 ‘쌍궤병행’을 다시금 강조한다면 미국과의 회담도 어색해질 우려가 크다. 그렇다고 미국이 요구하는 방식대로 가게 된다면 남·북 관계에서 중국의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시 주석이 이번 북한 방문에서 자신(중국)의 명분을 차릴 수 있는 적당한 선의 양보와 보상을 제시하고 미국과의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카드를 쥐는 선에서 만남을 조율할 것으로 보인다. 말 그대로 '모호함'을 전략으로 밀어 붙일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원웨이 전략으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시진핑과 달리 트럼프 미 대통령은 다각적으로 중국을 압박할 카드를 지니고 있어 대화가 쉽게 풀리지는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무역전쟁에서 자유시장경제에서의 ‘공정’에 큰 의심을 받고 있다. 여기에 홍콩시위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략의 모호성’을 지닌 중국과 달리 트럼프는 시 주석이 가장 곤란해 할 수 있는 확실한 설명과 객관적 이해관계를 끄집어낼 가능성이 크다.
문화저널21 최재원 기자 <저작권자 ⓒ 문화저널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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