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양파와 대파 / 김형영

서대선 | 기사입력 2019/06/24 [07:59]

[이 아침의 시] 양파와 대파 / 김형영

서대선 | 입력 : 2019/06/24 [07:59]

 

양파와 대파

 

어느새 우리는 젖어 있다.

희고 검은 소나기에

피할 틈도 없이

우리는 젖어 흘러간다.

 

나는 이리로

너는 저리로

(...)

양파 대파 실파 쪽파...

맛 좋은 파가 이 땅에는 하고많은데

그것도 모자라

성씨끼리도 파를 만들어

눈만 뜨면 파당으로 모이고

파당으로 분열하는

오늘도,

 

나는 이리로

너는 저리로

 

 

깨지고 터지고 갈라서면서

파당의 소나기에 젖어

정신없이 흘러가는

나는 지금 무슨 파인가

정체불명의 이 파당의 시궁창에서

오늘도 여전히 우리는 흘러간다.

 

나는 이리로

너는 저리로

 

# 어떤 파가 필요할까? “양파 대파 실파 쪽파...” 어떤 음식을 만드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국이나 찌개, 조림이나 무침에는 대파가 필요하다. 생선의 비린내를 잡아줄 때도, 곰탕이나 설렁탕처럼 오래 고아내는 탕의 누린내를 잡아주는 것도 대파이다. 쪽파는 파김치, 파전과 같은 특별음식을 만드는데 쓰이며, 씹는 식감이나 맛과 향도 좋고 파의 굵기도 적당하다. 실파는 대파나 쪽파보다 수분이 적고 매운맛이 덜해 고명이나 양념장에 쓰이고 육류와 곁들여 먹기에 좋다. 살짝 숨만 죽인 실파를 돌돌 말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맛도 별미다. 양파는 조림, 튀김, 찌개, 생채 등 다양한 음식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재료이다. 

 

“양파 대파 실파 쪽파...” “맛 좋은 파가 이 땅에는 하고많은데/그것도 모자라/성씨끼리도 파를 만들어/눈만 뜨면 파당으로 모이고/파당으로 분열하는/오늘도”, “나는 이리로/너는 저리로” “깨지고 터지고 갈라서면서/파당의 소나기에 젖어/정신없이 흘러가는/나는 지금 무슨 파인가”. 

 

“양파 대파 실파 쪽파...”, 각각의 파들은 음식 속에서 자신들만의 고유한 역할과 향기와 맛을 지니고 있어 먹거리 삶의 풍미를 더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만들어낸 “파당”은 서로 싸우고 적대적이고, “시궁창” 냄새까지 풍기며 사람들의 정신을 오염시키고 있다고 시인은 전언한다. 음식을 만드는데 풍미와 맛과 건강에 도움이 되는 “파”들처럼, 사람이 만든 “파당”들도 우리의 삶에 맛과 향기를 더하고 건강한 생활에 보탬이 될 수는 없는 걸까?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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