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의 악몽’ 규정 지키면 벌 받는 이상한 대한항공

‘운항 중 술 요구’ 기장 보고한 사무장이 강등당해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9/07/08 [11:02]

‘땅콩의 악몽’ 규정 지키면 벌 받는 이상한 대한항공

‘운항 중 술 요구’ 기장 보고한 사무장이 강등당해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9/07/08 [11:02]

대한항공 기장, 비행 중 술 달라

술 요구하자 회사에 보고한 사무장

기장에 구두 경고, 사무장엔 강등

 

대한항공이 왜 이러는 걸까. 대한항공 기장이 운항 중 승무원에게 술을 요구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지만, 도리어 이를 보고한 사무장이 징계를 받아 논란이 되고 있다.

 

8CBS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한항공 김 모 기장은 지난해 123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향하는 여객기에 올라타면서 객실 서비스용으로 마련된 음료 가운데 샴페인을 집으려 했다. 김 모 기장은 승무원이 제지하자 핀잔을 주고는 다른 음료를 가지고 돌아섰다. 그러나 그의 주류 요구는 비행 중에도 계속됐다.

 

김 모 기장은 이륙 몇 시간 뒤 같은 승무원에게 종이컵에 와인 한 잔 담아주면 안 되겠느냐며 또 술을 요구했다. 김 모 기장의 반복된 요구에 이 승무원은 객실 사무장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이야기를 들은 사무장은 함께 탑승한 다른 기장과 부기장에 상황을 전하되, 조종간을 잡은 김 기장의 심적 동요를 우려해 착륙 전까지는 따로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약속과 달리 부기장이 먼저 해당 사실을 김 기장에게 전달했고, 이를 알게 된 사무장이 항의하면서 부기장과 사무장 사이에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 사무장은 결국 암스테르담 도착 직후 김 기장의 주류 요구 사실을 회사에 정식 보고했다.

 

대한항공은 이들의 귀국 이후 사건 관계자들을 불러 자체 조사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뜻밖이었다. 음주를 요구한 김 기장은 구두 경고에 그치고, 오히려 이를 보고한 사무장이 팀장에서 팀원급으로 강등된 것이다. 사무장이 부기장과 말다툼을 하던 중 폭언을 했고, 김 기장 관련 내용을 회사 익명게시판에 올렸다는 이유였다.

 

대한항공 측은 이 사안을 사내 상벌심의위원회에 넘기지도 않고,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에도 보고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김 기장이 빌미를 제공한 건 맞지만 김 기장과 사무장 사이에 오해가 있어 발생한 사건으로 운항에 안전 저해 요소는 없었다고 보고 사건을 종결했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장의 운항 중 음주 요구 사건이 알려지자 세간에서는 지난 2014년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사건을 겪고도 전혀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시 승무원이 서비스 매뉴얼에 따라 항공기에 탑승한 조 전 부사장에게 마카다미아 땅콩을 봉지째 제공했지만, 조 전 부사장은 이를 문제 삼아 이륙을 앞둔 항공기를 돌리라고 지시하며 운항을 방해했다. 이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을 말리던 박창진 사무장이 화를 당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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