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국 대통령을 '구제불능'으로 만든 한국 1등신문

박명섭 기자 | 기사입력 2019/07/14 [10:43]

[기자수첩] 자국 대통령을 '구제불능'으로 만든 한국 1등신문

박명섭 기자 | 입력 : 2019/07/14 [10:43]

▲ 박명섭 기자   

최근 일본의 반도체 공정용 감광재 등 총 3개 품목 수출규제 조치로 국내에서 민간 주도의 자발적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내에서도 한국제품의 납품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어 우려된다. 

 

애초 일본의 주요매체들은 물론 극우매체인 산케이신문 까지도 아베정권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비판기사와 논평을 냈기에 일본 내의 정서가 건강하고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후 유력 정치인들이 TV에 출연해 ‘한국이 일본에서 수입한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가 북으로 간다’거나 ‘무허가수출적발건수가 늘었다’며 가짜뉴스를 통해 안보를 화두로 내세우면서 일본 현지의 분위기는 정치권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어 우려된다.

 

일제의 강제 징용 피해자 재판 문제로 일본 국내 여론이 한국에 대해 감정적으로 바뀌고 있는 상태에서 일본 정치인들의 터무니없는 주장과 한국 보수 언론을 인용한 자극적인 기사들을 언론에서 쏟아내면서 점점 더 격화 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심각한 건 국내 언론의 한일관계 관련 비판기사들이다. 도쿄에 사업장을 둔 재일 기업가 박 아무개 대표는 “일본 매체들이 인용하는 대부분이 문재인 정권에 비판적인 조선일보 기사다 보니 일본 현지에서는 ‘아베에게도 문제가 좀 있긴 하지만 문재인은 구제불능의 인간이다’라는 인식들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이제는 대다수가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거래처 사람들과 만나서 얘기하다보면, ‘일본도 한국과 잘 해 나가고 싶지만 문재인이 정권을 잡고 있는 한 불가능하지 않겠나’라고들 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적어도 박 대표가 비즈니스 상 접촉하는 일본 기업인들 대부분은 한국 1등 신문 조선일보가 문재인 정권을 많이 비판 하고 있고, 그 기사에 달리는 비판적 댓글을 근거로 한국에서도 문 대통령을 비판하는 여론이 대부분이라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문재인 정권이 국내에서 지지율을 조금이라도 더 올리려고 일본을 적대시 한다고 이해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으며, 그들은 결과적으로 ‘한일 양국을 위해서는 한국정권이 바뀌는 게 좋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아베가 선거전에 이용하기 위해 북한 핵을 활용하고, 이번 참의원 선거를 위해 수출규제카드를 꺼내들었다고 인식하는 것과 같은 맥락의 인식인 것이다.

 

문제는 이미 현지에서 국내제품들을 공급하는 기업들이 납품에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박 대표는 “도쿄 오오쿠보(大久保)의 한국식당엔 일본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아 아직 교포 사회는 크게 영향을 받는 것 같진 않지만 한국 기업의 제품들은 이미 공급에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관공서 입찰사양을 통과한 우리 제품이 납품을 기다리고 있던 중 이례적으로 사양이 변경 돼 납품이 취소 된 건이 있다”면서 “아주 특별한 일 없으면 그 제품으로 진행 되는게 일반적인데 명확한 사유 설명도 없는걸 보면 아마도 한국 제품이라 교체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본 언론들이 아베의 수출규제조치 초기 정부에 비판적이었던 기조에서 날이 지나면 지날수록 한국에 비판적인 뉘앙스의 기사를 쏟아내는데 반해 조선일보의 11일자 관련기사 제목은 △기업인 불러놓고, 각오만 다진 120분 △이 와중에…경제부총리는 “성장률 반등할 것” △우리 정부 “불화수소 北밀반출 근거없다”하루만에…日언론, 전략물자 불법수출 문건보도 △외교장관은 6박7일 아프리카 순방 △전략물자 관리도, 해명도 ‘엉터리 산업부’ △“일본, 반도체 ‘급소 바로 옆’을 찌른 것 같다” 등 자극적이고 비판 일색이다. 

 

12일은 더 가관이다. △“한국, 강대강 맞서면 아베 선거 도와주는 꼴” △“미국 전문가들, 이번 韓日 갈등은 한국이 시작했다고 보는 쪽 많아” 에 더해 뜬금없이 ‘징비록’이 등장했다. ‘징비록을 다시 읽으며’라는 칼럼에서 “‘징비록’은 통치자가 선악 이분법으로 역사를 재단하고 현실을 외면하면 국가에 환란이 닥친다고 외친다. 외교안보와 경제를 이념과 도덕근본주의가 망친다고 고발한다. 위기의 한·일 관계 앞에서 국보 제132호 ‘징비록’의 절규가 가슴을 친다”라고 썼다. 이 칼럼은 과연 누구에게 던지는 메시지인가. 

 

양국의 갈등이 심화돼 가고 있는 상황에서 조선일보의 기사와 칼럼은 왜 항상 자국을 공격하고 비판하는 데만 집중하고 대립중인 상대국에 대해서는 그리하지 못하는 것일까. 과연 일본은 옳고 한국은 잘못하고 있는 것일까. 

 

형제간 이견으로 다툼이 있어 서로 감정이 좋지 않고 으르릉 대다가도 누군가에게 위해나 폭행을 당한다면 바로 달려가 응징하는 것이 인지상정인데 국가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

 

시민들의 자발적인 불매운동이나 정치권의 강성발언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 된다'는 언론과 정치인들은 과연 어느 나라 사람들인가.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쪽은 우리가 아니라 일본 아베정권임을 다시 한 번 제대로 인식하길 바란다.

 

문화저널21 박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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