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 D-1, 삼바 수사와 정의선의 데자뷔

여전히 유효한 ‘합병 후 승계’ 정몽구 비자금 재조명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19/07/24 [15:22]

윤석열 검찰 D-1, 삼바 수사와 정의선의 데자뷔

여전히 유효한 ‘합병 후 승계’ 정몽구 비자금 재조명

성상영 기자 | 입력 : 2019/07/24 [15:22]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의 취임을 앞두고 삼성과 현대차가 긴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7년 국정농단 사건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2006년 비자금 사건으로 윤 총장의 손에 의해 철창신세를 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과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그룹 지배권을 확보했다. 이 부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제일모직의 가치를 높이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낮추는 방식이 동원됐다. 이를 위해 당시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를 감행했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검찰 수사 내용이다.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지금의 삼성물산 지분의 17.08%를 보유하게 됐다. 삼성물산은 이건희 회장(20.76%)에 이어 삼성생명 지분을 두 번째(19.34%)로 많이 가지고 있고,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 중이다. 그룹 핵심 계열사의 지배권이 상당 부분 이 부회장으로 넘어간 것이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 합병 통한 승계, 삼성과 현대차 닮은꼴

 

삼성과 현대차 두 재벌 승계의 궤적은 많이 닮아있다. 이 부회장에게 제일모직이 승계의 씨앗 역할을 했다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에게는 현대글로비스가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2001215억원을 출자해 현대글로비스 지분 59.85%를 확보했다. 최대주주인 정 수석부회장은 20195월 현재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를 갖고 있다. 계열사 내부거래를 통해 급성장한 현대글로비스가 정몽구-정의선 부자간 승계의 자금줄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단순히 이것이 현대글로비스에 내려진 특명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정몽구(6.96%)현대모비스(21.43%)현대자동차(33.88%)기아자동차(16.88%)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며 그룹 전체 지배권을 확보한 것처럼, 현대글로비스를 통해 순환출자의 시작점에 있는 현대모비스를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영향력 아래에 두는 시나리오가 나왔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5월 현대모비스의 국내 A/S부품 부문을 떼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내놨다.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한 현대모비스를 지주사로 하고,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는 안도 거론됐다. 하지만 이는 하나의 시나리오였을 뿐 실현되지는 못했다.

 

◇ 승계의 열쇠, 현대글로비스 이전에 본텍이 있었다

 

현대차그룹은 이전에도 합병을 통한 승계를 추진한 적이 있었다. 여기서 본텍이라는 회사가 등장한다.

 

본텍은 1998년 기아자동차 부도 이전 기아차에 부품을 납품하던 회사였다. 기아자동차그룹이 부도나자 화의절차와 지분 인수, 감자, 유상증자 등 복잡한 과정을 거쳐 현대차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때 직·간접적으로 본텍 인수에 참여한다. 정 수석부회장의 2004년 본텍 지분은 30%였는데, 현대글로비스 역시 이 회사 지분 30%를 가졌다.

 

이때의 구상은 본텍과 현대모비스를 합병해 승계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에 삼성에버랜드 편법 승계 의혹이 불거지며 무산됐다. 비록 본텍-현대모비스 합병은 없던 일이 됐지만, 2005년 정 수석부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본텍 지분 전량을 독일 지멘스에 매각해 500억원가량의 차익을 얻었다.

 

▲ 지난 2016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제네시스 브랜드 전략과 방향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 현대차 비자금 사건에서는 주목받지 못한 본텍

 

여기서 현대차 비자금 사건이 터진다. 2006년 검찰은 1000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수천억원의 손실을 끼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횡령 및 배임)로 정몽구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정몽구 회장이 조성한 비자금과 승계작업이 무관하지 않다고 봤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이 부분이 구체적으로 다뤄지지 못했다. 법원 판결문에 명시된 여러 혐의사실 중 본텍에 관한 부분을 살펴보면, 본텍 유상증자 과정에서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본텍의 지분 대부분을 실질적으로 취득함으로써 기존 주주이던 기아차에 손해를 입혔다는 내용이 나온다. 하지만 법원은 기아차의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인 점, 정몽구 회장이 직접 지시한 적은 없다는 점을 들어 정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만약 현대차 비자금 수사로 본텍에 관한 사실들이 들춰지지 않았다면 삼성에버랜드-제일모직 합병 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으로 이어지는 삼성의 승계 과정과 거의 맞아떨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결론적으로 현대모비스 지분 일부를 얻는 데 성공하긴 했다. 본텍이 궁극적으로 현대모비스와 합병하면서다. 본텍은 20062월 현대오토넷에, 현대오토넷은 20096월 현대모비스에 합병됐다. 그 결과 현대글로비스는 현재 현대모비스 지분 0.67%를 갖고 있다. 현대글로비스의 본텍 지분이 살아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 구속되고, 8400억원이라는 거액의 사회 환원 약속을 하면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에게까지는 화가 미치지 않았던 점도 하나의 요인이다.

 

◇ 윤석열이라는 교집합, 부정 승계 심판할 수 있을까

 

삼성과 현대차의 승계 과정에서 한 가지 차이는 있다. 삼성은 승계의 당사자(이재용 부회장)가 감옥에 갔지만, 현대차는 승계를 해주는 사람(정몽구 회장)이 구속됐다는 점이다. 이 부회장은 국민연금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찬성표를 얻기 위해 대통령과 독대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정 회장은 아들에게 기업을 물려주기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려고 했다는 의심을 샀다.

 

삼성과 현대차의 마지막 교집합은 윤석열 신임 총장이 될 확률이 높다. 윤 신임 총장은 2006년 현대차 비자금 사건을 수사한 검사였고, 2017년 국정농단 특검팀에서 대기업 부문을 맡았었다.

 

윤 신임 총장이 취임하는 이상 현대차그룹도 승계작업을 신중히 할 수밖에 없다. 그는 수사 당시 정몽구 회장을 구속수사해야 한다며 윤대진 현 법무부 검찰국장과 함께 사직서까지 제출했던 인물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는 두 번의 영장 청구 끝에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하며 사상 최초 삼성 총수 구속을 끌어내기도 했다.

 

우리나라 양대 재벌 총수를 모두 구속한 그가 검찰총장에 취임하면 재벌의 부정한 승계를 다잡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나온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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