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병력病歷 / 임보

서대선 | 기사입력 2019/08/12 [08:46]

[이 아침의 시] 병력病歷 / 임보

서대선 | 입력 : 2019/08/12 [08:46]

병력病歷

 

하루쯤 앓게 되면

육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한 열흘쯤 앓게 되면

목숨의 존귀함을 깨닫게 되고

 

한 달포쯤 앓게 되면

이 세상 삼라만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깨닫게 된다

 

앓아 본 적이 없는 자여,

어찌 삶의 깊은 맛을 짐작할 수 있으리

 

# ‘아픈 만큼 성숙 할’ 수 있을까? 어린 날 고열에 들떠 까무룩 정신을 놓았다 눈을 뜨면, 할머니께서는 찬 물수건을 이마에 얹어 주시고 팔다리를 주물러 주시며, ‘똑똑해 질려구 그래. 크느라고 그러는 거야.’ 라는 말씀을 주문처럼 들려 주셨다. 아프면서도 할머니의 주문 같은 말씀이 뇌 속에 새겨져 아프고 나면 정말 똑똑해 질 거라고 믿었다. 앓고 난 후에 생긴 통찰력이라면, 발병 하게 된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고 병이 생기면 발열과 통증으로 몸이 잘못 되었다는 걸 알려 준다는 것이었다.

 

병에 걸려 앓을 때, 우리는 병에 걸린 자신을 솔직하고도 진지하게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병이란 자신이 무시했거나 배려하지 않았던 육신과 정신적 측면들이 전해주는 메시지다. 병에 걸려 앓게 되면 그동안 자신의 진정한 모습에서 얼마나 벗어나 있었는가를 확인하는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 병이 들어 올 수 있도록 스스로를 괴롭혔거나,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것을 반성하고, 불균형 상태가 되어 고통 받고 있는 자신을 빨리 바로 잡으라는 신호를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앓는다는 것이 ‘살고자하는 몸부림’으로 느낄 수 있을 때, ‘아픈 만큼 성숙’ 할 수 있는 것이리라.   

“하루쯤 앓게 되면/육신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고// 열흘쯤 앓게 되면/목숨의 존귀함을 깨닫게 되고//한 달포쯤 앓게 되면/이 세상 삼라만상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깨닫게 된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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