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순간 정전 / 김리영

서대선 | 기사입력 2019/08/19 [09:01]

[이 아침의 시] 순간 정전 / 김리영

서대선 | 입력 : 2019/08/19 [09:01]

 

순간 정전

 

그대에게 가는 길을 잃어버렸다

갑자기 멈춰 선 열차

전기가 공급되기를 기다리며

술렁이는 열차 안,

길은 가도 가도 어렵고

길은 둥글게 말려오고

 

언제던가, 그대 만나 하늘 보고 돌아오던 길

머리 위 초저녁 별 하나 떠있고

별을 잡은 듯, 만져본 듯

밤 새워 별과 함께 걷고 싶던 저녁

콧노래 흥얼거리고 가로수 사이 떨어지던 별

풀어진 마음을 별빛에 친친 감고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하라는 안내방송 흐르고

5번인지 6번 출구인지 모를 계단

사람들 발길에 밟혀 물러서고

머릿속 꿈틀거리는 파란 길이

생각의 끄트머리를 휘어잡아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 '0.07-2초'의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전기의 세계에선 엄청난 사건이 발생 할 수 있는 시간으로, “순간 정전”이 발생하는 시간의 길이다. 이 짧고도 짧아 보이는 시간동안 정전이 일어나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연구소에서 사무실에서 학교에서 공장에서 집에서 사용하던 컴퓨터가 다운되어, Main CPU 정지 및 저장 데이터가 사라지거나 파괴되어 낭패를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갑자기 멈춰버린 엘리베이터 안에 있던 사람들은 캄캄하고도 좁은 공간에 갇혀 폐쇄공포를 느끼게 될 것이다. 지하철과 기차 속에 있던 사람들은 마비된 교통통제 시스템에 관해 제대로 된 정보를 알지 못한 채 불안해질 것이다. 통신설비에 이상이 생기고, 제조공장에선 불량품이 발생할 것이다. 다시 전기가 들어와 생산 라인이 재가동 하려면 긴 시간이 소요되어 국가적 금전 손실이 막대하게 가중 될 것이다. 

 

“순간 정전”의 발생 원인으로는 철탑 부근의 낙뢰가 발생 했을 때, 순간 누설 전류가 발생 했을 때, 볼트 채결 불량, 전력계통의 고장, 전력공급 지역의 큰 부하변동, 전기 공급 설비 불량 등에 의해 발생 된다. “순간 정전”이 발생할 수 있는 부위를 미리미리 점검하고 대처전략을 세우지 못한다면,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정전 사태가 가래로도 막기 어려운 대정전(blackout)으로 확대 될 수 있다 것을 있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살아가다 보면 인간관계 사이에서 누설 전류가 발생하거나 과부하가 발생할 수도 있다. 눈에 잘 띄지도 않던 삶의 아주 작은 볼트 하나가 “순간 정전”을 초래하게 되면, 전혀 원하지 않던 곳에 불시착하여 “5번인지 6번 출구인지 모를 계단”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사람들 발길에 밟혀 물러서고” “생각의 끄트머리를 휘어잡”혀 “이리저리 끌”려 다닐 수도 있게 되는 것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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