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의 오만과 독선이 만들어낸 '광복절 박수시비'

여·야, 상이한 정책제시와 상호비판으로 집권경쟁이 존립목적

최병국 기자 | 기사입력 2019/08/19 [10:40]

여당의 오만과 독선이 만들어낸 '광복절 박수시비'

여·야, 상이한 정책제시와 상호비판으로 집권경쟁이 존립목적

최병국 기자 | 입력 : 2019/08/19 [10:40]

지난 15일 제74주년 광복절 행사 중 문재인 대통령의 경축사에 낭독 중에 제1야당 황교안 대표가 박수를 치지 않자 민주당 이혜식 대변인은 (서면) 논평을 통해 "황 대표는 대통령의 경축사가 진행되는 동안 거의 박수를 치지 않았다"며 "제1야당 대표의 무례함과 협량함에 말문을 잃는다"고 비난했다. 

 

이에 자유한국당 이창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제 1야당 대표의 박수를 셀 시간에 서민들의 삶을 살피라"고 맞받아쳤다. 희한한 논쟁이다. 여야는 집권전략 제시 및 상호 비판하면서 집권경쟁을 하는 것이 (정당) 존립 목적이다.

 

황교안의 대국민담화문 및 대통령 경축사 상호 비난 

 

광복절 전날(14일) 제1야당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이례적으로 국회 로덴홀에서 “오늘을 이기고 내일로 나가자” 주제로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담화문은 요지는 대한민국 헌법가치를 이어나가면서,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법치주의 확립을 위한 실천목표로 잘사는 나라 만들기, ②모두가 행복한 나라 만들기, ③구체적 미래산업 발전 및 국민을 일하게 하는 복지, ④화합과 통합의 나라 만들기, ⑤북핵 폐기 등을 통한 한반도 평화구축을 제시했다.

 

이러한 황 대표의 대국민담화가 끝나자마자 여당에서는 때아닌 ‘대권 놀음’이라면서 강력히 비난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이혜식 대변인은 15일 전날 황 대표가 국회에서 광복절 기념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것을 두고도 "황 대표는 대통령의 경축사가 나오기도 전에 야당 대표의 메시지를 국민 앞에 먼저 고하는 비상식적이고 전례도 없는 무례한 정치적 이벤트를 가졌다"며 비판했다.

 

다음날일 15일 독립기념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주제로 한 광복 74주년 경축사를 했다.

 

문 대통령 경축사의 주요 요지는 ①책임 있는 경제 강국으로 자유무역의 질서를 지키고 동아시아의 평등한 협력을 이끌어 내고, ② 대륙과 해양을 아우르며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 국가 건설, ③ 평화로 번영을 이루는 평화경제를 구축하고 통일로 광복 완성 등의 비전을 제시했다.

 

이러한 문 대통령의 8.15 경축사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해식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광복 100주년인 2045년에 평화와 통일로 하나 된 '원 코리아'의 기반을 다지겠다고 약속함으로써 통일의 과업을 뚜렷이 제시했다"면서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를 그려낸 경축사"라고 의미를 강조했다.

 

이에 반해,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말의 성찬으로 끝난 허무한 경축사"라며, "대통령의 경제 인식 역시 '북한과의 평화경제로 일본을 뛰어넘자'던 황당한 해법을 되풀이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책은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았다"며 "실질적인 대안이 없는 '정신 구호'의 나열에 불과했다"면서,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이렇든 여·야 당은 각 당의 주요 정책은 물론, 담화문 나아가 대통령 경축사까지 여·야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극도의 호평, 또는 날 선 비판을 하는 것이다. 여당이 야당의 정책이나 담화 등에 대해 호평하는 것은 있을 수 없고, 야당 역시 대통령을 포함한 여당의 입장에 동조하는 것 역시 상상조차 할 수 없다.

 

황교안 대표가 대통령 경축사 전날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한 것이 적절한 것이었느냐에 대한 정치적 판단 등은 별개로 하고, 황 대표의 대국민담화문과 문 대통령의 경축사를 비교·분석해 보면 남북보다 더 날카롭게 대치되어 있다.

 

황 대표로서는 집권 향한 수권 야당의 대표로서 나름의 집권 플랜(정책)을 마련하는데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며, 문 대통령의 경축사는 평화와 희망의 대한민국 건설의 꿈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을 다한 것으로 보인다. 여·야 각 당의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 및 자당 대표는 100점이고, 상대는 0점인 것이다. 

 

여·야간의 이러한 본질적 기능 차이를 도외시하고, 야당 입장에서는 질시와 배척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야당 대표가 박수로서 화답하지 않는 것에 대해 무례를 논하는 것은 자연스럽지 못하고 뭔가 이상한 상황이다. 물론 국가원수에 대한 결례는 있을 수 없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대통령에 대한 존중심과 정부 정책(부)동의 문제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하며,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국군통수권자이며 국가원수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지위와 권위는 그 어떤 경우에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집권을 향한 수권 야당으로서는 여당의 정책 및 나아가 대통령의 국정 방향과 다른 집권 정책 등을 제시하면서 국민의 지지를 호소할 수 있다. 아니 이것이 오히려 야당의 본령이자 사명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부 정책에 대해 ‘부동의’ 표시로 국정 방향을 밝히는 대통령의 경축사 등에 박수를 치지 않은 것은 정치적으로 나무랄 일은 절대 아니다. 야당은 항상 대통령의 국정 연설 등에 비판해 왔다. 또한, 이것은 야당의 사명이다.

 

8. 15. 경축식장에서 황교안 대표가 절대적 지위를 존중받아야 하는 국가원수인 대통령에게 인간적으로 무례를 범했다면 이는 용서할 수 없는 일이고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정책(경축사)에 대한 부동의 차원에서 박수를 보내지 않았다면, 이는 비난의 대상이 아닌 정치적 사안일 뿐이다.

 

같은 경우는 전혀 아니지만, 박정희, 전두환 같은 철권통치자 연설에 민주화의 상징인 김영삼, 김대중 대표가 과연 박수칠 수 있겠는가? 박수를 친다면 김영삼·김대중 지지자들이 과연 어떻게 생각할 것이며, 야권을 이끌어 갈 수가 있겠는가? 어쨌든 황 대표는 현재 수권을 목표로 하는 제1야당 대표이며, 정부 정책에 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차이점은 충분히 이해되어야 한다.

 

물론 이례적인 비평 논평까지 나온 과정에서 황 대표의 소홀함은 있을 수도 있다. 대통령에 대한 인간적 존중심 부족으로 보였다면 자업자득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그러나 정책 ‘부동의’에 대한 비난이라면, 여당의 오만과 독선일 뿐이다.

 

상황 관전자인 정의당 유상진 대변인은 16일 브리핑을 통해 ‘박수논란’에 대해 "양당은 정치적 논쟁보다 국익과 민생에 집중하라"고 일침을 가했다. 나아가 "어찌 됐든 여당은 국정의 책임자다. 야당 대표의 박수 횟수가 뭐 그리 중요한가"라며 "집권 세력답게 사소한 시비는 웃으며 넘길 줄 아는 아량을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정답이자, 양당에 일격을 가한 유쾌한 위트였다.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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