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시기에 꿈꾼 미래 도시, 현대 건축가들이 풀어낸 상상

문화유산과 현대건축의 만남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 : 기억된 미래’

이영경 기자 | 기사입력 2019/09/03 [13:45]

대한제국 시기에 꿈꾼 미래 도시, 현대 건축가들이 풀어낸 상상

문화유산과 현대건축의 만남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 : 기억된 미래’

이영경 기자 | 입력 : 2019/09/03 [13:45]

▲ 스페이스 파퓰러_밝은 빛들의 문/LED 스크린, 거울, 철, 250 x 300 x 60 cm, 2019  

국립현대미술관과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덕수궁관리소가 문화유산과 현대건축의 만남 ‘덕수궁-서울 야외 프로젝트 : 기억된 미래’를 오는 9월 5일부터 2020년 4월 5일까지 덕수궁 및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미술관 마당에서 개최한다. 

 

이는 지난 해 문화재청 덕수궁관리소와 격년제 정례전시 협약을 맺고 공동주최로 처음 열리는 전시다. 스페이스 파퓰러, CL3, 뷰로 스펙타큘러, OBBA, 오브라 아키텍츠 등 아시아 지역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5팀의 5점 작품이 소개된다.

 

전시는 고종황제의 서거와 3·1 운동이 있었던 1919년으로부터 100년이 흐른 2019년, 대한제국 시기에 가졌던 미래 도시를 향한 꿈들을 현대 건축가들의 시각과 상상으로 풀어낸다. 특히 ‘개항’과 ‘근대화’라는 역사적 맥락을 같이하는 아시아 주축 건축가들이 한국의 살아있는 근대문화유산을 배경으로 새로운 작품을 구상·연출·설치하였다.

 

태국에서 처음 디자인 회사를 설립해 지금은 세계 여러 곳을 무대로 활동하는 스페이스 파퓰러(라라 레스메스, 프레드리크 헬베리)는 덕수궁 광명문에 ‘밝은 빛들의 문’을 선보인다. 광명문의 이름에서 영감을 얻어 빛의 스크린을 설치하고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가상의 공간을 연출한다. 작가들은 한국의 단청 보수 전문가와 워크샵 등을 통해 단청 패턴에 관심을 갖고 약 7개월간 작품을 구상했다.

 

▲ 씨엘쓰리_전환기의 황제를 위한 가구/철, 나무, 신주, 천, 파라솔, 대나무 매트, 바퀴, 옻나무 오일, 태양광 조명, 가변설치, 2019    

 

고종황제의 침전이던 함녕전 앞마당에는 홍콩 건축가 CL3(윌리엄 림)의 ‘전환기의 황제를 위한 가구’가 설치된다. 황실의 가마와 가구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샤를로트 페리앙(Charlotte Perriand)의 라운지 의자 등 20세기 서구에서 실험되었던 가구의 형태들과 조합하여 6개의 가구 유형을 디자인했다. 관람객들은 마당에 배치된 가구들에 직접 앉아보며 동서양이 만나던 대한제국기의 황제의 일상적 삶을 상상할 수 있다.

 

덕수궁의 법전인 중화전 앞에서는 ‘2018년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건축부분을 수상한 OBBA(곽상준, 이소정)의 ‘대한연향(大韓宴享)’을 만나게 된다. 과거 중화전 앞에서 열렸던 연향(궁중잔치)에는 가리개처럼 기능에 따라 공간이 새로 창출되는 ‘변화 가능성’을 가진 장치들이 동원되었다. 이러한 전통 구조물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오색 반사필름으로 시시각각 바람에 반응하여 춤추듯 화려한 색의 그림자로 매 순간 변화하는 풍경을 창출해낸다. 작가는 이를 통해 유연한 사고·가치·공간을 제안한다.

 

(위에서부터) ▲ 오비비에이_대한연향 / 스테인리스 스틸, 폴리카보네이트 판, 다이크로익 필름, 돌, 모래, 태양광 조명, 가변설치 (각 300 x Ø235 cm), 2019  ▲ 뷰로 스펙타큘러_미래의 고고학자 / 철, 콘크리트, 태양광 조명, 700 x 700 x 700 cm, 2019  ▲ 오브라 아키텍츠_영원한 봄 / 폴리카보네이트 돔, 나무, 철, 온돌, 네오프렌 가스켓, 콘크리트, 고밀도 단열재, 발포폴리스티렌, 태양광 패널, 조명, 1500 x 760 x 500 cm, 2019  

 

석조전 분수대 앞에는 대만계 캐나다 건축가이자 2014년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대만관의 대표작가인 뷰로 스펙타큘러(히메네즈 라이)가 ‘미래의 고고학자’라는 작품을 통해 관객들을 만난다. 작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먼지가 쌓여 단층을 만들 듯, 수 세기 후 지면과 우리와의 관계를 수직적으로 보여준다. 관람객들은 솟은 평면들을 연결한 계단을 올라 수세기 뒤 미래의 한 시점에 도달하고 발 아래 2019년을 과거로서 바라보게 된다. 

 

덕수궁관에 이어 서울관의 미술관 마당에는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인 오브라 아키텍츠(제니퍼 리, 파블로 카스트로)의 120㎡(약 36평) 초대형 파빌리온 온실 ‘영원한 봄’이 9월 11일 공개된다. 가을과 겨울 전시기간 동안 봄의 온도 항상성을 유지하는 온실로, 파빌리온을 덮은 투명 반구체들을 통해 빛이 실내를 환하게 밝힌다. 작품명은 자유롭고 공정한 사회를 지향해 온 인류 역사가 ‘프라하의 봄’, ‘아랍의 봄’등 봄으로 불리는 시적인 은유에서 착안했다. 동시에 작가는 오늘날 전 지구적 문제로 떠오르는 기후변화의 사회적 영향에 대한 화두를 던진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세계적인 현대 건축가들의 유연한 건축정신과 살아있는 한국 문화유산의 융합을 통해 국내․외 관객들에게 새로운 미적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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