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바이오社-2] 임상중단에 먹튀, 추락한 ‘신라젠’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9/09/26 [08:58]

[추락하는 바이오社-2] 임상중단에 먹튀, 추락한 ‘신라젠’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9/09/26 [08:58]

최근 가장 크게 이슈가 됐던 대한민국 바이오주의 몰락 사례를 꼽으라 하면 단연 ‘신라젠’이 꼽힌다.

 

한때 시가총액 10조원 선을 넘겼던 신라젠은 현재 주가가 1만원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추락한 상태다. 최고가일 때와 비교하면 10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불과 몇년 사이에 신라젠의 주가는 롤러코스터처럼 오르고 내리며 개미 투자자들을 울렸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임상 3상에서 문제를 빚은 것처럼 신라젠 역시 임상3상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한때 기적의 항암제로 불렸던 신라젠의 표적항암제 펙사벡(Pexa-Vec)은 간암 대상 임상3상 시험 무용성 평가에서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받았고 사실상 신약개발 자체가 물거품이 돼버렸다. 

 

여기에 더해 임상중단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기 직전, 신라젠 임원들이 주식을 장내매도해 수십억원에서 수천억에 달하는 이익을 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먹튀’ 논란까지 불거진 상태다. 한때 대한민국을 대표할 표적항암제가 나올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은 한순간에 대한민국 바이오업계 최악의 사기극으로 돌변해버렸다.   

 

  

[추락하는 바이오社2-신라젠]

 

#성장

 

바이오 벤처 기업인 신라젠의 역사는 1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황태호 부산대 의대 교수가 창업한 산학협력 벤처기업 신라젠은 부산대병원 연구팀에서 개발한 바이러스 기반 면역 항암치료제 펙사벡(Pexa-Vec)의 상용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펙사벡은 우두바이러스 유전자를 조작해 암세포에서만 선택적으로 증식해 암세포를 죽이는 표적 항암제로, 항암 바이러스 ‘JX-594’를 이용한 것이 특징이다. 

 

신라젠은 2007년 임상1상을 완료하고 2008년 임상 2a상, 2011년 임상2b상에 돌입했다. 이후 2014년 300억 상당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미국 제약업체 제네렉스(Jennerex)의 지분 70%를 인수하며 눈길을 끌었다. 이는 당시 국내 바이오 벤처기업이 해외 유수 바이오텍 업체를 인수한 첫 사례인 만큼 화제가 됐다.

 

2015년 4월 미국 FDA로부터 다국가 글로벌 임상 3상 계획을 승인받고, 우리정부 주도의 글로벌 첨단바이오의약품 기술개발 국책사업 주관기관으로 선정되면서 급격한 성장세를 맞은 신라젠은 코스닥 상장을 추진, 2016년 12월6일 코스닥 상장 첫날 시가총액 7910억원을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 정점 

 

산학협력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신라젠은 2017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상승세에 접어들어 2018년 정점을 달렸다. 

 

상장 이후 1만원 대에 머물렀던 신라젠의 주가는 2016년 무렵부터 급등세를 타기 시작했는데, 2017년 11월21일 주가가 13만1000원까지 올랐고 시가총액만 8조7116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면서 한때 신라젠의 시가총액은 10조원선을 넘겨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오르기도 했다. 

 

이는 신라젠이 개발한 펙사벡이 2016년 글로벌 임상 3상에서 미국 내 첫 투여가 시작되고, 2017년 들어 중국 임상3상 계획을 승인 받았으며 미국 내에서 신장암과 대장암 대상 병용임상 공동연구 계약이 잇따라 체결된데 따른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신라젠은 임상 진행을 위한 투자금을 유치하고자 지속적으로 펙사벡의 성공 가능성을 언론을 통해 언급했고 투자심리는 거침없이 커져만 갔다. 

 

2018년 1월 ABL유럽과 차세대 항암바이러스 ‘JX-970’의 제조공정 협약을 체결한 것을 시작으로 신장암 대상으로 펙사벡과 리제네론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1상 식약처 승인, 유럽 13개국에서 특허 추가 등록에 이어 각종 학회에서 임상결과를 공개하며 연이은 성과를 알렸다. 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의 투자로 이어졌다. 

 

# 문제의 시작

 

이처럼 신라젠이 주가 상승의 단물을 맛보고 있던 상황에서도 회의적인 목소리는 계속해서 나왔다. 

 

단순히 실적만을 놓고 본다면 △2016년 매출 53억, 영업손실이 468억원을 기록했고 △2017년 매출 69억, 영업손실 506억원 △2018년 매출 77억원, 영업손실 590억원을 기록해 영업손실 규모만 계속해서 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일각의 우려는 펙사벡이 대박 나기만 하면 해결된다는 목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결국 ‘펙사벡’ 만을 위해 달려왔던 신라젠은 펙사벡 때문에 몰락의 길을 걷게 됐다. 올해 8월 미국 DMC에서는 펙사벡 간암 대상 임상3상 시험 무용성 평가에서 임상시험 중단을 권고했고, 신라젠 역시 이같은 권고사항을 미국 FDA에 보고했다. 이같은 소식에 신라젠은 거침없이 추락하기 시작했다.

 

# 현 상황

 

현재 신라젠 주주들은 물론 주식시장 전체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부분은 임상중단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오기 전 임원들의 ‘내부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2019년 8월 임상중단 권고 결과가 나오기 한달 전, 신현필 신라젠 전무는 88억원 규모의 주식 16만7777주를 장내 매도했고 문은상 대표는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까지 156만주에 달하는 주식을 장내매도해 1300억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 

 

대규모 장내 매도에 나선 임원들의 모습에 투자자들은 ‘중간발표 결과가 안좋은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지만, 사측은 당사자들의 입을 빌려 “세금을 내기 위한 것이다”, “개인 채무변제를 위한 것이다”라며 논란을 일축시켰다.

 

임상중단이라는 결과가 나온 지금, 당시 임원들의 장내매도는 침몰하는 배에서 가장 먼저 탈출한 행위라는 이른바 ‘먹튀’ 논란을 한몸에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유성엽 대안정치연대 임시대표는 문은상 신라젠 대표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

 

검찰에서도 신라젠 임원들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와 관련해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추가적으로 문은상 대표가 주식 장내매도를 통해 취득한 이익으로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는 이야기까지 전해지면서 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현재 신라젠의 주가는 1만원도 채 되지 않는 상황으로 반등의 여지 역시 희박한 상태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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