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준 칼럼] 한글에 실천철학을 달자

박항준 | 기사입력 2019/11/12 [15:10]

[박항준 칼럼] 한글에 실천철학을 달자

박항준 | 입력 : 2019/11/12 [15:10]

‘한글에 철학을 달자!’라는 말은 세종대왕께서 창제하신 한글에 대한 철학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후손들이 세종대왕의 뜻을 이어받아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자는 얘기다.  

 

필자는 몇 년 전 ‘더마켓’이라는 책을 매일경제신문사에서 출간했다. 석사논문을 책으로 낸 것인데, 논문 자체가 우여곡절이 매우 큰 과정을 겪었다.

 

기존 통계방식을 거부한 상태에서 논문이 완성되기까지 겪은 어려움은 만만찮았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어려움이 있었다. 당시 김위찬 교수와 마네 르보안 교수의 공저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 등재되면서 출판돼 베스트셀러가 된 ‘블루오션’이라는 경영학 이론의 문제점을 지적했기 때문이었다.

 

당시 사업과 학업을 병행하면서 15년 동안 사업경험을 쌓아온 필자의 입장에서 김위찬 교수의 블루오션 이론은 매우 훌륭한 개념이나, 블루오션에서 소개된 사례들이 대부분 블루오션이라기보다는 ‘퍼플오션’에 가깝다는 점을 지적한 논문이었다. 

 

필자의 저서는 신기술의 시장진입 전략을 ‘시장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과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블루오션’으로 양분하는 것을 거부했다.  

 

시장과 비즈니스 모델이 기존 기업과 경쟁하는 ‘레드오션’과 시장은 경쟁이 있는 레드오션에 속하나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인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퍼플오션’ (레드와 블루의 결합 컬러), 그리고 시장과 비즈니스 모델 모두가 새로워 경쟁이 필요 없는 ‘블루오션’ 등 세 가지 시장의 존재 이론을 제시한 것이다. 

 

실제 사례로 믹서기 신기술 개발 업체의 전략적 선택에 관한 이론 3가지를 제시했다. 

 

▲당시 주류를 이루던 물과 주스 재료를 함께 가는 ‘물 믹서기 레드오션 시장’에서 대기업을 상대로 시장 진입을 할 것인가? ▲아니면 물을 빼고 대상물만 갈아 보관성을 높이는 일명 ‘돌 믹서 퍼플오션 시장’을 공략할 것인가? ▲혹은 믹서기 시장을 버리고 영양분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건강한 주스를 만들 수 있는 ‘녹즙기 블루오션 시장’을 공략할 것인가에 대한 이론이었다. 

 

특히 이 중 녹즙기 시장은 믹서기 시장과 경쟁하지 않는 진정한 블루오션 시장 사례로 제시되었다. 

 

필자는 이러한 작은 노력과 도전이 기술과 철학의 진보를 낳는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한국과 같이 스승의 그림자도 넘보지 못하는 전통적 텍스트가 강한 문화에서 이러한 도전과 시도는 매우 조심스럽다. 그러나 텍스트에 갇히면 영원히 식민화되어 살게 된다.    

 

헤겔이 ‘테제(정, thesis)’와 ‘안티테제(반, antithesis)’라는 반대 개념의 투쟁을 통해 ‘지테제(합, synthesis)를 창조하는 변증법을 제시한 이유도 권위와 권력, 힘의 텍스트 속에 갇혀 사는 것을 막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변증법 알고리즘을 채택한 서양이 문화적 전통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동양에 비해 기술과 철학의 진보를 이루고 세계의 리더가 된 이유다. 

 

이제라도 과학적으로 만들어진 한글에 실천철학을 달아야 한다. 실천철학이 부족하면 각자 임의적인 개념해석을 하게 되고, 지금처럼 자신들의 텍스트만 옳다고 믿는 맹신적 믿음이 사회를 혼란케 할 뿐이다. 

 

한글에 실천철학을 다는 것은 텍스트에 대한 도전과 노력이다. 권위에 의한 텍스트, 전통에 의한 텍스트, 다수에 의한 텍스트가 우리를 억누르지 못하도록 도전하고 노력하는 것이다. 틀려도 좋다. 부족해도 좋다. 비난을 받아도 좋다. 그래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 실천철학의 첫걸음이 공자가 말한 ‘정명’이다. 최근 이슈화되고 있는 사상(思想), 신념(信念), 원칙(原則), 적폐(積弊), 사회정의(社會正義), 혁신(革新), 착한(social Impact) 등의 한글에 실천적 철학을 담아 새로운 말의 정의(正名)를 내리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만 사회혼란을 줄이고 진정한 한글의 힘이 발휘될 것임을 명심하자.  

 

박항준 세한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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