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문화로 세상보기] ‘밥’과 관련된 상황표현 살펴보기

김효린 청소년 기자 | 기사입력 2019/11/18 [15:23]

[17세, 문화로 세상보기] ‘밥’과 관련된 상황표현 살펴보기

김효린 청소년 기자 | 입력 : 2019/11/18 [15:23]

“식사는 하셨어요?” ‘너 밥도 없을 줄 알아!”

일상생활에서 접하기 쉬운 담화 관습에 대해 생각하다가 한국인들이 많은 상황에서 ‘밥’과 관련된 숙어를 사용한다는 것이 생각나 이를 자세히 탐구해보았다. 

 

실제 밥과 관련된 담화 관습으로 굉장히 많은 사례를 들 수 있다. 예를 들면 안부 인사로 ‘잘 지내셨어요?’ 대신 ‘식사는 하셨어요?’라고 하거나, 다음 만남을 기약할 때 ‘다음에 또 만나요.’ 대신 ‘다음에 우리 밥 한 끼 해요.’라고 말한다. 

 

이 외에도 혼낼 때 ‘너 밥도 없을 줄 알아!’, 무언가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을 때 ‘밥값도 못한다.’, 대우가 좋지 못할 때 ‘찬밥 신세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에 대해 ‘밥맛이야’, 속담 중에서도 ‘다 된 밥에 재 뿌리기’, ‘밥이 보약’ 등 많은 표현들이 있으며, 흔히 일상에서 쓰이고 있다.

 

  • 담화 관습을 형성하는 언어의 의미와 맥락

이렇게 밥과 관련지어 말하는 관습은 굉장히 다양하고, 많은 맥락에서 여러 의미를 표현한다. 따라서 이 모든 관용구의 의미와 맥락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그 관용구에서 쓰이는 ‘밥’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는 알 수 있다. 

 

많은 속담과 관용구를 찾아본 결과 ‘밥’은 속한 문장에서 주가 되는 단어의 의미를 띠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안부를 물을 때 ‘잘 지내셨나요?’ 대신 ‘밥 드셨어요?’로 묻는 것에서 잘 지냈는지 그 여부를 밥을 먹었는지로 치환하여 물어도 똑같이 ‘잘 지냈느냐’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 관용구에서 ‘밥’은 먹는 것이 잘 지내는 것, 즉 좋은 것, 안부를 묻는 문장에서 주된 내용인 ‘잘 지내다’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 된 밥에 재 뿌리기’에서도 다 성사된 중요한 일을 망친다는 뜻으로, 여기서도 밥의 의미가 같음을 알 수 있다. 다소 달리 해석할 수 있는 의미도 있는데, 대표적인 경우가 ‘밥맛이야!’가 있다. 물론 이 경우도 밥이 부정적이기는 하나 여전히 주요 의미이기는 하다.

 

  • 담화 관습은 어떤 기능을 하는가?

이런 관용구들은 때에 따라 인사치레 기능을 가지고 있으며, 같은 의미를 더 정감 있고 마음에 와 닿게 전달하는 기능이 있다. 

 

그 사례로 정확하지 않은 언젠가를 기약하며 만나기로 할 때 ‘언제 한번 만나자.’보다 ‘다음에 밥 한번 같이 먹자.’는 표현이 더 익숙하게 느껴진다. 이 때 ‘밥’이라는 단어는 한국인이 가진 따듯하고 정감 있는 이미지로 느껴지는 표현이다. 

 

  • 담화 관습의 사회문화적 맥락

역사적으로 우리 국민들이 겨울을 거쳐 이른 봄까지 따뜻한 곳에서 세끼 모두 굶지 않고 살 수 있게 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실제 조선시대의 기록을 보면 기후가 좋아 풍년이 들어도 평민들과 소작농, 노숙자들은 그리 여유롭지 못했다. 흉년이 들면 가난은 더욱 심해 농사를 짓는 백성들조차 먹을 것이 없어 칡뿌리를 캐어 먹고 나무껍질을 벗겨 먹었다. 

 

그런 와중에 임진왜란, 정유재란, 정묘호란, 병자호란 외에도 자잘한 오랑캐와 왜구의 침략 등 전쟁을 겪으며 약탈당하고 밭이 불타 논밭을 버려두게 돼 굶주림은 더 심해졌다. 

 

일제강점기 때도 독립 운동가들과 친일 하지 않은 사람들은 먹을 것이 궁했다. 6,25 전쟁 때 또한 밥은커녕 꿀꿀이죽조차 먹기 힘들었다. 

 

이렇듯 밥 세끼를 챙겨 먹기 힘들던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밥’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단순히 ‘식사’를 넘어 ‘따듯함’ ‘여유로움’ ‘상태가 좋음’ ‘평화로움’으로까지 확장되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우리가 자주 쓰는 관용구 속의 ‘밥’이 다채로운 상황에서 쓰일 수 있는 이유 또한 우리 역사로부터 비롯된 ‘밥’의 다양한 의미 때문일 것이다. 

 

무심코 지나치는 ‘밥’ 이야기에서 우리의 역사와 한국인의 ‘정’문화를 찾을 수 있었다. 

 

문화저널21 김효린 청소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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