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같은 사학비리…‘돈 놀이터’ 된 경주의 대학들

설립자 가족 구속돼도 구재단 전횡 여전…죽여도 죽지않는 사학비리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19/11/22 [14:52]

좀비 같은 사학비리…‘돈 놀이터’ 된 경주의 대학들

설립자 가족 구속돼도 구재단 전횡 여전…죽여도 죽지않는 사학비리

박영주 기자 | 입력 : 2019/11/22 [14:52]

경주대·서라벌대, 교육부 수수방관 속 원석재단 몽니에 몸살

설립자 가족 구속돼도 구재단 전횡 여전…죽여도 죽지않는 사학비리 

“우리는 정상화를 꿈꾼다” 학생·교직원·지역사회 소망 이뤄질까

 

▲ 21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사학건전성 강화와 경주대·서라벌대 정상화 공동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박영주 기자

 

“지역의 대학 설립자가 학교공금 횡령으로 구속되고, 그 뒤를 이어 부인이 총장을 맡아 또다시 횡령을 저지르고, 같은 재단의 다른 대학교 총장에 30대의 아들이 앉는 것이 과연 정상입니까? 지역의 대학이 사유재산화 되고 그들만의 돈 놀이터가 되는 것이 정상입니까?”

 

“대학은 설립자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지역경제와 연결돼 있고 인재를 길러내는 곳입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생들과 지역사회 주민들, 교직원들을 위해 교육부는 더이상 뒷짐 지지 말고 나서주십시오”

 

지난 21일 청와대 앞에서는 한 재단의 사학비리로 상처 입은 학생들과 교직원들, 대학이 소속된 지역사회의 주민들이 모여 대학 정상화와 교육부 종합감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문제가 된 대학은 경북 경주시에 있는 ‘경주대’와 ‘서라벌대’로 두 대학은 5선 정치인인 김일윤씨가 학교법인 원석학원을 설립하면서 소유하고 있는 대학들이다. 김씨의 부인인 이순자씨가 경주대 총장을, 김씨의 장남인 김재홍씨가 국내 최연소 총장이라는 화려함을 과시하며 서라벌대 총장을 맡았었다. 

 

수십년간 학생들의 등록금과 정부의 지원금으로 대학을 운영하며 총장을 맡은 가족들은 등록금마저 빼돌리며 횡령을 저질렀다가 구속이라는 판결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 움직였던 ‘구재단’의 입김은 여전히 학교를 괴롭히고 있고 서라벌대는 교육부의 종합감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부는 일련의 상황에 팔짱을 끼고 수수방관하는 상태다. 

 

교육에서의 불공정과 사학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교육부지만 여전히 상황은 바뀌지 않고 있는 것이다. 

 

▲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경주대학교 전경. (사진제공=경주대학교) 

 

설립자 가족들의 ‘돈가방’ 돼버린 경주대·서라벌대

교비 일부, 설립자 딸이 운영하는 경주관광호텔로 흘러 들어가

일감 몰아주기에 리베이트, 회계처리 부정 등 끊임없는 의혹들

 

경주대‧서라벌대의 위기는 지금으로부터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일윤 일가의 사립대학 운영이 교비횡령으로 얼룩지면서 대학은 부실대학으로 낙인 찍혔고 정상화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한 채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1992년부터 경주대총장을 맡은 김씨는 1993년 학교공금 53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데 이어 제18대 국회의원 당선 과정에서 선거활동비 명목으로 금품을 돌린 영상이 공개돼 2008년 12월 징역 1년6개월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50억이 넘는 자금은 주식투자와 빚 갚기에 사용된 것으로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구속된 김씨의 뒤를 이어 경주대 총장을 맡은 이는 그의 부인인 이순자씨였다. 이순자씨가 총장대리로 왔을 당시 많은 교직원들과 학생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검찰조사에서 부인했다 하더라도 이씨는 김씨의 금품 돌리기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았고 2011년 교비횡령으로 2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전과자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숱한 반발 속에서 이씨는 2009년부터 2017년 자진사퇴까지 8년간 총장직을 맡아왔다. 이후 교육부 종합감사에서 50여건의 교육관계법령 위반과 교비횡령이 밝혀지면서 최근 징역2년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120시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에서는 횡령한 교비를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은데다가 배우자인 김씨가 10억원을 학교재단에 환원한 점을 이유로 양형 했지만, 교직원들은 “말도 안되는 판결”이라며 “완전히 봐주기 판결이다. 저지른 잘못에 비해 너무나도 약한 처벌”이라 언성을 높였다. 

 

경주대학교와 서라벌대에서 벌어진 사학비리는 △경주관광호텔 편법운영 △한국예술원 편법지원 △학사회계처리 부정 △실험실습비 편법운용 △입학홍보비 편법사용 △건설·토지거래 비리 및 리베이트 의혹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교비 일부가 횡령돼 설립자 딸이 소유한 경주관광호텔의 시설보수비 및 기자재 구입에 사용되는가 하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용도가 불분명한 가지급금이 122억에 달했다. 골프연습장이나 외국어학관, 종합강의동 등을 건설하겠다며 건설가계정을 설치·운영했으나 이러한 시설들은 건설조차 되지 않았다.  

 

130억원 상당의 20여필지의 토지가 이사회 승인이나 교육부 승인도 없이 공시지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비상식적으로 거래됐으며 건설회사에 시설 대금을 과다지급하는 방식의 ‘리베이트’가 이뤄졌다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련의 사안에 대해서 교육부 감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서라벌대는 2014년 평생직업육대학 육성 사업으로 5년간 매년 평균 56억원 가량을 국고지원 받았음에도 2018년도에 재정지원대학에 선정됐다. 280억원의 국고를 쏟아부었음에도 인프라 구축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인데, 대신 공시 및 시설비 과다계상을 통한 지출과 리베이트 의혹이 빈자리를 채웠을 뿐이다. 

 

경주대와 마찬가지로 학교법인 원석학원의 소송비용을 교비횡령으로 지급했다는 의혹도 있지만 이에 대한 감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가족회사에 일감몰아주기를 자행한 의혹도 연루돼있다. 2009년 설립자 김일윤씨의 장남인 김재홍씨가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홈페이지 개편 및 통합정보시스템 고도화사업에 총 5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됐는데 해당 사업을 맡은 곳이 김일윤씨의 삼남 김모씨가 공동대표로 있는 케이제이소프트앤마케팅이었다. 

 

중도에 개발취소가 되면서 2억원 상당의 손실이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책임 추궁은 이뤄지지 않았고, 사업 몰아주기 외에 온라인 홍보대행 업무나 각종 인쇄물 제작 역시도 해당 업체에 몰아주기로 진행돼 아들의 사업을 위해 대학이 일감을 몰아준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 앞서 언급한 경주관광호텔 교비사용 의혹의 경우, 호텔에서 부담해야 할 리모델링 및 각종 시설·공사·기자재 비용을 경주대학교와 서라벌대학교가 번갈아가며 계약하면서 설립자 김일윤씨의 딸이 소유한 경주관광호텔에 도움을 줬다. 호텔 투숙객의 식사준비에 학생들이 부당하게 동원되기도 했다.

 

▲ 21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경주대와 서라벌대 소속 교직원 및 학생들과 경주지역 주민들,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영주 기자


경주대 종합감사로 논란 표면화…팔짱 낀 교육부

장남이 총장으로 있던 서라벌대는 종합감사 안해

폐교해도 설립자만 배불려, 돈 잔치에 가려진 학생들의 눈물

 

이같은 의혹들은 2017년 경주대학교를 대상으로 진행된 교육부의 종합감사에서 낱낱이 드러났다. 이후 정상화를 위해 임시이사가 파견됐지만, 원석학원 측에서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각종 압력을 행사하면서 4명의 이사들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다.

 

그럼에도 교육부에서는 임시이사와 구이사 모두를 인정한다는 태도를 취해 학교운영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경주대와 함께 비리 의혹을 나눠가진 서라벌대에 대한 종합감사 역시도 진행되지 않았다. 

 

결국 참다못한 학생들과 교직원들,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는 ‘사학건전성강화와 경주대·서라벌대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구성하고 청와대 앞으로 달려와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김기석 공대위 공동위원장은 “경주대학교의 재정지원제외 대학 선정은 김일윤 일가의 비리와 횡령에 기인한 것이지만 교욱부도 책임 크다. 수십년간 이러한 비리를 감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교육부의 책임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육부는 학교정상화의 당사자들에게는 정확한 사실을 알리지 않고 오히려 구재단에 정보를 흘려줌으로써 구재단이 임시이사 효력을 정지시키는 웃지못할 일을 발생시켰고, 구재단이 제기한 소송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만일 두 대학이 구재단의 비리횡포에 져서 폐교하게 된다면 분명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 경고했다. 

 

현재 공대위에서 제시한 요구안에는 △서라벌대학교 종합감사 실시 △교육부 대상으로의 소송 미통보 및 임시이사 명단 유출 의혹에 대한 조사 및 조치 △결원이사 4명 조속 파견 △비리에 개입한 이사에 대한 징벌적 책임 및 정상화 위해 파견된 임시이사 권한 확대 등이 포함됐다. 

 

연대사에 나선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김용석 이사장은 “이 나라는 왜 사립대학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학생들이 길거리에 나와 목소리를 높여야 하느냐”며 “교육부의 감사는 솜방망이에 그쳐서 사립대들은 이제 감사를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검찰은 기소도 하지 않으니 모두가 한통속으로 보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김 이사장은 “교수들은 사학의 부정부패를 보고도 무시하고 사리사욕에 넘어가도 입 다물어야 하느냐. 자신들의 본연의 역할은 잊은 운영자들이 지역 안 가리고 부정부패에 앞장서며 기득권을 위해 죄의식이나 양심 없이 학교를 운영하는 것도 모자라 범죄경력을 가진 이들이 총장이 되고 있다. 이는 경주대와 서라벌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폐교한다고 해도 운영자들의 재산만 챙겨주는 꼴”이라 비판했다. 

 

민생경제연구소 안진걸 소장은 “사회가 좋아지면 가장 먼저 좋아져야 하는 것이 교육기관이자 대학이라고 생각했는데, 곳곳에서 적폐청산이 이뤄지고 있지만 사학비리 문제 하나 해결 못하는 것은 부끄럽다”며 과거 국민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승리를 이끌어낸 상지대 사학비리 사건이나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연루된 수원대 비리 문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성신여대 정상화 투쟁 등을 언급했다.

 

이어 “모범을 보여야 할 고등기관에서 이렇게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괴롭히는 방식으로 고통을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기자회견이 끝난 후 관계자들과 탄원서를 전달하기도 했다. 

 

청와대 앞에 선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저희의 최우선 목표는 경주대와 서라벌대가 사학비리를 청산하고 교육의 수월성을 제고하며 지역사회발전과 함께하는 혁신적 강소대학으로 새롭게 거듭나도록 하는 것”이라 말했다.

 

경주대와 서라벌대의 긴 싸움은 이제 시작이다. 그럼에도 많은 학생들과 교직원들, 그리고 지역사회의 시민들은 대학 정상화를 소원한다. 추운 겨울 청와대 앞에서 서로에게 핫팻을 건네며 갈길이 멀지만 청와대 앞을 시작으로 정상화를 위해 한발짝씩 나아가자는 약속이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의 입에서 나왔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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