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섭의 복싱 스토리]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한 유승기

조영섭 기자 | 기사입력 2019/11/28 [14:06]

[조영섭의 복싱 스토리]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한 유승기

조영섭 기자 | 입력 : 2019/11/28 [14:06]

지난 주말  문경중, 대구 성서공고, 경북체고 복싱 강사를 거쳐 2016년 문체부에서 해외에 파견한 국가대표감독 1호로 선임, 부탄에 파견돼 2년간 근무한 바 있는 정창구 감독 자녀 결혼식에 문성길 챔프와 함께 참석했다. 목적지인 경산은 정창구 감독의 경주상고 2년 후배이자 2체급 세계챔프인 최점환을 비롯, 김종섭, 서동권, 신봉기, 정희조, 하종호, 김철규, 김시영, 최점환, 김요동, 강호원 등 많은 대구 경북 출신 복서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내줬다.  

 

그곳에서 기자는 반가운 전직복서 한명을 만날수 있었다. 한국체대 3회 졸업생이자 아마추어 복서 출신 중 은퇴 후에 사업가로 변신, 현재 칠곡에서 사업체를 운영하며 반석위에 우뚝 선 가장 대표적인 복서로 첫손 꼽히는 유승기 였다.

 

(왼쪽부터) 문성길 챔프, 정창구 감독 과 아내 (사진=조영섭 기자)

 

그는 환갑을 훌쩍 넘겼는데도 평소 마라톤을 즐겨서인지 40대처럼 동안의 외모를 유지하고 있었다. 대구와 인접한 위성도시인 경산, 그리고 칠곡의 지명을 연상하다보니 순간적으로 이곳은 영남의 명산인 팔공산과 가야산 그리고 현인 선생이 부른  신라의 달밤에 나오는 금오산이 삼각산(三角山)을 이루며 병풍처럼 감아돌아 안정된 지세를 형성한 때문인지 한국 현대사에 한 획을 그었던 인물들이 대거 배출된 고장이란 생각이 스쳐간다.  

 

대구는 대통령 2명(노태우·박근혜)과 재벌 총수였던 이건희, 김우중 회장이 탄생한 고장이고 경산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승인 원효대사와 삼국유사를 저술한 일연 스님, 이두문자를 집대성한 설총이 태어난 본향이다. 칠곡은 장택상 신현확, 이수성 등 국무총리 3명을 베출한 유일무이(唯一無二)한 고장 이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장택상 생가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곳에 박정희 생가가 자리잡고 있고 박정희 생가에서 20km 떨어진 곳에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생가가 위치해 있다. 박정희 집안에서 장택상 일가의 땅 다섯마지기를 임대해 소작으로 생계를 이어간 사실 등 흥미로운 스토리가 풍부한 이곳은 예사로운 터는 아닌 듯하다. 오늘 복싱스토리의 주인공은 청소년대표 출신으로 현재 칠곡에 정착해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한 유승기가 그 주인공이다.  

 

사업가로 변신한 유승기 (사진=조영섭기자)

 

천안 출신의 유승기는 충청 프로모션 대부 최승철(작고) 회장의 문하에서 복싱에 입문해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전형적인 파이터였다. 그가 복싱에 입문할 때는 당시 최승철 사단에 그의 천안농고 직계선배들인 정순현, 정상일을 비롯해 박남용, 박철희 등이 포진되어 있었는데 프로선수들과 함께 운동을 한 유승기는  강철 체력과 양 훅을 주무기로 세계 선수권대회(청소년) 금메달 박기철을 꺽는등 전국무대를 석권했다. 

 

최승철 관장은 이런 유승기를 고교졸업 후 프로로 전향시킬 생각을 염두에 두고 트레이닝을 시켰다. 그는 졸업반인 78년 대통령배 대회에서 플라이급을 석권하며 성인무대까지 점령한다. 이듬해인 79년, 프로행의 유혹을 뿌리치며 한국체대에 진학했다. 그의 복싱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유승기는 그해 60회 전국체전 결승에서 경남대표 김평국(경상대)을 누르고 올라온 전북대표 장인수를 불꽃 튀는 파이팅을 펼치면서 판정승해 플라이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후 요코하마 세계청소년대회 선발전에 출전한 그는 1차선발전에서는 임창용(당시 상주고)의 테크닉에 밀려 판정패 했지만 2차선발전 플라이급 준결승에서는 그해 학생선수권 준결승에서 문성길을 꺽은 정창구(당시 경주상고)와 맞대결해 판정승을 거두며 우승해 2관왕을 차지했다. 

 

국가대표 정희조, 정창구 감독, 최점환 챔프 (사진=조영섭 기자)

 

임창용에 패한 유승기는 정창구에게 승리를 거뒀고, 정창구에 패한 정희조는 신창석에 승리를, 신창석은 또 문성길을 꺽는 등 물고 물리는 이력을 훑어보면 지구는 물론 인생도 빙빙 돌고 돌면서 복싱 역시도 먹고 먹히는 생태계처럼  돌고 도는가 보다. 그래서 나훈아라는 가수는 건배라는 곡에서 ‘돌고 또 도는 세상 탓을 말아라’ 라고 노래했는지 모른다. 

 

그러기에 챔피언 탄생 희열과 금메달의 감격도 불꽃놀이처럼 한번 치솟고 나면 떨어지기에 삶을 길게 보면 1승1패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생각은 접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인생은 마라톤이기 때문에 맥박이 멈추는 순간까지 승부는 끝난 게 아니기 때문이다.  

 

유승기는 본인과 경기를 치른 가장 강력한 복서로 80년 모스크바올림픽 최종선발전(플라이급) 맞대결에서 패배를 안겼던 김지원을 꼽으면서 정말 인상적인 테크닉을 보유한 '베스트 복서'라 칭했다. 

 

유승기 대표 가족사진 (사진=조영섭)

 

85년 4월 전역한 유승기는 부산 서면에서 당시 공구상을 하는 형님 밑에서 성실하게 일하면서 2년여 세월이 흐른 후 대구로 올라가 공구상을 차리면서 홀로서기를 시도한다. 그는 굴이 무너져 갱속에 갇혀버린 광부가 목슴을 걸고 곡괭이를 휘두르듯 글을 섰다는 발자크의 어록처럼 그렇게 절박한 심정으로 삶과 투쟁하며 결실의 탑을 한올한올 쌓아 올렸다. 천운인지, 그의 곁에는 현명한 아내가 있었다. 남편이 번 돈을 차곡차곡 관리하며 부동산 등에 재투자 하면서 재태크를 잘 했다. 부창부수(夫唱婦隨)란 이럴 때 쓰는 꼭 필요한 단어인 듯 싶다.  

 

이후 공구상을 접고 풍광 좋은 팔공산 기슭에 1,200평에 달하는 대지위에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탄탄대로를 달렸다. 똑똑한 남자는 자신보다 훨씬 똑똑한 아내를 선택해야 된다. 왜냐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남자지만 그남자를 지배하는 것은 여성이기 때문이다. 부부의 잘 어울리는 하모니로 일취월장 사업은 쾌속행진을 거듭했고 대구 모처에 건물도 구입하면서 경제적으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성공한 사람은 특별한 환경 속에 있는 사람이 아니라 물에 뜬 기름처럼 차별화된 특별한 마인드를 갖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왼쪽부터) 유승기 대표와 문성길 챔프 (사진=조영섭)

 

이런 위치에 올라온 유승기가 돋보이는 이유는 특유의 겸손함과 함께 소리 소문 없이 많은 선행을 베푸는 전직복서란 점이다. 2016년 정창구 감독이 부탄으로 떠나기 전 경북체고에 재직 중일 때 형편이 어려운 A라는 복서가 복싱을 중도에 접을 위기에 쳐해 있자 정창구는 친구 유승기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한 바 있다. 유승기는 흔쾌히 그에게 졸업할 때 까지 생활비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주면서 격려했다. 용기백배한 그 선수는 96회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것으로 화답을 하며, 용인대에 특기생으로 진학한 훈훈한 미담은 고개 숙여지는 대목이다.  

 

지금도 A라는 복서는 비록 링을 떠났어도 잊지 않고 유승기 대표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는 후문이다. 또한 유승기는 아프리카에서 고통 받는 어린이들을 위해서 매달 일정액을 지원하면서 선행을 베푸는 가슴 따뜻한 사업가다. 가치있는 삶이란 단 한사람을 위해서라도 좋으니 누군가를 위해 기뻐할만한 일을 하는 것이라 한다. 아인슈타인은 말했다 “오직 남들을 위해 산 인생만이 가치있는 삶”이라고.

 

조영섭

문화저널21 복싱전문기자

 

현) 서울복싱연맹 부회장

현) 문성길복싱클럽 관장 

 

 

전) 82년 로마월드컵 대표선발전 플라이급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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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냐민 2019/11/28 [16:34] 수정 | 삭제
  • 멋진 이야기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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