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된 무능, 끝나지 않은 ‘블랙머니’…론스타 사태

추혜선 의원, 기자회견 통해 진상규명 및 관련자 처벌 요구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0/01/22 [08:40]

의도된 무능, 끝나지 않은 ‘블랙머니’…론스타 사태

추혜선 의원, 기자회견 통해 진상규명 및 관련자 처벌 요구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0/01/22 [08:40]

“의도된 무능…스모킹건 포기한 정황”

당시 우리정부는 왜 ‘비금융주력자’ 문제 제기를 포기했나

 

최근 영화 ‘블랙머니’로 재조명된 론스타 먹튀 사건과 관련해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론스타공대위에 소속돼 활동해왔던 이들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진상규명 및 관련자 처벌을 촉구했다. 

 

2003년 사모펀드 회사인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헐값에 인수해 9년 뒤인 2012년 4조6000억원의 매각차익을 벌어 되팔고 나가면서 정부가 은행매각을 지연시켜 5조4000억원의 손해를 봤다고 우리 정부를 상대로 투자자 국가 분쟁 해결 소송, ISDS를 제기했다. 

 

문제는 최근 공개된 ISDS 문건에서 우리 정부는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인 산업자본으로서 은행법을 위배해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된 위법한 투자자인 점을 알고도 이에 대한 문제 제기를 포기했다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점이다.   

 

▲ 영화 블랙머니 스틸 이미지

 

추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법 16조의2에 따라 ‘어떠한 경우라도’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이 의결권 있는 은행주식을 4% 초과해 보유하는 것은 금지된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인수때부터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매각할 때까지 전 기간 동안 국내 은행법상 비금융주력자에 해당했다. 

 

만일 우리 정부가 이 부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했더라면, 국내법을 위반한 투자와 관련한 분쟁이 각하된다는 전례에 따라 ISD는 조기에 각하됐을 것이다. 하지만 ISDS 문건에서 우리나라 정부가 이러한 부분에 대해 문제 제기한 부분을 찾아볼 수가 없다. 

 

설사 2003년 몰랐다 하더라도 2008년 여름 대대적인 론스타 해외계열 회사에 대한 일제 조사 결과로 이를 알았을 가능성이 농후한데, 따로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는 것은 알고도 의도적으로 덮은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또다른 문제는 우리 정부가 ‘징벌적 매각’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지 않은 점이다. 론스타가 하나금융지주에게 보유 주식을 매각하고 한국을 탈출할 당시, 우리 정부에서 징벌적 매각 명령을 내렸다면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다. 

 

은행법상 주식처분 명령은 대주주 적격성을 충족하지 못한 주주가 동일인 한도를 초과해 부당하게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처분하도록 하는 금융위원회의 명령이다.

 

당시 금융위원회는 투기자본감시센터 등에서 징벌적 매각의 필요성을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은행법에 명문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침의적 처분을 할 수 없다며 임의매각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는 론스타가 먹튀할 수 있도록 퇴로를 열어준 꼴이 됐다. 

 

이러한 상황을 초래하고도 우리 정보는 ISDS 요약문에서 ‘징벌적 매각 명령이 한국 정부의 권한 내에 있었다’고 명기해 사실상 우리 정부가 론스타에 대한 징벌적 매각 명령 권한이 있었음에도 이를 발동하지 않고 임의 매각 명령을 내려준, 소위 봐줬다는 취지의 주장을 담아 론스타가 향후 정부에게 반론을 제기할 요소를 제공해주는 실수를 범했다. 

 

다른 부분에서는 징벌적 매각 명령이 한국 금융당국의 권한 내에 있다는 단정적 표현 대신에 징벌적 매각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모호한 표현을 사용해 정부 주장의 신빙성을 하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론스타공대위 관계자 등이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박영주 기자

 

결과적으로 일련의 상황들을 요약하면 론스타 사태는 한국정부의 ‘무능’ 때문에 벌어진 일이 맞지만, 이러한 무능이 의도한 것일 수 있다는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이다. 현재까지도 초유의 사태를 초래한 관계자들은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았다.  

 

추혜선 의원은 “분쟁에서 우리정부는 이길 수 있는 결정적 증거인 스모킹건을 스스로 포기했다. 론스타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이라는 문제를 이상하리만치 계속 덮어버리고 있다”며 “승소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는 두루뭉술한 말 뒤에 숨지 말라”고 언성을 높였다.

 

그러면서 “대체 덮고자 하는게 무엇이냐. 먹튀 과정 곳곳에 드러난 론스타와 금융당국의 부당한 짬짜미를 덮으려 패소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혈세를 또 털어가려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추 의원은 끝으로 일련의 의문 해소를 위해 △국회 내 론스타 사건 특별진상조사위원회 설치 △특조위 위원은 금융관료와 이해 관계 없는 금융·법률 전문가로 보할 것 △국회 청문회 개최 △론스타 특별법 제정 등을 요구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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