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쓸데없는 / 여태천

서대선 | 기사입력 2020/02/03 [09:07]

[이 아침의 시] 쓸데없는 / 여태천

서대선 | 입력 : 2020/02/03 [09:07]

쓸데없는

 

전문가 앞에서 우리는 늘 주눅이 들지

 

상황이 좋지 않은 게 당연하다는 듯 챠트를 쳐다

보며 그는 말한다.

발이 아려 맨발로 아스팔트 위를 걷고 있는 심정

을 알까.

 

전문가는 어렵게 말하지.

비가 올 예정이라고.

하지만 바람의 속도와 방향을, 그리고 습도에 대

해선 몰라도

그가 절대 모르는 보법으로

제비는 저렇게 날고 있지.

 

아침의 이슬과 꺼지지 않는 촛불

어렵지만 느낌을 전해줄 수 있는

뭐랄까

실험적인 단어가 필요해.

쌀쌀하지만 상쾌한

 

서류더미를 뒤적이며

전문가는 언제나 근엄하지.

 

‘이제 천천히 세계와 이별하는 연습이 필요합니

다.’

 

‘제발 그 잘난 입 좀 닫아줄래요.’

 

멀어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멀리 돌아간다는 것

오늘의 내가 내일의 우리가 되는  

 

# “상황이 좋지 않은 게 당연하다는 듯 챠트를 쳐다/보며” 전문가가 어렵게 말할 때, 보통사람들은 “주눅이” 든다. 그런데, 펜실베니아 대학의 정치심리학자 필립 테트락(Philip E. Tetlock)의 연구에 의하면 교수, 업계 전문가, 정부 정책담당자, 저널리스트로 이루어진 284명의 전문가들이 1987년부터 2003년에 걸쳐 내놓은 2만 8000여건의 경제 예측이, 침팬지가 무작위로 고르도록 했을 때의 예측 결과와 비슷했다고 보고되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전문가가 저지르게 되는 실수는 자신의 분야에 대한 과도한 지적 자신감이다. 다양한 정보를 입수 하더라도 자신의 판단 기준에 맞춰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이미 변해버린 상황이나 사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기존의 프레임만을 고집하게 되면 스스로를 ‘무능하게 만드는 무식(Disabling Ignorance)'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그러므로 같은 문제라도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일수록 “서류더미 뒤적이며” 책상 앞에만 있지 말고, 자신의 분야와 관련된 실제 현장에 들려 보통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보고 들으며 피드백(Feedback)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비가 올 예정이라고.” 전문가는 “근엄하게” 말한다. “하지만 바람의 속도와 방향을, 그리고 습도에 대/해선 몰라도/그가 절대 모르는 보법으로/제비는 저렇게 날고 있”다. 문득 궁금해진다. 기상 전문가는 비가 오려고 할 때 제비가 나는 보법과 볕 좋은 날 제비가 나는 보법을 실제로 관찰하여 비교한 적은 있는지. 방송, 유튜브, SNS, 페이스 북에 쏟아내는 전문가들의 예측과 진단이 ‘침팬지의 무작위 예측’과 다를 바 없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하리라.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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