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인아웃-3] 종로의 이변, 이정현이 황교안을 죽였다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0/02/04 [17:35]

[총선 인아웃-3] 종로의 이변, 이정현이 황교안을 죽였다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0/02/04 [17:35]

새누리당 당 대표였던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오는 4월 총선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하기로 결정하면서, 정치1번지 종로의 대결이 호남출신 이낙연·이정현의 정면대결로 좁혀지는 양상이다. 골리앗 급의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눈앞에 두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머뭇대는 사이 전직 당대표인 이정현 의원이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보수진영 내 황교안 대표의 입지가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험지로 나선 전직 당대표와 험지를 피한 현직 당대표의 상황을 계기로, 보수진영 내 진열재정비가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정현의 종로출마, 머쓱해진 황교안

“모두가 두려워 망설일 때 누군가는 나서야”

험지출마 피한 황교안, 정치입지 ‘흔들흔들’

 

4일 무소속 이정현 의원은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긋지긋한 겨울 공화국을 끝내는 봄이 와야 한다. 저는 대한민국의 봄을 알리는 전령이 되기 위해 21대 국회 총선거에 종로에서 출마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저는 이번 총선의 주인공이 되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도 “모두가 두려워 망설일 때 누군가는 나서야 하지 않겠나. 저의 종로 출마를 시작으로 문재인 정권을 끝장내는데 뜻을 같이하는 모든 정당·정파들이 하나로 뭉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인은 선거로 정치한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앞장서서 저 좌편향 급진 집권세력의 장기집권 전략을 부수기 위해 종로에 출마하는 것”이라 덧붙였다. 

 

▲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할 당시의 이정현 의원. 탁월한 연설능력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지원을 앞세워 당대표로 당선된 '원조친박' 이정현 의원의 귀환으로 보수진영이 들썩이고 있다.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전 새누리당 대표였던 이 의원이 ‘선봉장’을 자처하며 종로에 출마하자, 당초 종로 출마 예상자로 꼽혔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머쓱해졌다. 

 

이 의원의 이날 발언이 황교안 대표를 겨냥한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모두가 두려워 망설일 때”, “정치인은 선거로 정치한다”라는 발언은 명백하게 ‘(이낙연이) 두려워 망설인 정치인 황교안’을 향한 것으로 비쳐진다. 

 

실제로 보수진영 내에서는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황교안 대표를 필두로 한 자유한국당 지도부가 험지에 출마해야 한다는 권유가 끊이질 않았다.

 

더욱이 황 대표 스스로가 지난 1월3일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겠다. 보수통합을 위해 저부터 앞장서겠다. 죽어서 살아나는 기적을 만들겠다”고 말한 만큼,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할 것이라는 가능성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1달이 넘는 기간 동안 황 대표는 출마를 결정하지 못했고, 4일이 돼서야 참다못한 전직 당대표 이정현 의원이 스스로 선봉장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마치 짜여진 각본처럼 황 대표의 출마발언 이후 딱 한달 만의 일이다. 

 

종로에서의 ‘실패’는 정치인 황교안 대표의 발목을 제대로 잡을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보수통합을 이야기하고,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을 이야기했던 사람이 이낙연 한사람이 두려워 피했다는 비난을 듣기에 좋은 상황이 짜맞춰졌다. 

 

적어도 현직 자유한국당 대표로서 보수진영의 수장을 자처할 생각이었다면 깔아놓은 판인 ‘종로’에 출마해 이기든 지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작렬히 전사(戰死)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할 일이었다. 이재오 전 의원, 진중권 교수 등 보수진영 논객들도 “황교안이 종로에서 죽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왔다. 

 

하지만 1달 넘도록 묵묵부답에 이정현 의원이 출마선언을 하면서 황교안 대표는 스스로 기회를 걷어찬 꼴이 됐다. 만일 이정현 의원이 출마선언을 한 상황에서 뒤늦게 황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겠다고 말해본들 ‘보수표 갈라치기’ 혹은 ‘뒷북’이라는 비아냥만 나올 가능성이 크다.  

 

황교안 대표의 종로실패로 자유한국당의 몰락은 더욱 가시화됐다. 당대표도 험지가 무섭다고 피한 마당에 다른 의원들이 험지출마를 결정할 리가 없을 것이다. 결국 내부자정·혁신이 두려워 스스로를 때리지 못한 자유한국당을 때려줄 이는 4월에 도장을 든 국민들이다. 

 

▲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험지출마를 요구받았던 황 대표가 종로를 피하면서 당내에서는 "이러면 누가 험지에 가겠는가"라는 한탄이 나오고 있다.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이정현의 종로 출마, 보수 재정비 신호탄 될까

“모든 정당·정파 뭉치자” 버려지는 황교안 카드

 

이처럼 황교안 대표가 종로에서 실패를 맛보고 보수진영 내 입지마저 흔들리는 위기에 놓인 반면, 깜짝 선언으로 종로에 뛰어든 이정현 대표는 제2의 전성기를 노리고 있다.

 

과거 새누리당 대표였던 이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당내 친박계 중진의원들에 대한 대대적 물갈이를 앞둔 상황에서 “모든 책임을 안고 새누리당을 탈당한다”고 말한 뒤, 당을 떠난 바 있다. 

 

물론 당시에는 친박 살리기 위한 물타기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고 험지 출마도 하지 않겠다는 지금의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책임 있는 자세’라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이다. 

 

두 사람의 정치인생은 스토리만을 살펴봐도 극과 극이다. 

 

공안검사 출신의 황교안 대표가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 권한대행으로 앉아 있다가 짜여진 판에 금의환향해 자유한국당 대표가 됐다면, 이정현 의원은 말단 당직자부터 시작해 보수진영의 험지인 호남지역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되고 당대표까지 올라갔다. 

 

바닥부터 당대표까지 오르며 정들었던 새누리당을 떠난 이정현 의원은 “저의 종로 출마를 시작으로 문재인 정권을 끝장내는데 뜻을 같이하는 모든 정당·정파들이 하나로 뭉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총선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보수진영 내에서는 황교안이 말했던 보수통합보다 이정현이 종로에서 외쳤던 보수통합에 더 마음이 기울 수 있다. 설사 종로에서 이정현이 패배한다 하더라도, 보수의 재정비는 황교안이 아닌 이정현을 중심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이정현의 종로 출마가 심상치 않은 이유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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