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호소로 될까…경북도의 안일한 대처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0/02/27 [10:34]

신천지 호소로 될까…경북도의 안일한 대처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0/02/27 [10:34]

  © 신광식 기자

 

신천지 향해 호소문 발표한 경북도, 안일한 대처 논란

누적 확진자수 1000명 넘어섰는데, 자발적 조치 기대하나

시설폐쇄·압수수색 꺼내든 서울시·경기도와 '대조적'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신천지교회 신도들을 상대로 호소문을 발표하며 보건당국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상황에선 다소 안일한 조치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미 대구경북에서만 누적 확진자수가 1000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호소문이 의미 없다는 비판과 함께 서울시·경기도·경남도 등 지자체가 신천지 본부 강제조사, 관련시설 폐쇄, 방역 등을 꺼내든 것과는 대조적이라는 것이다.

 

26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신천지교회 신도들을 향한 호소문을 통해 “어제 중앙방역대책본부로부터 명단을 통보받았으며,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겠다. 문자와 전화를 통해 사전안내를 드리겠으며 경북경찰청 및 각 시군 경찰서와 합동으로 구성된 이동검진 상담팀을 운영해 유증상자 및 의심증상자에 대해서는 진단검사 및 자가격리 조치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신천지교회 신도들에게 “보건당국의 안내에 따라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시고 이동검진 상담팀과의 면담을 통해 증상 유무를 정확하게 알려주시기 바란다”며 재택근무 또는 병가와 연가 등으로 코로나19 차단에 협조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처한 지금의 위기는 함께 힘을 모으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독려했다. 

 

하지만 이 지사의 이같은 호소문 발표를 놓고, 심각하게 흘러가는 현 상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데서 나온 안일한 조치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실제로 신천지교회 등에서 질병관리본부에 명단을 제공하긴 했지만 교육생 신분의 교인들은 제외돼 있고 이들이 접촉한 이들 역시도 빠져있는 등 불완전한 명단이라는 지적이 계속 나오는 상황이다. 더욱이 신천지교회 교인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숨기거나 방문조사를 진행하더라도 아예 부인하는 일들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은 ‘협조’가 아닌 ‘강제집행’으로 서울시와 경기·경남도민들의 안전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없다. 더이상 지체할 시간적 여유도 없다”며 지난 25일 경기도 과천시 신천지 총회본부를 방문해 긴급 강제역학조사를 실시하고 나섰다. 당초 신천지 측에서는 신도명단 제출을 거부했지만, 경기도에서 직접 방문해 명단제출을 요구하자 할수 없이 컴퓨터에 저장된 신도명단을 넘겨줬다. 

 

이 지사가 밝힌 바에 따르면, 질본이 신천지로부터 받았다는 명단은 3만1608명이었지만 경기도가 강제조사를 통해 확보한 명단은 3만3582명으로 1974명이나 차이가 발생했다. 만일 이들 중에 코로나19 확진자 혹은 밀접촉자가 있을 경우, 지역사회 감염은 순식간에 확산될 우려가 크다. 현재 경기도는 역학조사에 공무원들 외에 신천지 관계자들이 함께 참여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도심집회 금지지역을 대거 확대하고 “신천지가 주는 명단에만 의지할 순 없다. 구청장들은 지역사회에 정통하니까 공개된 명단이나 공간 외에 추가로 사람들이 모이는 곳 등을 파악해달라”고 별도 주문했다. 박 시장은 종교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은 조치가 종교에 대한 통제나 억압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실제로 서울시에서는 신천지가 제공한 명단 외에 다른 곳 역시도 제보를 토대로 찾아내 방역과 폐쇄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서울시가 추가로 찾아낸 곳만 94곳에 이르며 해당 장소는 신천지가 제공한 명단에는 없었던 장소들인 것으로 알려져 신천지 측이 자발적 협조에 나서지 않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상남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경남도는 다수의 확진자가 나온 대구경북과 맞닿아있는 만큼 언제 확진자수가 치솟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25일 기준으로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신천지에서 밝힌 시설과 자체조사결과 파악한 시설을 포함해 도내 신천지 시설 79곳에 대한 일시폐쇄 및 집회금지 명령을 내렸다. 

 

김 지사는 “신천지 교회 측에 명단 제출과 합동조사를 여러차례 요청했지만 일부 시·군지역 교회를 제외하고는 응하지 않고 있다”며 불가피하게 행정조치에 돌입했음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장 25일부터 신천지교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예배를 보는 행위 역시 철저히 조사·감독할 예정이라 밝혔다. 

 

이처럼 서울시·경기도·경남도가 신천지를 콕 집어 시설폐쇄 및 집회금지, 명단공개 요구 등 행정조치를 추진하는 것과 달리 경북도에서는 여전히 신천지 측에서 질병관리본부에 제시한 명단만 확보한채 사전에 문자와 전화로 안내해주고 전수조사를 하겠다는 안일한 반응만 보이고 있다. 

 

물론 경북도에서도 확보한 명단을 토대로 해당 장소에 대한 시설폐쇄 조치에 들어갔지만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구에 비해 강도가 낮은 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에만 해도 경북도는 도내 신천지 교회를 상대로 '자율적' 임시폐쇄를 권고하는 수준에 그쳤으며 명단을 확보한 이후인 26일부터 본격적인 폐쇄조치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협조를 안하는 신천지 특성상 읍소라도 할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하지만 초기에 자발적 협조만 기대하며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역시 대규모 지역감염에 영향을 줬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누적 확진자수가 1000명이 넘어가고 사망자수도 늘어나고 있는 대구경북에서 다른 지자체들보다 더 강력한 조치를 꺼내들어도 모자랄 판에 호소문을 통한 신천지 교인들의 자발적 대처를 기대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걱정은 날로 커져가는 모습이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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