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김형오 칼날에 정치거물 ‘추풍낙엽’

최병국 기자 | 기사입력 2020/03/06 [17:19]

[시선] 김형오 칼날에 정치거물 ‘추풍낙엽’

최병국 기자 | 입력 : 2020/03/06 [17:19]

저승사자를 자임한 통합당 김형오 공관위원장의 칼날 앞에 20여명의 현직의원들이 불출마를 선언했고 휘두르는 칼날에 홍준표 전 대표, 김태호 전 지사, 이주영 5선 의원, 김재경 4선 의원, 김한표 재선의원 등 정치거물들이 추풍낙엽처럼 날아갔다.

 

선거철마다 공천물갈이는 항상 있었고, 물갈이 대상으로 몰려 탈락한 인사들은 탈당해 무소속 출마하거나 급조정당을 만들어 출마하곤 했다. 이는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일정의 연례행사다.

 

우리 정치사에 기억될 만한 대표적 공천파동은 2000년 제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개혁공천에 반발한 민국당 창당,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이명박 정부의 물갈이에 반발한 친박연대 및 무소속 친박연대 출현,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의 박근혜 대통령의 공천파동이 있다.

 

수많은 사례 중에서도 당시 강력한 대권주자인 박근혜 대표를 보유하고 있던 2008년도 친박연대 및 무소속 친박연대 외에는 성공한 경우가 없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2000년 민국당 출현 및 몰락, 이른바 ‘민국당 파동’이었다. 김형오의 칼날은 마치 2000년 민국당 파동을 연상시킨다.

 

‘민국당 파동’은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한나라당 탈당파 김윤환‧이수성‧신상우‧조순‧이기택 등과 새천년민주당 탈당파 김상현 및 자유민주연합 탈당파 김동주 의원, 재야운동가인 장기표 등 다수의 전·현직 의원 등 50여명이 조순을 총재로 추대하는 민국당을 창당해 선거에 참여한 일이다. 

 

선거결과는 지역구 1석(춘천), 비례대표 1석(정당지지율 3%)만을 회득한 것으로 끝났고 그나마도 17대 선거에서는 1석도 확보하지 못해 등록 취소됐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 및 창당의 전형적 결과라 할 수 있다. 

 

지금 어찌할 방법이 없어 불출마를 선언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컷오프 당하거나 경선탈락 및 공천배제 당한 인사들은 충격을 가누지 못해 탈당 무소속 출마를 고심할 것이다. 이미 벌써 공천탈락자들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는 중이다. 충분히 이해되고 나무랄 일도 전혀 아니다.

 

그러나 탈당 무소속 선언을 하기 전에 피를 뿌린 김형오 칼날에 사심이 없는지와 역사의 강을 넘기 위한 필연의 과정은 아닌지에 대해 한번쯤 고심해 보는 시간을 가질 여유 정도는 필요하다. 운명 전환을 위한 숨고르기인 것이다.

 

역사를 뒤돌아보면 집권 및 권력유지를 위해 형제들을 무참히 척살하고 심지어 자식까지 죽음으로 내몰았던 경우는 많다. ‘죽음의 산과 피의 강을 건너면서 악마와 타협하고 적과 동침하는 것’이 권력쟁취를 위한 정치의 본령이기 때문이다.

 

이를 비춰보면 가슴 아프게 컷오프 당하거나 갖가지 이유 등으로 공천 탈락된 인사들은 집권 향한 당의 입장에서 도구로 활용하기에 더이상 적절치 않다는 판단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충격과 고통에 휩싸인 당사자들이야 분통터지고 억울하겠지만 당이 더이상 쓰임새가 없다고 판단했다면 달리 도리가 없는 것이다.

 

충격을 이기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결심하는 것은 자유지만 생환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뚫어야 하는 것처럼 어렵다. 당에서마저 집권을 향한 도구로 더이상 필요치 않다고 판단한 마당에 유권자들이야 오죽하랴. 정치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문화저널21 최병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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