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J분석] N번방 이슈에 소환된 조국, 적절한가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0/03/24 [13:38]

[MJ분석] N번방 이슈에 소환된 조국, 적절한가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0/03/24 [13:38]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포토라인 폐지로 텔레그램 N번방 사건과 관련한 피의자들이 포토라인에 설 수 없게 됐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당사자인 조 전 장관이 입을 열었다.

 

조 전 장관은 “성폭력특례법 제25조 제1항에 따라 피의자 얼굴 등의 신상정보 공개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사실 신상공개와 포토라인은 별도의 개념에 속하는 만큼 갑론을박이 끊이질 않는 모습이다.

 

지난 23일 미래통합당은 논평을 통해 “N번방 피의자 신상공개와 포토라인 세우기는 한층 힘들어질 것 같다. 인권보호수사규칙을 통해 자신의 위선을 은폐하기 위해 정의를 남용한 포토라인 공개금지 수혜자 제1호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때문”이라며 “N번방 가해자들의 영웅은 조국”이라 조롱했다. 

 

▲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각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사진=페이스북 캡쳐)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 역시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권보호수사규칙을 제정하자고 주장한 장관이 누구이고, 누구에 대한 수사를 하다가 압박으로 포토라인이 폐지됐으며, 실제로 포토라인 폐지로 수혜를 입은 사람이 누구의 가족이고, 그게 수사기관 개혁의 일환이라 포장했던 정권이 누군지는 다같이 생각해보자”며 “N번방 피의자와 박사라는 자와 같은 자를 앞으로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해서 이번에 똑바로 투표하자”고 언성을 높였다. 

 

조국 전 장관이 인권보호수사규칙을 제정하면서 포토라인이 폐지됐고 결과적으로 N번방 피의자들이 포토라인에 설 수 없게 됐다고 말해, 조 전 장관을 대놓고 겨냥한 것이었다. 

 

실제로 검찰 포토라인에 N번방 사건 피의자들이 설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더해지면서 하루 사이에 여론은 거세게 들끓었다. 

 

여론이 격화되자 23일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피의자의 얼굴 등 신상정보 공개의 근거 법률은 이하 2개”라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25조 제1항과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8조의2를 근거로 제시했다. 

 

현행법만으로도 국민 알권리 보장 및 재범방지라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얼굴·성명·나이 등의 기본 신상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같은 조 전 장관의 해명에 이준석 최고위원은 “포토라인(공개소환)에 대해 언급했더니 신상공개로 답을 한다. 신상공개 말고 포토라인에 세우라는 이야기다.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가 청와대 청원 제목이다. 모든 사람이 가재-붕어-개구리로 보이나 보다”고 재반박에 나섰다.

 

▲ 서울중앙지검 앞에 마련된 포토라인의 모습. (사진=문화저널21 DB / 자료사진) 

 

#인권보호수사규칙 때문에 포토라인이 없어졌다? NO

 

현재 미래통합당에서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만든 인권보호수사규칙 때문에 포토라인이 없어졌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에 따라 포토라인이 없어진 것이다.

 

인권보호수사규칙은 1회 조사가 12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고 심야조사를 오후 9시부터 오전6시 사이로 명시해 장시간·심야조사를 제한하고, 관련 없는 사건을 수사하는 ‘별건수사’ 등을 없앤 것이 골자다. 

 

포토라인을 없애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은 인권보호수사규칙이 아닌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이다. 이는 피의사실과 수사상황 등 형사사건 관련 내용 공개를 금지하고 공개소환 및 촬영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교도소장이나 구치소장이 검찰·법원 소환과정에 피의자와 피고인이 언론에 노출되지 않게 조치해야 한다. 

 

#신상은 공개되도 포토라인은 못 세우는 것 아니냐? 일부 YES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신상공개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 조 전 장관이 언급한 ‘신상정보 공개’는 ‘포토라인’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포토라인에 세운다는 것은 언론사들이 원활한 취재를 하기 위해 포토라인에 피의자를 세워 질문을 하는 것으로 국민들이 생중계나 사진 등을 통해 피의자를 볼 수 있다는 개념에 속한다. 하지만 신상정보 공개는 말 그대로 범죄자의 이름과 나이, 얼굴사진 등을 일반국민들도 ‘열람’할 수 있도록 한다는 개념에 속한다. 

 

이미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의 주동자 중 하나인 ‘박사’에 대해서는 언론에 의해 신상이 공개돼 버렸다. 인하공업전문대학교 정보통신학과를 졸업한 25세 조주빈은 학교 신문사 편집국장으로 활동했으며 재학 중 성폭력 예방강연을 실시하거나 봉사활동을 지속한 것으로 알려져 그의 ‘이중성’을 놓고 사회적 비난이 쏠리고 있다. 

 

포토라인은 신상공개와는 별도로 일종의 ‘망신주기’ 차원에서 진행돼온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N번방 사건 피의자들이 검찰에 출석하는 과정에서는 망신주기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상은 공개된다 하더라도 공개적 망신주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국민 눈높이에서는 다소 성에 안찰 수 있겠다. 

 

▲ 언론을 통해 공개된 N번방 사건 피의자 '박사' 의 신상. (사진=SBS 유튜브 캡쳐)  

 

#김성수·고유정처럼 출석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인가? NO

 

과거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김성수, 전 남편을 살인한 고유정, 모텔손님을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한 장대호 등은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과정에서 언론에 얼굴이 노출됐다. 

 

많은 국민들은 N번방 사건 피의자들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을 더는 볼 수 없게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앞서 언급했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은 검찰·법원 소환과정에 있어 언론 노출을 금지시키고 공개소환 및 촬영을 막은 것이기 때문에 경찰 소환과정에 있어서의 노출은 빠져있는 상태다. N번방 사건 피의자들이 경찰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은 국민들이 언론을 통해 볼 수 있는 셈이다.

 

뿐만 아니라 포토라인 제도가 없어진 이후 소환조사를 위해 검찰을 찾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일정을 공개하고 스스로 포토라인에 선 사례를 놓고 보더라도 아예 포토라인이 없어졌다고 말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팩트체크를 통해 꼼꼼히 뜯어보면 ‘조국 전 장관 때문에 N번방 피의자들이 포토라인에 설 수 없게 됐다’는 미래통합당의 주장은 상당부분 논리의 비약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논리의 비약은 그동안 목소리도 내지 못했던 피해자들이나, 공론화된 사건에 분노하고 있는 여론에 있어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논지에서 벗어난 이같은 논쟁이 격화될 경우, 피해자들의 호소는 묻히고 피의자들과 공범자들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수 있게 되는 만큼 지양해야할 정치적 공세라 할 수 있다. 

 

물론 법무부에서 꺼내든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 역시도 일부 국민 알권리 침해 소지가 있는 만큼, N번방 사건을 계기로 해당 규정에 대해 사회적 재논의 역시 필요해보인다.

 

현재 사법시험준비생모임 등에서는 형사사건 공개금지 규정에 대해 위헌심판 청구서를 제출한 상태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피의자를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이 사회적으로 얼마나 필요한 영역인지 어디까지를 공개하는 것이 옳은지 등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논의가 이뤄져야할 부분이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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