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 CCTV 논란-①] 300km로 달리며 밥 먹는 기관사

운전실 감시카메라, 누구를 감시하나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4/02 [09:10]

[열차 CCTV 논란-①] 300km로 달리며 밥 먹는 기관사

운전실 감시카메라, 누구를 감시하나

성상영 기자 | 입력 : 2020/04/02 [09:10]

국토교통부가 철도차량의 운전실에 감시카메라(영상기록장치)의 세부 설치 규정을 담은 철도안전법령을 지난 2월 입법예고하자 기관사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운전실 내 범죄를 예방하는 등 안전을 위해서라는 설명이지만, 기관사들은 누굴 감시하겠다는 거냐는 반응이다. 문화저널21은 철도 기관사들을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 KTX-1 열차의 운전실 내부.  © 성상영 기자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미덕으로 여기는 요즘 철도 이용객이 눈에 띄게 줄었다. 43개월째 KTX 운전대를 잡은 한국철도공사 서울고속기관차승무사업소 소속 신영섭 기장은 텅 빈 객실보다 걱정되는 것이 있다. 머리 위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불편한 눈길이 그것이다.

 


기관사를 내려다보는 불편한 시선


 

법령에는 영상기록장치라고 돼 있지만, 신영섭 기장을 비롯한 철도 기관사들은 굳이 감시카메라라고 부른다. 영상기록장치가 기관사들을 감시하려는 목적이 강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열차 충돌이나 탈선 등 사고가 났을 때 기관사가 규정대로 운전장치를 취급했는지를 영상으로 찍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2018년 말 강릉선 KTX 탈선 사고 이후인 20199월 감사원은 안전 대책의 하나로 영상기록장치 설치를 언급했다. 그해 한국철도 국정감사에서는 이미 영상기록장치를 설치해 놓고 가동하지 않느냐는 야당 의원들의 추궁이 쏟아졌다.

 

KTX 운전실 천장에는 카메라가 달려 있는데, “이 카메라는 철도안전법 제39조의3에 의거 설치하였으며, 사용개시 전 장치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로 봉인돼 있다. 철도안전법 시행규칙이 예정대로 시행되면 봉인 스티커는 제거되고 카메라는 본격적으로 작동한다.

 

감사원과 국토부가 영상기록장치 설치 이유로 든 것은 운전실 범죄 예방이다. 신영섭 기장은 운전실은 항상 쇄정돼(잠겨 있음) 있어서 도난이나 강도, 탈취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라며 그렇다면 철도 사고가 났을 때 기관사의 잘잘못을 따져 질책하겠다는 의도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관사를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 KTX 운전실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 “이 카메라는 철도안전법 제39조의3에 의거 설치하였으며, 사용개시 전 장치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스티커로 봉인돼 있다.  © 성상영 기자

 

▲ KTX 운전실 전면 유리창에 부착된 카메라. 열차에는 에바(EVA), 에이에스디3(ASD3), 아테스(ATESS)라는 운행정보기록장치가 달려 있다.  © 성상영 기자

 


사고 책임 기관사에 덤터기, 중압감에 외려 실수 유발


 

열차 운전실에는 항공기의 블랙박스와 유사한 에바(EVA), 에이에스디3(ASD3)라는 운행정보기록장치가 달려 있다. 특정 지점에서 기관사가 취급한 기기와 차량 상태, 위치, 속도 등의 정보를 100분의 1초 단위로 기록한다. KTX는 아테스(ATESS)라고 하는 운행정보기록장치가 추가로 있다. 신영섭 기장은 영상기록장치가 없어도 사고 원인을 충분히 밝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기관사에게 사고 책임을 떠밀기 위해 감시카메라를 달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신 기장은 옛날에는 기관사 한 명만 조지면 된다는 얘기가 있었다라며 사고가 나면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하는데 네가 운전을 했으니 네 잘못이라고 하는 식으로 기관사한테 덤터기를 씌우면 사고를 모면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신 기장은 영상기록장치 가동으로 기관사들이 느낄 심리적 압박이 오히려 사고를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머리 위에 감시카메라가 돌아간다고 하면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껴서 부자연스러운 운전 취급이나 실수가 있을 수 있고, 순간적인 휴먼에러(인적 오류)는 중대한 철도 사고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기관사마다 자신만의 운전 노하우가 있다. 101편성인 KTX-산천 열차의 총중량은 400톤이 넘는다. 2개 편성을 연결한 복합열차는 800톤에 달한다. 그만큼 가·감속에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제한속도 표지판이나 신호기, 역을 앞두고 어느 시점에서 얼마만큼 핸들을 올리고 내려야 할지는 전적으로 기관사의 숙련도에 달렸다. 또 부드럽게 출발하며 객차 간 연결부에서 발생하는 충격을 완화해 승차감을 높이는 것도 기관사의 능력이다.

 

뒤에 사람이 서 있는 것도 아니고 카메라가 있을 뿐인데 정말 심리적 부담을 느낄까. 이같이 질문하자 사무직 노동자들도 뒤통수에 감시카메라가 있으면 부담스럽지 않겠느냐는 답이 돌아왔다. 더구나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중압감을 안고 있는 터라 만에 하나 잘못됐을 때 어떤 질책을 받고 어떻게 책임을 지게 될지 걱정이라고 했다.

 

▲ 철도안전법이 시행규칙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운전실 천장에 달린 카메라가 기관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된다.  © 성상영 기자

 

▲ 한국철도공사 서울고속기관차승무사업소 소속 신영섭 기장.  © 성상영 기자

 


1000명 목숨 건 도박, 운전대서 밥 먹는 현실이 더 문제


 

사실 감시카메라보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열차의 운전실에서 기관사들이 운전대를 식탁 삼아 밥을 먹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이다. 시속 300km로 달리는 KTX1초 동안 이동하는 거리는 83m나 된다. 찰나를 놓치면 끝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짧게는 2시간 30분에서 길게는 3시간까지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고 했지만, KTX 기장들은 점심시간에 운행하는 열차를 타게 되면 동대구역에서 도시락을 받아 끼니를 해결하곤 한다.

 

신 기장은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다른 손으로 밥을 한 숟갈 급하게 퍼넣는다고 털어놨다. 그러는 동안에도 시선은 전방을 향한다. 그리고 거의 마시듯이 식사를 마친다. 그마저도 시간대가 어중간하면 밥때를 놓친다. 불규칙한 식사와 빨리 먹는 습관 때문에 KTX 기장을 비롯한 기관사들은 위장병을 달고 산다.

 

만약 한 사람이 운전하는 대신 항공기처럼 기장과 부기장이 함께 탄다면 10분의 식사시간에 1000명의 목숨을 걸지 않아도 될 것이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운전실에는 기관사와 부기관사가 있어서 교대로 식사하는 게 가능했다. 급한 생리현상도 마찬가지. 그러나 KTX를 비롯해 화물열차 등 상당수의 노선에서 1인 승무가 도입된 상태다. 비용 절감이 주된 이유다. 사고의 책임 소지를 따지기 전에 사고를 안 나게 하는 것이 먼저는 아닐까.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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