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개가 뼈를 물고 지나갈 때 / 박지웅

서대선 | 기사입력 2020/04/06 [08:59]

[이 아침의 시] 개가 뼈를 물고 지나갈 때 / 박지웅

서대선 | 입력 : 2020/04/06 [08:59]

개가 뼈를 물고 지나갈 때

 

누가 뼈 있는 말을 던지면

덥석, 받아 문다

너도 모르게 뛰어오르는 것이다

네 안의 주둥이는 재빠르다

말을 던진 사람은 모른다

점잖게 무너진 한 영리한 개가

제 앞에 돌아와 앉아 있는 것을

이것은 복종의 한 종류는 아니고

향후 실체를 좇아야 할 냄새의 영역

무슨 개뼈다귀 같은 소리냐 물으면 

살맛 안 나는 뼈를 우물거리다

뱉지도 삼키지도 못할 짐작 앞에

낑낑대다 앞발로 귀 덮고 말 것이다. 

 

# “덥석, 받아 물기”위해 두 발을 모으고, 상반신을 앞으로 숙이고 두 손에 받아 적을 종이와 펜을 들고 권력자 앞에 서있는 사람들의 사진 한 컷을 보는 것만 같다. 권력자들은 자신의 말을 “뼈”가 있는 것처럼 받아 적고, 신나게 달려가 그 말을 성과물처럼 입에 물고 돌아오는 것을 즐긴다. 권력자들은 상하좌우가 없는 원탁회의 보다는 한껏 권위를 과시하는 긴 사각 탁자 머리에 앉아 내려다보는 것을 즐긴다. 이미 전략대책 위원회에서 만들어진 전략을 마치 자신의 “뼈 있는” 말인 것처럼 던지며, “재빠른 주둥이들”이 덥석 받아 물고 달리길 기대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뼈다귀를 물고 돌아온 개도 꼬리를 흔들며 주인에게 인정받은 기쁨을 감추지 않는다. 칭찬이나 격려, 인정과 같은 사회적 강화(social reinforcement)는 인정욕구와 소속감을 증대시키는 학습훈련 기법이다. 먹이에 묶였거나, 권력에 묶였거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주는 것에 묶이게 되면 “점잖게 무너진 한 영리한 개가”되어 “뼈 있는 말을 던진”자 앞에 “돌아와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살은 이미 다 발라먹고 남은 “뼈”를 던지는 것인데도 “너도 모르게 뛰어오르는 것이다/네 안의 주둥이는 재빠르다”. 마치 “향후 실체를 좇아야 할 냄새의 영역”을 찾아내어 칭찬을 들어야겠다는 개처럼... 그러나 “뼈”를 던지는 놀이에 싫증난 자들이 떠나고 나면, “살맛 안 나는 뼈를 우물거리다/뱉지도 삼키지도 못할 짐작 앞에/낑낑대다 앞발로 귀 덮고 말”게 되는 것이 뼈다귀를 물어 오는 개의 일이다. 내 안에도 뼈다귀만 보면 달려 나가는 개가 학습되어 있는 건 아닌지 살펴 볼 일이다.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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