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버멕틴’ 향한 관심, 코로나19 공포가 키웠다

질본 정은경 “임상적용은 굉장히 무리가 있고 한계”

박영주 기자 | 기사입력 2020/04/07 [14:42]

‘이버멕틴’ 향한 관심, 코로나19 공포가 키웠다

질본 정은경 “임상적용은 굉장히 무리가 있고 한계”

박영주 기자 | 입력 : 2020/04/07 [14:42]

세포실험서 이버멕틴이 코로나바이러스 48시간 내 사멸

질본 정은경 “임상적용은 굉장히 무리가 있고 한계” 

펜벤다졸 사태의 재현 우려돼, 정부‧약사들 일제히 경고

 

동물용 구충제 이버멕틴(Ivermectin)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다는 세포실험 결과가 발표되면서 여론의 관심이 쏠리자, 방역당국 및 대한약사회 등이 일제히 검증되지 않는 의약품의 오남용은 피하라고 경고했다. 

 

이버멕틴과 관련한 연구결과의 경우, 사람이나 동물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닌 통제된 연구실 환경에서 ‘세포’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기 때문에 사람에 투여했을 때 같은 효과가 나타난다는 보장이 없다. 

 

전문가들은 과거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과 알벤다졸의 항암치료 효과 가능성이 화제가 되면서 ‘품귀현상’이 빚어진 것처럼 이버멕틴 역시도 같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며,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을 유행처럼 찾는 것이 결코 좋은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 사진 속 의약품은 동물용 구충제 이버멕틴(Ivermectin)과는 관련 없는 자료사진입니다. (사진제공=image stock / 자료사진)  

 

지난 4일 사이언스 데일리의 보도에 따르면, 호주 모니쉬대학 생의학발견연구소의 카일리 왜그스태프 박사는 세포배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이버멕틴에 노출시킨 결과 48시간 안에 RNA 전부가 사멸했다. 

 

물론 해당 연구결과는 동물실험이나 사람을 상대로 한 임상실험이 아닌 ‘세포배양 실험’인 만큼, 어느 정도 용량을 투여해야 효과를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왜그스태프 박사는 덧붙였다.

 

이같은 보도가 나오자 마자 ‘이버멕틴’ 성분을 포함한 동물용 구충제 등 관련 제품들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치솟았다. 제일바이오‧이글벳‧체시스 등 구충제와 관련한 주가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제대로 효능을 가지는지 검증 되지 않은 의약품에 과도한 관심이 쏠리면서 마치 유행을 쫓듯 의약품들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약국에서 이버멕틴 성분의 약을 찾는 이들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가자, 지난 6일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은 “해당 논문을 검토했으나, 이버멕틴 구충제를 환자나 사람에게 투여해서 효과를 검증한게 아니다”라며 어디까지나 세포수준에서의 효과를 검증하고 연구단계에서 제언을 한 것일 뿐, 이를 임상에 적용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 본부장은 “정확한 용량이나 부작용에 대한 안전성, 유효성에 대한 것이 충분히 검증돼있지 않기 때문에 임상에 적용하는 것은 굉장히 무리가 있고 한계가 있다”며 아직은 안전성‧유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 방역대책본부의 의견이라 설명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 역시도 브리핑을 통해 “일반적으로 구충제의 경우 흡수율이 낮으므로 치료제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 등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향후 개발현황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펜벤다졸 사태 재현되나…일선 약국은 ‘비상’

전문가들 “유행처럼 의약품 찾는 것 좋지 않아”

 

대한약사회에서도 입장문을 통해 “이버멕틴 성분이 인체 내에서 적정하게 작용하는지 여부나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에 유효한지 등이 공식적으로 검증된 바 없다”며 일선 약국들에는 이버멕틴 성분의 동물용 구충제를 판매하는 경우, 반드시 구매자에게 용도를 확인하고 충분한 복약지도를 통해 허가사항에 맞게 사용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음을 알렸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과거 항암치료 효과로 주목받으면서 품귀현상을 빚었던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 때와 비슷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작년 일부 암환자들이 펜벤다졸을 복용하고 증상이 개선됐다고 홍보하면서 약국에서는 펜벤다졸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당시 정부에서는 동물용 구충제인 펜벤다졸을 암환자에게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데다가 예상치 못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자제를 요청했다. 장기간 투여시 혈액‧간‧신경 등에 심각한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펜벤다졸을 향한 열기는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다.

 

돌연 불거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펜벤다졸의 효과에 대한 관심이 뜸해지긴 했지만, 이버멕틴 역시도 펜벤다졸 때와 마찬가지로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임에도 일반 국민들이 ‘실험적’으로 복용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검증되고 신뢰할만한 데이터를 근거로 하는 것이 아니라, 카더라에 혹해서 일반 국민들이 마치 유행처럼 의약품을 찾는 것은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과 공포가 이런 상황을 키우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문화저널21 박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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