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나는 은행이라는 야바위꾼에 당했다”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4/07 [17:34]

[인터뷰] “나는 은행이라는 야바위꾼에 당했다”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

성상영 기자 | 입력 : 2020/04/07 [17:34]

리먼브라더스의 파산으로 촉발된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는 잘 나가던 기업을 줄줄이 도산시켰다. 환율 급락의 위험을 피하려고 가입한 환헤지 금융상품은 도리어 이들의 목을 내리쳤다. 내릴 줄 알았던 환율은 1500원 고지를 넘어섰다. 900여 개의 중소기업에 20조원의 피해를 준 키코(KIKO) 사태의 서막이다.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의 코막중공업 역시 키코에 가입했다가 법정관리 신세를 맞았다. 조 위원장을 비롯한 피해 기업은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며 싸웠다. 키코 사태는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매듭을 못 짓고 있다그는 최근 12년의 분투기를 은행은 당신의 주머니를 노린다라는 제목의 책으로 엮어냈다. 코막중공업 대표이자 키코공대위 위원장인 그를 한국 금융의 중심지인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코막중공업 대표이사).  © 성상영 기자

 


조 위원장이 말하는 금융민주화


 

키코 사태 때문에 금융의 현실을 알게 됐다. 금융이 잘못됐을 때 우리 삶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치는지 제 경험을 토대로 알리고 싶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 사람들이 그걸 잘 모른다.”

 

조붕구 위원장에게 책을 낸 계기를 묻자 돌아온 답변이다. 그는 경제민주화 이전에 금융민주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조 위원장은 키코 사태를 통해 은행은 탐욕적이고 소비자를 약탈하려 든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호혜적 금융이 아닌 이익만 취하려는 약탈적 금융이 팽배하다라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금융민주화는 그가 표현한 은행의 탐욕을 잘 제어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변하는 것이다.

 

코막중공업은 키코 사태로 100억이 넘는 직접적 손실과 250억여원의 간접 손실을 봤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며 돈을 빌리려고 해도 20%가 넘는 막대한 금리를 내야 했다. 200827000여 평(9만여)에 달하는 땅을 사서 공장을 확장하려던 계획은 수포가 됐다. 경영이 어려워지며 생긴 빚은 주식으로 갚았다. 그는 평생 일군 회사를 은행에 빼앗겼다고 말했다.

 

▲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코막중공업 대표이사).  © 성상영 기자

 


은행은 야바위꾼” 뿌리 깊은 불신


 

키코는 환율 기초 자산으로 한 파생 금융상품이다. 환율의 변동 구간을 설정해 놓고, 시장 환율이 이를 벗어나면 은행 또는 기업 어느 한쪽이 이득이나 손실을 보도록 설계됐다. 국내 수출기업은 달러화로 표현한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똑같이 1000달러어치를 팔아도 원화 매출이 줄어든다. 키코에 가입한 기업은 환율 변동에 따른 이러한 매출 손실을 회피(헤지)하기 위한 보험쯤으로 알고 있었다.

 

실상은 환율이 변동 구간을 조금만 벗어나 오르면 기업이 손실을 무제한으로 떠안아야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정부는 원·달러 환율을 높이는 정책을 썼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이다.

 

조 위원장은 은행을 야바위꾼이라고 표현했다. 은행은 연간 수출액이 1000만 달러 이상인 기업을 표적으로 삼아 환율 관리를 해주겠다며 접근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상품을 설계하고서 기업에는 손실 위험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다. 조 위원장은 은행이 리스크(위험)를 제대로 설명했다면 키코로 돈을 벌 수 있다 하더라도 (투자 이익을) 안 먹고 말겠다고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조붕구 키코공동대책위원회 위원장(코막중공업 대표이사).  © 성상영 기자

 


금융 카르텔 해체하고 단죄해야


 

산업은행 등 일부는 키코 상품으로는 손실이 났더라도 환율 상승에 따른 현물 가격 변동으로는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결국은 기업이 아무런 손실을 보지 않은 셈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조 위원장은 사기꾼들의 논리가 그렇다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키코라는 환헤지 미끼를 던져서 기업도 일부 이득을 봤다고 하지만, 은행이 기업에 그런 상품을 제시한 자체가 나쁘다고 비판했다.

 

키코 사태로 은행에 대한 조 위원장의 믿음은 완전히 깨졌다. 그 뒤로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IDS 홀딩스 사태, 밸류 인베스트 코리아 사태, 그리고 지난해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지켜보며 은행=약탈자라는 생각을 굳혔다. 키코 사태는 견실한 기업의 경영자를 투사로 만들었다.

 

지난 3일 키코공대위를 비롯한 금융 관련 피해자 단체는 금융피해자연대라는 단체를 조직했다. 조 위원장은 은행을 위시한 금융 카르텔을 해체하고 약탈자들을 단죄해야 한다라며 “DLF 피해자들과도 곧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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