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객짓밥 / 마경덕

서대선 | 기사입력 2020/05/04 [09:33]

[이 아침의 시] 객짓밥 / 마경덕

서대선 | 입력 : 2020/05/04 [09:33]

객짓밥

 

하나님은

저 소금쟁이 한 마리를 물 위에 띄우려고

다리에 촘촘히 털을 붙이고 기름칠을 하고

수면에 표면장력을 만들고

 

소금쟁이를 먹이려고

죽은 곤충을 연못에 던져주고

물 위에서 넘어지지 말라고 쩍 벌어진 다리를

네 개나 달아주셨다

 

그래도 마음이 안 놓여

연못이 마르면

다른데 가서 살라고 날개까지 주셨다

 

우리 엄마도

서울 가서 밥 굶지 말고, 힘들면 편지하라고

취직이 안 되면

남의 집에서 눈칫밥 먹지 말고

그냥 집으로 내려오라고 

기차표 한 장 살 돈을 내 손에 꼭 쥐어주었다

 

그 한마디에

객짓밥에 넘어져도 나는 벌떡 일어섰다.

 

# “넘어져도 벌떡 일어설 수 있는” 비장의 무기(Ace in the hole)가 있다면 얼마나 유리할까. 물 위를 걸어 다니는 소금쟁이의 비장의 무기는 무얼까? “연못이 마르”는 비상사태가 오면 소금쟁이는 비장의 무기인 “날개”를 사용해서 물이 있는 다른 웅덩이나 연못을 찾아 날아갈 수 있다. 무한경쟁의 시대를 건너기에도 숨이 차는데, 펜데믹(pandemic) 이후의 세상을 건널 수 있는 비장의 무기는 무엇일까?

 

제 삼의 물결(The Third Wave)을 건너며 거친 파도에 휩쓸려 떠내려가지 않으려 “다리에 촘촘히 털을 붙이고 기름칠을” 한 소금쟁이처럼 두 팔, 두 다리 허우적이며 달리고 달려왔다. 때론 경쟁자들에게 ‘호미걸이’, ‘낚시걸이’, ‘덧걸이’, ‘빗장걸이’ ‘오금걸이’에 걸려 넘어지고 고꾸라지기도 여러 번이었으나 그때마다 “벌떡”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가슴 안쪽 깊숙이 감추어 두었던 비장의 무기인 어머니의 정서적 지지(emotional support)였던 것이다.

 

어디 가서든 “밥 굶지 말고, 힘들면 편지하라고/취직이 안 되면/남의 집에서 눈칫밥 먹지 말고/그냥 집으로 내려오라고/기차표 한 장 살 돈을 내 손에 꼭 쥐어주”시던 어머니의 정서적 지지는 힘들고 서럽던 객지에서 눈물 섞인 “객짓밥에 넘어져도”, “벌떡 일어” 설 수 있을 만큼의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주셨던 것이다. 어머니께서 내게 해주셨던 것처럼, 자손들이 모두 떠난 빈 둥지에서 쓸쓸하실 어머니의 든든한 정서적 지지자가 되어드리고, 어머니 가슴 속에 넣어둔 “기차표”가 되어 드려야 하리라.

 

문화저널21 편집위원 서대선 시인 seodaes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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