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현금 없는 사회’…변화는 시작됐다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 문제 풀어야…대응책 고심하는 한은

송준규 기자 | 기사입력 2020/05/13 [16:30]

빨라진 ‘현금 없는 사회’…변화는 시작됐다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 문제 풀어야…대응책 고심하는 한은

송준규 기자 | 입력 : 2020/05/13 [16:30]

▲ (사진=img stock / 자료사진) 

 

신용·체크카드 사용이 보편화되고 스마트폰 보급에 따른 모바일 결제가 일상화되면서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하고 있다. 국내 화폐제조 비용은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고 동전 재료를 제조하는 회사의 실적이 급락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행은 동전 없는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거스름돈을 계좌에 바로 입금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금융권에서는 잔돈을 활용한 ‘잔돈 재테크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현금 없는 사회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2019년 화폐 제조 비용 역대 최소
동전 재료 제작회사 ‘풍산’…실적 악화

 

다양한 결제 서비스의 등장으로 현금사용이 급감하면서 지난 2019년 화폐 제조비용은 역대 최소를 기록했다.

 

지난 2019년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8년 지폐와 동전 등 화폐 제조비용은 1104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1330억원의 화폐 제조 비용에 비해서도 17% 감소된 수치로, 한은은 현재 유통되는 5000원·1만원·5만원권 등 신권이 나온 이래 가장 적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화폐 발행추이를 보면 5만원권 발행액은 전년보다 2.2%, 1만원권 발행액은 20.4% 감소했다. 5000원권은 14.2%, 1000원권은 13.7%로 감소해, 유통되는 지폐 모두 2008년 이래 가장 크게 줄었다.

 

동전 사용량도 급감해 동전 재료 제조업체인 풍산의 실적도 하락세를 보였다.

 

지난 3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풍산은 지난 1분기 연결기준으로 1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09년 1분기 54억원 영업적자 후 11년만에 처음이다. 풍산의 매출은 2013년 3조원을 달성한뒤 계속 하락세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11억원으로 2013년의 30% 수준에 그쳤다.

 

풍산은 국내 동판시장에서 5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한때 세계 소전(동전에 무늬를 새기기 전 상태의 상품) 시장의 53%를 차지하며 전세계에 유통되는 동전 가운데 절반 이상이 풍산의 손을 거쳤지만, 국내외 할 것 없이 신용카드 사용과 모바일 결제가 늘어나며 동전 수요가 급감해 풍산의 실적이 추락하는 결과가 초래됐다. 

 

현금 없는 사회 가속화…빨라진 변화

한은, 거스름돈 계좌입금서비스 도입
잔돈 활용한 ‘잔돈 재테크 상품’ 출시
 

현금없는 사회는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은행은 당장 올해 하반기부터 백화점·편의점·마트에서 결제시 거스름돈을 고객의 계좌에 바로 입금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위해 한은은 지난달 29일 현대백화점·이마트24·미니스톱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에 따라 현대백화점은 자체 전산 개발을 통해 거스름돈 계좌입금서비스를 15개 백화점 점포와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6개 점포에 도입할 예정이며 이마트24와 미니스톱 역시 실물 현금카드 또는 모바일현금카드를 자사 점포 단말기에 인식시켜 해당 은행 계좌로 입금처리 되는 방식을 도입할 방침이다.

 

한은은 “현금 거스름돈을 주고받을 필요가 없어 결제 편의성이 증대되고, 동전 제작에 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를 도입하려는 유통업체들이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 전했다.

 

현금의 시대가 저물면서 금융회사들 역시도 잔돈을 활용한 ‘잔돈 금융 상품’들을 속속 내놓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28일 내놓은 잔돈 금융 상품인 ‘동전 모으기’는 이용자가 카카오페이로 결제하면 1000원 미만으로 남은 잔돈을 알아서 계산해 미리 지정해 놓은 펀드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뱅크의 ‘저금통’도 대표적인 잔돈 금융 상품이다. 평일 12시를 기준으로 이용자가 지정해둔 입출금계좌에 있는 1000원 미만의 잔돈을 알아서 모아준다.

 

삼성증권은 스타트업 티클과의 업무제휴를 통해 1000원 미만의 잔돈이 CMA통장에 자동으로 쌓이는 ‘티클 저금통 서비스’를 출시했다. 티클 저금통 서비스를 통해 고객의 카드 결제에서 발생한 잔돈을 삼성증권의 CMA에 자동으로 저축해주거나,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핀테크 기업이 그동안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던 잔돈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며 금융투자업계도 점차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문턱이 더 낮아지고 투자방식도 간편해지는 혜택을 누릴 수 있어 긍정적인 변화로 꼽힌다.

 

고령층 등 금융취약계층 문제 풀어야

한은 "국내외 동향 점검, 대응책 마련할 것"

 

이렇듯 현금 없는 사회로의 전환은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으로 자리 잡혔다. 하지만 디지털에 익숙지 못한 고령층 등 금융취약 계층의 경우, 전자결제 방식에 적응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현금 없는 사회가 닥쳐올 경우 소외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은은 최근 '현금없는 사회 진전 국가들의 주요 이슈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스웨덴·뉴질랜드·영국 등 현금없는 사회를 먼저 시도한 국가의 사례로 현금없는 사회로의 흐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여기에는 고령층의 소외와 함께 화폐유통 시스템의 약화 등이 포함됐다. 

 

한은은 “현금 없는 사회와 관련한 국내외 동향과 주요국의 대응조치 등을 점검하면서 국민의 현금 접근성·현금사용 선택권 유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여나갈 계획”이라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필요한 대응책 등을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문화저널21 송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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