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난지원금 기부 ‘이간질’에 뒤바뀐 본말

소모적이기만 한 ‘관제 기부’ 논란 언제까지

성상영 기자 | 기사입력 2020/05/14 [14:38]

[기자수첩] 재난지원금 기부 ‘이간질’에 뒤바뀐 본말

소모적이기만 한 ‘관제 기부’ 논란 언제까지

성상영 기자 | 입력 : 2020/05/14 [14:38]

금융권·재계 임원들 재난지원금 기부행렬

눈치 보기아닌 지원금 취지에 초점 맞춰야

직원들은 자기가 알아서 할 일… 압박 없어

기부든 소비든 돈이 돌게 하는 것’이 우선

 

 정부가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의 신청이 이번 주부터 시작되면서 공직사회와 산업계로 기부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자발적 기부를 우려하기도 하지만, 예산 절감과 형평성 사이에서 고심하던 정부가 차선책을 낸 만큼 갈등보단 취지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한·우리·BNK금융그룹은 임원들이 재난지원금을 자발적으로 기부하기로 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금융그룹 세 곳의 기부 참여 임원은 550여 명 정도다. 재난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아 자동 기부 처리되게 하거나, 취약계층 고용안정 대책의 재원으로 활용되도록 근로복지공단에 지원금을 입금하는 등의 방식으로 이뤄진다. 다른 금융회사 임원들도 기부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한발 앞서 고위 임원들의 재난지원금 기부 행렬이 시작됐다.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5개 그룹 임원들은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기로 했다. 대한상의에서도 박용만 회장을 비롯해 임원들이 자발적으로 재난지원금 기부에 동참했다. 이들은 회사 차원에서 이루어진 결정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흐름을 곱게만 보지 않는 시선도 있다. 기부란 자발적 선택에 따라야 하는데, 눈치를 보며 등 떠밀리듯 나서서 되겠냐는 것이다. 실제 관제 기부라는 시각으로 접근한 언론 보도가 적지 않다. 대개 지원금을 덜컥 신청했다가 국세청에서 세무조사 들어오면 어떻게 하나라거나 회사에서 연말정산 자료를 보면 누가 기부를 안 했는지 알지 않겠나라고 걱정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재난지원금의 근본 취지를 고려하면 해당 사안에서 기부의 자발성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무의미하다. 재난지원금은 코로나19로 소득이 감소한 사람에게 당장 쓸 돈을 주자는 것과 지역 내에서 소비를 늘려 경제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자는 두 가지 목적이다. 지원금을 기부하더라도 국고로 환수되는 게 아니라 근로복지공단 등을 통해 고용안정 사업에 쓰인다.

 

▲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13일 정부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 “받아서 펑펑 써주시는 게 애국”이라고 트위터에 언급하며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사진=최문순 지사 트위터 캡처)

 

재난지원금 논의 초기 여당은 100% 지급을, 기획재정부는 70% 지급을 주장하며 내홍을 겪었다. 정부·여당은 전 국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되 기부도 받는 방식으로 견해차를 좁혔다. 또 지원금의 사용처를 주소지의 광역시·도로 한정하고, 업종도 대형마트나 유흥업소 등은 제외했다. 가능한 한 소요 예산을 줄이면서 소비와 고용을 모두 촉진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지금의 방법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책이었던 셈이다.

 

금융권이나 대기업 직원들은 자기가 알아서 하면 되는 것 아니냐라는 분위기다. 한 금융기관에 다니는 A씨는 지원금 취지가 소비 진작이고, 내 주변의 세탁소나 식당 같은 소상공인들이 당장 살아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신청금을 받았다고 전했다. 모 대기업에서 일하는 B씨는 임원들이 기부에 참여한 것은 회사 이미지를 생각했기 때문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임원들의 이야기이지 회사에서 어찌할 부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반응은 공공부문에서도 감지됐다. 어느 공공기관 직원 C씨는 소비 활성화가 재난지원금의 취지라고 생각해서 지원금을 신청했다라며 회사에서 기부를 독려하거나 눈치를 주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기부든 소비든 간에 이미 지급하기로 한 재난지원금을 최대한 빨리 소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현금성 지원의 경우 가계에서 이를 소비하지 않고 쌓아두기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 기한을 831일까지로 제한하고 포인트나 상품권 형태로 지급한다고는 하지만, 통상적으로 들어가던 돈은 지원금으로 쓰고 이렇게 아낀 현금을 저축하는 편법까지 막기는 어렵다.

 

일본의 경우 잃어버린 20’을 겪으며 내수 부양을 위해 현금·상품권 지원책을 썼다가 우회 수법 때문에 목적 달성에 실패한 적이 있다.

 

문화저널21 성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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